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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성교육 - AI보다 현명한 부모의 우리 아이 지키기
이석원.김민영 지음 / 라온북 / 2024년 9월
평점 :
성교육은 아동, 청소년의 건전한 성 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당사자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내실 있는 연구와 실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에써 외면합니다. 부모가 직접 행하기도, 전문 교사가 따로 시설에서 베풀기에도 뭔가 어색하고, 가끔은 이를 통해 어떤 부작용이나 사고가 일어나지나 않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뤄진 생성형 인공지능 혁명을 통해 우리는 이제 챗GPT라는 새로운 친구, 똑똑하고 유능하기까지 한 도구를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수학 문제 풀이 등에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점차 개선된 성능을 보인다고 하죠. 뿐만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말동무가 되어 주는 등 이제 생활 속에 점차 밀착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나 학생들에게 교사 노릇을 할 수도 있겠는데, 특히 성교육처럼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에 껄끄러울 수 있는 분야에서 아주 제격일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길, 앞으로 생성형 AI는 더욱 완벽하고 성공적인 도구로 거듭나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유료 버전을 쓰는 (제 주변의) 유저들은 입을 모아 챗GPT 정말 쓸 만하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 행하는 세심한 케어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은데, 예를 들면 이 책 p50를 보면 아직도 챗GPT가 부적절한 답변을, 특히 성교육 도중에 내어놓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의 장점은, 챗GPT를 무작정 치켜세우는 태도가 전혀 아니며, 책임 있는 전문가분들이 메타적으로 챗GPT를 두루 살핀 끝에 더 안전한 활용 방법을 포인트마다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더군다나 더 든든한 점은, 혹 챗GPT가 그릇된 답을 할 때,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 기술적인 이유까지 정확히 짚어 준다는 것입니다.
구글은 여튼 이 챗GPT의 등장으로 검색 시장의 상당 셰어를 오픈AI에 빼앗겼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社 역시 그간 긴 침묵을 깨고 코파일럿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내어 AI 경쟁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p68 이하에는 (대개는 우리가 아는 바이지만) 구글의 기존 검색에 비해 챗GPT가 어떤 점에서 우월한지 일목요연한 정리가 나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눈여겨 본 점은, 챗GPT가 특히 개인맞춤형 정보 제공에 능하다는 평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들이 짚는 한 가지 시사점은, 챗GPT의 "창의성"입니다. 왜 창의성이 문제가 되냐면, 특히 성(性) 관련 토픽으로 유저가 챗GPT를 활용할 경우, 부적절한 쪽으로 그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요즘은 파괴적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변화가 빠르다보니 기존의 지식이나 원칙이 별 쓸모가 없습니다. 저자들께서는 성교육 역시 그라운드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며, 기존의 일방적인 주입식 전달이라든가 변화한 환경에서 필요한 새로운 지식이 교육 과정에 매우 느리게 반영되는 점 등이 대폭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다음에 나오는 내용(p89)도 대단히 흥미로운데, AI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에서 자주교육이라는 단체가 아바타 등 신세대가 친숙하게 여기는 수단을 통해 학생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완전히 새로운 성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한 실제 사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까요? 만약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에게 전문가들이 성교육을 권한다면, 아마 상당수의 학부형들이 난색을 표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학부모 입장에서 난감한 과제를 일시 회피하는 태도에 불과하며, 세상이 그 학부형들 때와는 엄청나게 달라졌고 변화한 세태를 반영하여 아이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지체없이 이뤄져야 하는 게 요즘의 성교육입니다. 자극은 사방에서 직접적으로 도달하는데 부모님들이 억지로 아이 눈만 가린다고 위험이 절로 지나칠 리 없습니다. 아이들은 정작 영악하게 관련 지식을 내면화해 가는데 부모님들만 자기 눈을 감고 있는 셈입니다. 책에서는 또한, 비단 성교육뿐 아니라, 일찍 자아가 생성되고 자기 생각이 뚜렷해진 아이가 학교 공부도 앞서나가고, 성교육도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는 말도 있는데 부모님들이 꼭 명심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교육의 목적은 주체적 인간을 키우기 위함이며, 성(性)이건 혹은 어떤 다른 영역이건 아이들은 자기 생각대로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챗GPT는 이 점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