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언제나 내 편인 이 세상 단 한 사람
박애희 지음 / 북파머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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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계시고 아마도 그분은 세상 최후에까지 남아 내 편이 되어 줄 분이겠습니다. 박애희 작가님이 쓰신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 어머니가 딸을 사랑하는 방식들이 담겨 있어 제3자가 엿보듯 읽어도 흐뭇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연이 가득합니다. 아마도 이 책에 적힌 사연 중 적어도 몇몇은 우리 독자들이 매우 비슷하게 실제 체험해 본 일들이겠습니다. 혹 아니라고 해도, 사람 사는 세상에 부모와 자녀 간에 온당하게 오가야 할 교감이, 사랑이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멋진 교훈으로 가득하다는 점 누구나 동의할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p58)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이 말의 뜻이야 누구나 알지만, 책에서는 좀 더 깊이 의미를 파고듭니다. "남편도 나도 철없었을 시절..." 사실 예전에는 남의 댁 따님을 데려갈 때는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얼추 다 갖춰진 후였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정말 취업이 힘들고 사회화 기간이 길어졌기에, 나이 서른이 되어도 남자 위상이 뭔가 어설프고 위태로운 걸 많이 봅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위는 사위이며 내 딸의 배우자이며 내 딸을 끝까지 지켜 줘야 할 사람입니다. 저자께서는 "내 딸을 사랑해 줄 사람이라서 내 딸에게 보람이 가라고 내가 챙겨 준다"며 어머니의 배려를 해석하시지만, 전 좀 다른 의미도 여기서 읽었습니다. 딸 옆에 새로 둔 아들로까지 여기며, 어찌보면 친아들보다 더 소중한 면도 있다고 그 어머니께서는 생각하시는 거죠. 

박애희님처럼 작가분들이라면 이들이 쓰는 책 한 권 한 권이 다 자녀와 같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지금 이 책 같은 저자의 작품을 가리켜 "손녀딸"이라 부르셨다고 합니다(p124). 읽으면서 촌수가 과연 그렇게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과연 한번 세상에 힘들게 태어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그 부모를 대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어떻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관계의 유지와 형성입니다. 회사 등의 2차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관계 그 자체가 목적인 이런저런 친분도 사실 까다롭기가 그지없습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그를 대하고 이렇게 말하지만 그 상대방은 전혀 다른 해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반응을 접수합니다. 아무리 친구라도 그는 남일 뿐 나의 부모처럼 날 챙기지 않고 그에게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습니다. 크게 충돌이 발생하여 파탄이 꼭 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저런 오해가 쌓이고 쌓이면 슬슬 꼬이던 관계가 흐지부지되며 마침내 쌍방으로부터 잊혀집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그나마 상처를 누구한테 크게 남기지 않은 게 어디냐며, 이왕 상한 관계, 미련 갖지 말고 쿨하게 보내 주자고 합니다.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몸 돌봄에 매우 소홀한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분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집안 살림 알뜰하게 챙기느라 자녀분들 더 돌보느라 몸에 어디가 탈이 나도 그냥 무심히들 넘깁니다. 그러니 자녀분들이 어느 순간 부모님 몸에 탈이 난 걸 발견하고 속이 상하는(p177) 게 당연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무방비상태로 태어났을 때 몸 안 상하도록 세심하게 돌봐 준 분들이 부모님입니다. 그런 부모님도 그저 인간일 뿐이라서, 나이 드시면 서서히 무기력한 존재로 늙어갑니다. 성장 과정에서의 보은을 위해서라도 그때부터는 우리가 거꾸로 부모님을 지켜 드려야 합니다. p191을 보면 작가님이 "다음 세상에는 어머니가 제 딸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들도, 지금 당장이라도 부모님께 잘하면 구태여 다음 세상을 기약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녀 관계도 잘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사랑이 더 강합니다. 고르게 사랑하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서 때로는 누가 바람이 나기도 합니다. 둘다 사랑이 시들해지면 쿨하게 갈라서면 되는데 이런 경우는 그게 아니라서 더 심각합니다. 그러나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자식 사이는 그렇지가 않죠. 다만 치사랑은 내리사랑보다 훨씬 못한 경우가 많아서 세상에는 불효자가 사방에 밟힙니다. p220을 보면 엄마를 내가 더 사랑한다고 과감히 저자가 선언하시지만, 마치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아킬레스처럼 자식의 사랑은 결국 어머니의 그것보다 한 발 더 뒤떨어집니다. 남자들이 결코 속속들이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게 출산의 고통입니다. p276을 보면 여성들은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어머니를 찾게 된다고 합니다. 아들도 엄마 아빠를 애틋이 그릴 수 있지만, 그 애절함이 결코 딸을 따라갈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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