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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행복을 풀다 - 구글X 공학자가 찾아낸 불안을 이기는 행복 코드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목을 보면 that little voice in your head라고 되어 있습니다. the도 아니고 that이라고 한 데에서, 저는 저자인 모 가댓 대표가 그 존재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고 우리에게 이 얘기를 꺼낸다고 생각했는데요. 우리한테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렇게 해 보세요"라는 듯, 언제나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끄는 소리였지만, 우리는 그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일이 바빠서, 혹은 눈 앞의 더 큰 이익에 끌려서거나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였습니다. 저자는 이제, 당신들(우리들)이 그 목소리에 진정 귀기울일 때가 되지 않았냐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혹은 반대로, 소소하게 혹은 심각하게, 나를 지옥으로 몰고가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에도 우리는 주목해서 빨리 걷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구글 등의 기업에거 엔지니어로 일했고 창업전문가로 이름 높은 저자가 언제 이런 생각까지 하셨을까 놀랍기까지 한, 그저 삶의 여정에서 느껴 온 이런저런 상념과 깨달음을 들려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그런 이야기를 해 주신다 쳐도 소중한 가르침이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심리학적 기초를 단단히 지녔으며, 그러면서도 독창적입니다. 이를테면 p72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생되는 기분 나쁜 생각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내가 과거에 애인에게 차였다, 이건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그런데 "난 누구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부족하고, 따라서 또 차일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내가 만들어낸 생각입니다. 저 생각의 앞부분은 내가 애써 찾아낸 근거(잘못되었습니다)이며, 뒷부분은 그냥 은밀하고 불길하게 반복되는 주문 비슷합니다. 빨리 쳐내야 합니다. 저자는 이런 것들을 의식하고 기억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태 그렇게 하지 않아서 불길한 재생이 반복되었으니 말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처음으로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알았을 때 너무도 행복했다고 회고합니다(p125). 내 머리가 그냥 늙어가기보다, 내가 이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계속 발달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두고 "자기개발(이 책의 표기에 따릅니다) 중독자"라고까지 말합니다. 이미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합니다. p129 이하에서는 그가 이해한 대로 신경 가소성이 기능하는 방식이 전화 교환대에 비유되어 설명되는데 역시 명쾌하고 재미있습니다. p96에서는 우리가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도 잘 봐왔던 대로 폴 맥린이 1960년대에 정리한 뇌의 삼위일체 이론, 즉 파충류의 뇌(자율신경계), 포유류의 뇌(변연계. 감정), 이성적인 뇌 셋이 어떻게 우리 안에서 작동하는지가 설명됩니다.
우리는 왜 불행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럿이 있겠지만, 저자는 책의 제5장에서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을 듭니다. 우뇌는 존재 자체를 행복해합니다. 반대로 좌뇌는 행동을 하면서 비로소 행복을 느낍니다. 어쩌면 햄릿은 전형적인 우뇌형, 돈키호테는 좌뇌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p169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행동하기 전에 존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독자들에게 충고합니다. 사색과 감정 정리를 통해 내 존재를 먼저 다지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존재에만 머물러도 안 되는데, 우뇌형이 불행한 이유는 끝내 행동을 안 하고 존재에만 그치기 때문입니다.
감정이라는 것도 내가 행복해지는 방식이 따로 있습니다. 만약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이건 직업 배우이거나 사기꾼, 위선자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어떤 감정은 내가 연습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 그래야 내가 행복해져서인데, 이건 거짓이나 위선이 아니라, 마치 지능을 계발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이 감정,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지는 이 감정을 계발하려면 먼저 그런 게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걸 흘려보내지 말고 이거다!하고 먼저 자각을 해야 하는데, 이 주장은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됩니다(불행의 주범들한테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지 말고 나꿔채어서 없애라는 거죠). 처음에 잘안돼도 계속 반복해서 내걸로 만들라고 합니다. 감정도 다 연습임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합니다(p251).
엔지니어답게 저자는 뇌의 멀티태스킹이 왜 어려운지를, 근거를 갖고, 또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p309). 간단히 말해, 멀티태스킹을 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p311 이하에 자원할당(컴퓨터 전문가답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는 설명하며, 이 중에는 놀랍게도 명상이 그 방법론으로 강력하게 추천됩니다. 심지어 이 책에는 극한의 불행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p352에 나오는데 그 해답은 "전념과 수용(committed acceptance)"라고 합니다. 경험 많고 성취도 많은 성공한 인생의 솔직한 고백과 시스템적 충고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