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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이터 활용 - 고객 경험 가치를 창출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
인큐데이터 외 지음, 김모세 옮김 / 정보문화사 / 2024년 8월
평점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사람들의 출근길 하나하나에 맞춤형으로 그 관심사에 걸맞은 광고가 뜹니다. 그 영화가 개봉할 때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마련되지 않았겠으나, 이 책 서문 p3에 나오는 대로 십여 년 전 이른바 플랫포머 유형의 사업자들이 등장하여, 기술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여 여러 업체의 마케팅에 제공합니다. 이처럼 고객의 데이터라는 게 광고기법과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세상에서, 모든 기업은 그런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업모델의 핵심 요소로 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서 막상 (그나마 쌓인) 데이터에 주목하면 이걸로 뭘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우선 소중히 모인 데이터로 당장 영리하게 해 낼 수 있는 작업, 언제나 기업 서버를 귀찮게 하는 최적화 이슈, 데이터와 연관하여 항상 미세조정과 거시적 정립이 동시에 필요한 기업 전략 전술 지평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많은 경영 현안에 대해 상당히 자세한 조언을 폅니다. 책을 펼쳐 보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이런 지적, 또는 설명도 나오네?"라며 놀랄 수 있습니다. 이 일본 저자분들의 평소 경향을 봐도,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여겨 온 개념이나 상식의 허점을 예리하게 짚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데이터는 객관적 실체이며 정보의 덩어리이므로 그 모습이야 일정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런데, 그런 관점이나 예상들 중에 기업의 경영에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들은 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독자에 대해 통렬히 일깨우는 점들 중 하나는, 경영자나 관리자는 평소부터 서비스나 상품(자신들이 시장에 내어놓는), 고객에 대한 관점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데이터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되었다면 나의 현장에 적실한 결론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사회적 성장'이란 말도 간혹 눈에 띄는데 어떤 특정한 뜻이라기보다, 샵이 위치한 블럭이 활황이라야 내 업체도 잘된다는 맥락 정도입니다.
나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매우 성실합니다. 고객도 이를 알지만(친절매너와 성실한 태도를 못 알아보거나 무례하게 무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고객이 원하는 바가 이게 아니었을 경우 경영성과로 이어지질 못합니다. 과도한 친절매너는 종업원의 피로를 불러 정작 필요한 서비스의 제공, 대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최신 장비나 시설의 장착도 그 사용방법이 익숙지 않을 경우 고객의 사용빈도가 여전히 낮게 머물고, 직원들의 업무강도 저하로 곧바로 이어지지도 않아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자원재배치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 괜히 돈만 버린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데이터를 통해 짚어내려면 정량적 분석에만 치중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가 올바른 결론을 빤히 도출하는데도 경영자, 실무자가 고정관념에만 집착하고 "돈 투자했는데 왜 성과가 없지?"라며 피해의식에만 사로잡혔다면 이 기업의 방침에 개선 가능성이란 없습니다. 정성적(qualitative) 어프로치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p50의 "좋은 서비스가 좋은 경험은 아니다"는 말은 바로 이런 걸 가리킵니다. UX, UX 말은 요즘 많이들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가 뭔지 깊이 성찰한 경영자는 드뭅니다.
p94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나오는데, 기업은 일단 자사 데이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기존 데이터와, 앞으로 우리 회사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 못 시키면, 제아무리 데이터를 산처럼 요즘은 잘 쌓아 놓아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책은 현재의 데이터, 즉 잠재 고객들이 우리 회사 사이트에 머물며 무슨 정보를 탐색했는지 그 경로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것이 기존 고객 데이터와의 점접을 어디서 마련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여기서 책은 소구(遡求)라는 표현을 쓰는데, 고객한테 어필한다는 소구력(訴求力)이라고 할 때의 그 뜻이 아닙니다. 현재의 새로운 정보가, 과거의 유력한 경향성과 거슬러올라가 만나는 맥락 형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QCD 사고방식(p134)라는 게 있습니다. 품질이나 비용, 전달의 3면이 고루 균형을 이뤄야지, 어느 한 요소를 대폭 희생하여 근시안적 목표를 날림으로 달성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새삼 왜 나왔냐 하면, 요즘은 기업환경의 변화가 너무도 빨라 이른바 워터폴(waterfall) 유형으로 시스템을 짜서는 안 되며, 애자일(agile)하게, 조건의 다양한 인풋에 빠르게빠르게 잘 적응하는 시스템이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입니다. 애자일한 데에만 치우쳐서, 이 방식 저 구조에서 얼기설기 이것저것 떼어와서는 짜깁기식으로 시스템을 만든다? 결국은 큰 사고가 난다는 겁니다. 항상 근본적인 원칙을 지키고, 그러면서도 고객의 니즈가 최우선의 고려사항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교훈으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