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k Art 컬러링북 3 : 동물과 바다생물 - 내 마음대로 그려서 쉽고 재미있는 Folk Art 컬러링북 3
김민영 지음 / 브레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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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달 간 컬러링북을 여러 권 리뷰했었습니다. 컬러링북은 확실히, 빈 공간을 채워나가며 점차 원 모습이 찾아지는 과정에서 뭔가 성취감이 느껴지는 맛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folk art가 그 주제인데, 이 책 p2~p3에 이 포크아트라는 것의 의의가 잘 설명됩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나온 여러 예쁜 그림들의 (일관된) 스타일은, 서유럽에서 한때 유행한 작품들로부터 그 공통 양식을 추출하여 컬러링북에 알맞게 가공되었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1권과 2권을 아쉽게도 읽지 못했기에, 일단 이 셋째 권부터 꼼꼼히 읽고 채색해 가며 작품들에 스며든 아름다움을 음미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여타의 컬러링북과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p10 이하 part 1에 컬러링에 대한 베이직 레슨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컬러링에 기초 지식 같은 게 무슨 필요 있냐고 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을 읽어 보면 내가 미처 캐치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었구나 하고 반성할 포인트가 생기기는 합니다. 또, 이 책 제목에서도 은근히 강조되지만, 이 책은 모범답안(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샘플")대로 독자들이 꼭 작품을 완성할 필요는 없음을 조언하며 독자들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배색은 그렇다 쳐도(즉, 독자 마음대로 칠한다 해도), 선 긋기라든가 경계 밖으로 색이 삐져나오지는 않게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심지어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내 마음대로 그려 봤더니 나만의 작품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데에서 유니크한 기쁨을 느껴 보라고까지 합니다. 

이 책은 독특한 게, 왼쪽 페이지 상단에 헤르만 헤세의 명언이 실렸다는 점입니다. 보통 명언으로 그림 그리는 독자의 맑은 정신을 잡아주려 드는 편집 의도라면, 여러 위인들의 다양한 말, 그 중에서도 일반인들이 익히 알 만한 문구들을 배치하던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H 헤세의 말들로만 채웁니다. 그것도 출전을 일일이 밝히며 책 이름과 출간 연도까지 명기합니다. 컬러링을 수행하며 덤으로 인문 지식도 배우고, 명언으로 나의 정신까지 정화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p20에서는 헤세의 1915년작 <산중의 하루>에서 "눈 위에서 웃는 태양, 그 위에 쉬는 구름, 모든 것이 새롭고, 찬란하게 빛난다."는 문장이 인용되네요. 대자연과 합일하며 마음의 모든 티끌이 씻겨나가는 거장의 쾌감이 독자에게도 전해집니다. 

"자각과 실감의 모든 동력은 사랑이니,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자가 (수만큼) 더 행복하다." 이 말은 헤세의 1918년작 <마르틴의 일기>에 나온다고 합니다. 저도 분명 그 책을 읽었는데, 저 멋진 문장이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에서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라는 구절도 덩달아 떠오릅니다. 이 페이지에는 기린의 그림이 실렸는데, 가운데의 기린은 이미 노랑색이 배색되었고, 그를 둘러싼 나뭇잎과 꽃 부분만 새로 칠하면 됩니다. 그런데 왼쪽 페이지의 "샘플"을 봐도, 가운데 윗부분의 새는 하양인 걸로 보아 원래부터가 흰 새인가 봅니다. 

p36에 언급된 요세프 엥글레르트(Josef Englert)는 화가이며, 헤세보다 십여 년 연하지만 헤세보다 몇 년 일찍 타계했습니다. 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할 능력이 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뿌듯한 소회를 헤세는 피력합니다. 이 말만큼, 컬러링북의 삽입구로 적절한 것도 드물지 싶습니다. 물론 구도도 형태도 이미 정해졌고 간단한 칠만 하면 끝나는 컬러링과,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지점까지 파고들며 정제된 언어로 그 핵심을 세공하는 문학 작품의 창조가 동렬에 놓일 수야 없겠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실린 그림은 덜 추상화한 만다라 같기도 하고, 고대 페르시아 제실의 문장처럼도 보입니다. 

p42에 실린 헤세의 글은 경쾌하면서도 알쏭달쏭합니다. "내 감정에는 소년 시절의 그것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어른이 되고 나이 먹어가는 게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하긴 쭈글주글하고 구부정하며 굼뜬 노인의 특징이 어린이들에게는 우스꽝스러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를 다 내다본 헤세의 관점에서, 나이들고 노화한다는 게 다 무엇이며 일체가 덧없음이 또한 파악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알록달록한 피부를 지닌, 이 세상에는 없을 듯한 뿔 높은 사슴은 오른쪽을 응시하며 숲 안에서 물아일체의 경지에 든 듯합니다. 늙는다는 게 다 뭐냐며 콧방귀를 뀌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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