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익스프레스 -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의 마음 관리
이동연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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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익스프레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과학입니다. 사람의 마음만큼 (자연)과학의 방법론으로 접근하기 부적절한 게 또 어디 있을까 싶은데, 의사 프로이트는 자신의 시대에 꽤나 발전했던 자연과학에서 뭘 그닥 많이 빌려오지 않고도 대단히 치밀하고 따라서 독창적인 이론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심리학의 창시자인 그는 여태 인류가 갖지 못했던 유력한 도구를 하나 선사하고 세상을 떠난 셈인데, 그래서 두고두고 후세 사람들이 그를 천재라고 칭송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천재의 이론답게 그의 저술들은 대단히 난해합니다.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 확고한 이해를 지닌 저술가의 솜씨로 쉽게 풀어 쓴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면서 자주 겪는 여러 난감한 문제들을, 프로이트의 탁월한 이론적 틀을 적용하여 저자가 풀어헤쳐 준 내용들이 가득 실렸습니다. 읽으면서, 아 정말 그렇겠다 싶은 대목도 많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며 더 깊은 생각을 다짐하게 되는 구절도 있었습니다. 

p61에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이 몸이 크는 것은 성장인데, 정신이 크는 것은 성숙이라고 부르는 점 우리 모두 잘 압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상하게도 몸이 크면 그에 맞춰 마음도 자동으로 자라겠거니 착각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저절로 크는 게 절대 아니기에, 사람은 제 마음을 키우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해 줘야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누가 과연 나의 반려자로서 적합한 사람인가?"로 논의를 옮깁니다. 만약 사람이 육체적 성장처럼 정신의 성숙도 태어날 때부터 뭔가 정해진 바가 있다면, 우리가 누군가와 정신적으로 맞고 안 맞고도 처음부터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겠죠. 그러나 성숙은 그 사람이 노력하고 안 하고에 좌우되는 바 큽니다. 그럼 나한테 맞춰 줄 만한 사람, 내 노력에 부응하여 뭔가 노력이라도 해 줄 사람을 만나야 하겠습니다. 

p121에는 데키무스 유베날리스의 명언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가 인용됩니다. 우리는 이걸 보통 근대 올림픽의 대부 쿠바를 쿠베르탱 남작의 말로 알지만 사실 저 고대 로마 시인이 원 출처입니다. 아무튼 여기서 저자께서 하고자 하는 말은, 사람의 대뇌는 정말로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 평소의 습관, 의지, 취향에 따라 그 구조와 성능, 개성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몸을 일정 용도로 쓰면 정말로 뇌 역시 그에 맞게 가소성있게 변화하며, 예컨대 운동을 하면 그 운동으로부터의 만족감 덕분에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에도 평화가 자리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p187에서 저자는 1980년대 가수 이은하의 노래 한 소절을 인용합니다.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의미를 잃어버린 그표정" 이 다음엔 "사랑은 끝났으니까 애타게 기다리지 말아요"라는 말도 나오죠(순서는 제가 바꿈). 이 곡은 작사도 이은하씨가 했는데 작곡은 기인 장현씨의 여동생 장덕씨 작품입니다. 여튼 우리는 모두 의미의 구조 속에 사는 동물들입니다. 역시 프로이트의 영향을 크게 받은, 구조주의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의 논의를 구태여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반드시 금전적 욕망, 식욕, 성욕 등에 끌려서만 행동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명예, 체면, 허영, 충성심, 헌신 등 상징의 영역에 속하는 가치를 위해 심지어 목숨도 거리낌없이 버립니다. 

외모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외모는 안타깝게도 우리 의사 결정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칩니다. 책 p211에는 방통(이명 봉추)의 일화, 또 복룡(?)의 부인 황씨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어떤 면이 그렇게 싫은지 생각을 해 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부분적 요소가 그렇게나 마음에 안 들었다면, 그 사람의 전체는 사뭇 다르지 않을지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상식에 비추어 과하게,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을 싫어하거나 증오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누군가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 충성을 바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죠(엉뚱한 사람한테 감정적 보상을 구하려 듦). 그 누군가는 아마 그 사람의 생존에 관한 목줄을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p50). 어린 첩으로 남의 집에서 식모처럼 살림을 살아줬다거나... 물론 이런 걸 지적하면 큰 소리로 부인하겠지만 진실이 목소리의 크기에 비례하여 잘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쉬우면서도 유익한 이야기들이 인생의 이런저런 정곡을 찌르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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