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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첫 문해력 신문 - 읽기로 시작해 쓰기로 완성하는 ㅣ 초등 첫 문해력 신문 1
이다희 지음, 서희진 그림 / 아울북 / 2024년 7월
평점 :
문해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핵심 자질 중 하나입니다. AI에게 유효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능력도 결국은 문해력과 밀접한 관계이며, 모두가 소셜 미디어로 연결되다시피한 세상에서 다른 이들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 의사를 내 의도대로 전달하는 능력도 그 기반은 문해력입니다. 그런데 이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우리 사는 공간의 거의 모든 소식을 잘 가공하여 전달하는 신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고기는 수십 년 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양성화하여 유통되지 못했으며 보신탕이니 영양탕이니 하는 우회적 명칭으로만 통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백한 불법까지는 아니었는데 2024년 1월 국회에서 개식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이 통과되어서 이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반려견을 두는 인구가 수천만에 달하며 관련 산업(미용, 사료)도 급성장한 마당에 개 식용 관행이 이런 추세와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이겠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개를 먹을거리로 삼는다는 생각이 그리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을 수 있어도, 어린이들은 "대체 왜 개를 먹어?"라며 그 발상 자체가 이상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교재에서는 "신아리"라는 캐릭터를 내세워서, 현실적인 문제를 떠올려 보게 합니다. 물론 지금껏 개를 먹어왔던 건 잘못이나, 개가 계속 식용으로 쓰일 줄 알고 농장에서 개를 키워 왔는데, 이 개들은 당장 어떻게 할지가 과제입니다. 그대로 야생에 풀어 버리면 가뜩이나 유기견이 문제를 일으키는 요즘 걷잡을 수 없이 파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신아리는 아이답게(?) 하나의 방법을 내놓는데 물론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 재원과 부지를 마련하는 일까지라면, 어린이들에게 답을 묻기는 좀 버거운 단계이겠습니다.
교재에서 다루는 토픽은 최신의 시사뿐 아니라 과거의 역사까지도 포함합니다. 이 교재는 과거와 현재를 두루 넘나들지만, 예전에 역사신문이라고 해서 역사만 전문으로 다루는 베스트셀러가 있었던 것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 책보다 이 책이 좀 더 친근감 있게 다가왔는데 아이들한테 부과되는 과제 면에서 더 (현실적으로) 난도를 낮췄으며, 포맷이 좀 부드럽고, 신아리 캐릭터가 더 귀엽다는 점 등에서입니다.
p48에서 어린 독자들에게 던져지는 질문도 매우 흥미로운데, 저도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만, 만약 윤봉길 의사(義士)께서 뜻을 같이하는 분 열 명 정도를 모아 거사를 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문제가 그 대표적입니다. 윤의사는 상해 홍구 공원 의거의 주역이지만, 문제에서는 그보다 앞서 일어난 일왕 행차 폭탄 투척 사건으로 상황을 살짝 바꾸었습니다. 윤의사가 공격한 단상의 일본 장성들도, 일왕만큼은 아니라도 대단한 거물급들이긴 했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펴서 대체현실을 꾸리는 작업은 무척 흥미롭고 아이가 이 과제를 수행하는 것도 보기에 재미있습니다. 교재에 나오는 사진 속의 윤의사는 지성적이고 사려 깊으면서도 코카서스인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상입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프로젝트를 벌여 다시금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화성입니다. 바로 어제에도 화성의 표면 아래 물이 존재하여, 마치 지구의 해저처럼 바다생물 같은 게 살지 않을지 하는 가능성이 점쳐졌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교재에서는 신아리가 "만약 네가 화성에 살게 된다면 무엇을 가져가고 싶어?"라며 어린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저자 이다희 대표가 실제로 초등교사 13년 경력자이며 현재 학부모이기도 하므로 그 점에서 아이들의 정서를 잘 캐치하여 현실감 있게 구성한 곳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p63에는 화산 폭발(아이슬란드 블루라군 2024년 3월의 폭발 뉴스)을 두고 꾸민 대목도 그렇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을 점검하고 꾸준한 글쓰기 습관까지 기르게 하기 위해 일기쓰기도 학교에서 시킵니다. 그런데 이 교재에서는 신문과 일기를 결합하여 신문일기 쓰기도 제시하는데,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일기도 자신의 하루 일상에 대한 보고(報告. report)이니 애초부터 일기와 신문은 서로 통하는 면이 많습니다. 꼭 어떤 특정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게만 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아무 생각이나 적게 하는 코너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자연과 동물을 위해 일생을 바친 제인 구달 박사에 대한 설명도 있고, 심신(心身) 같은 한자어를 학습하게도 하여 (요즘 신문에는 한자가 많지 않지만) 아이들의 한자문해력 향상도 배려합니다. 곳곳에 QR 코드가 찍혀 동연상 자료로 연결되게 돕는데 저는 개복치 영상이 흥미로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