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는 없다 -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 전념해서 인생의 성취를 이루는 법
맷 히긴스 지음, 방진이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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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 전념해서 인생의 성취를 이루는 법." 보통 우리는 누구나 플랜B라는 걸 예비해 두고, 프라이머리 플랜이 좌절하고 난 후의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충고를 듣습니다. 전쟁에서 적국에 상륙해도, 그 공략이 여의치 않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퇴각, 귀환을 위한 배를 항구에, 해변에, 잘 묶어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맷 히긴스는 그런 우리의 온건한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을 합니다. "모든 배를 불태워라!" 전쟁의 신 한신이 정형에서 배수의 진을 칠 때에도 아마 이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사실 애초부터 부실한 플랜A를 만들어 놓고서는, 면피성으로 혹은 합리화를 위해, 플랜B, 플랜C를 거창하게 정교하게 내건들, 목표(무엇이든 간에)가 달성될 리 없습니다. 계획의 완결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처음에 목표로 내걸었는지를 기억하고, 그를 달성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타당한 게, 애초에 플랜A가 완벽하면 플랜B가 왜 필요하겠으며, 멋있게 질 생각을 할 게 아니라 모양새가 좀 빠지더라도 이길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메인 목표가 뻐그러지면, 부대 타겟이 적중되어도 이미 그 의미가 퇴색하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이 세상에는, 무엇을 이루려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사람이 따로 있고, 윗사람에게 아부하며 제 한심한 잇속만 챙기려 들고, 조직을 위한 진짜 기여는 내심 신경도 안 쓰는 분자가 따로 있습니다. 남 눈에 안 띄는 일은 무엇이든 대충대충입니다. 누가 조직에 기여를 하면 그 사람의 창의성이나 재능, 노력은 평가하지 않고, "쟤는 원래 일하기를 좋아하나 보지." 정도로 깎아내립니다. 이런 말을 하는 심리는, 큰 노력을 기울이려 들지 않아서 성과가 이 정도일 뿐 마음만 먹으면 자신도 저렇게 못할 바 없다는 허풍이 깔린 건데, 전혀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은, 어리석고 미숙한 정신을 오히려 자체 폭로하는 꼴입니다. 고작 몰두한다는 게 게임인데, 게임에 그렇게 많은 정력과 시간을 쏟지만 심지어 게임 실력, 레벨조차 변변치 못합니다. 어디 가서 게임한다 소릴 떠들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비방꾼(p60), 훼방쟁이 등은 조직에 암적인 존재인데, 안타깝게도 제법 큰 규모의 기업에도 꼭 이런 분자가 한둘은 끼어들어 물을 흐리기도 합니다. CEO와 관리자는 이런 아무 쓸모없는 직원을 내몰아야 합니다. 이런 자가 혹 서투르지 않게 다루는 분야가 있다 해도, 십 수 년 동안 반복되어 못할래야 못할 수가 없는 극 루틴, 먼데인 워크(mundane work)일 뿐입니다. 본인이 쿠사리먹어가며 고생스럽게 익혔던 과정은 생각도 않고, 이제 알량한 감투 하나 썼다고 신참들한테 야비한 소릴 해 가며 닦달하는 꼴이란 가관도 아닙니다. 저자는 이런 쓸모없는, 어디가 고장난(p61) 직원들에 대해서도, 세상에 이런 인간들이 설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거꾸로 이런 자들을 데이터삼아 자신의 프로젝트를 더 치밀하게 밀어붙일 의지를 다지라고 충고합니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NFL의 로고는 우리들도 알듯, 또 이 책 p118에 나오듯, 방패 모양입니다. 이 로고가 진짜 그런 뜻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 저자는 이미 잘나가는 부유한 리그의 타성, 관성을 비판하기 위해, 이 조직이 자체 관습, 관행에 대해 과도하게 보호(방패를 뜻하는 shield가 원어이겠습니다. 우리도 시쳇말로 "실드친다"는 표현을 간혹 쓰죠)하려 든다고 풍자합니다. 아무리 현재 잘 풀리는 사업이나 회사라고 해도 혁신이 없으면 결국은 뒷걸음질치게 되어 있습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경영자가 있었기에 세계 정상에 올랐었으나, 그가 쓰러진 후 10년 동안 혁신을 게을리하여 지금 위기설이 도는 모 대기업을 보십시오. 그가 살아있었을 때는 대만의 TSMC 같은 것은 존재감조차 미미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플랜B가 없는 삶은, 경영은, 너무 무모하지 않은가? 저자도 그 점을 모르고서 하는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최고의 경영자들이야말로 확신과 망상의 경계선상(p140)을 아슬아슬하게 걷는다며 그들만의 고충을 대변합니다. 주제 파악이 안 되는 아첨꾼, 기회주의자, 요령꾼들과, 이런 고독하면서도 단호한 CEO의 차이가 있다면, 후자의 경우 자신의 비전이 한순간에 환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위태위태한 현실의 곡예를 아슬아슬하게 이어간다는 점입니다. 플랜B라는 도피구에 유보할 자원이 있다면, 그 정력과 관심을 오롯이 플랜A에 쏟아 처음의 목표를 전심전력으로 맹수처럼 나꿔채야 맞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유리한가? 유명한 몬티 홀 프라블럼도, 결국 특정 조건 하에서는 늘어난 선택지가 내게 더 확률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p190 이하에 소개되는 배리 슈워츠의 실험은 우리에게 의외의 결론을 일깨우는데,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소비자는 오히려 "마비"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의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의 실험 결과는 더 놀라운데, 콜센터 직원 A그룹(여기 아니라도 갈 데 있음)과 B그룹(여기서 실직하면 갈 데가 없음) 중 오히려 후자의 단기 성과가 더 좋았다는 것입니다. 하긴 이래서 대기업 일부 부서에서도 기본 바탕이 부실한 자가 더 오래 버티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간혹 벌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p276을 보면 저자는 선구자, 촉매자와 집행자의 기능과 자질을 구분합니다. 선구자는 큰 스케일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시나리오 작가와도 같은 사람입니다. 촉매자는 나무를 위해 숲을 보는 사람인데,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이른바 "차분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집행자는 거꾸로, 나무를 위해 숲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추진력이 있어야 합니다. 각 구성원을 적시 적소에 배치하여 단번에 플랜A의 목표로 점프할 수 있는 조직이라야 이 험한 경쟁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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