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울과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 - 우울과 불안을 끌어안는 심리학
임아영 지음 / 초록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오십 년 전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제목의 영화도 있었습니다만 사람은 참 독특하게도 알아서 자신을 들들 볶는 동물입니다. 야생의 짐승은 생존에의 위기에 직면하여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만 사람은 그게 아닌데도 순전히 스스로 빚은 망상에 의해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하니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여튼 우울과 불안이 사람을 망치게 그냥 두면 안 될 일이며, 이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전문가라 할 저자분이 쓰신 책이라서인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전에 읽었던 다른 책에서, 정서적 고통을 피하려고 어떤 특정 생각에 의도적으로 빠져 보라는조언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아영 박사는 "이는 정서를 고립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생각은 그 주체인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만 그럴수록 정서적 고통은 심해지며 결국 심리적 파산에 직면한다(p61)"고 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특정 감정이 당사자를 괴롭힐 때 이를 회피해서는 역효과만 빚어지며, 그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서인국 박보영 주연의 드라마 하나를 예로 드는데, 저는 해당 컨텐츠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시청한 이들이라면 저자의 설명에 더 공감할 수 있겠네요.
매 챕터 끝마다 워크북이 하나씩 나옵니다. 학교 다닐 때도 교과 한 단원이 끝나면 익힘책으로 실력을 더 다지듯, 심리 문제는 (물론 이미 규명된 이론적, 학문적 성취도 대단하지만) 어떤 이론으로 아는 것보다(그건 학자들의 몫이고) 자신의 실제 문제, 현실에 대입하여 실천적 의의를 되새기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는 건, 통제가 안 되는 걸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 환상을 가지면 가질수록, 불행을 더 키우고 우울감을 더 악화할 뿐이라고 합니다.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조건에서도 더 쉽게 행복해지고, 혹은 반대로 더 쉽게 불행해지는가? 남과 내가 본래 다른데 구태여 비교해서 남처럼 못되는 걸 한탄하는 게 더 불행을 키우는 길입니다.
남의 취항을 구태여 꼬집어 비판하는 사람도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만, 지나가듯 한 말을 두고 뭔가 있는 양 문제를 키워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현명한 건 아닙니다. 여기서도 저자는 현실을 구태여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들 게 아니라, 그냥 이게 나다, 이게 현실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합니다. 왜 직장에서 깨지면 그러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게 다 내가 못난 탓이라고 받아들이라고. 꼭 우스개만은 아닙니다. 원시인, 동물은 굳이 에고를 갖지 않고,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생긴 대로 있는 대로 마음편하게 쿨하게 수용하는 건 어찌보면 노장 사상과의 핵심과도 통합니다.
내가 실패한 지점만 우울하게 바라볼 게 아니라, 야 내가 그래도 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이렇게까지 노력하는구나, 기특하다, 이렇게 자신을 대견하게도 봐 주라고 합니다. 세상에 내가 내 자신을 이쁘게 보고 기를 살려 주고 격려하고, 이렇게 안 하면 누가 대신 그걸 해 주겠습니까? 아무도 안 해 주면 나라도 나서서 나를 치켜줘야 합니다. 해도 된다가 아니라, 아예 내가 나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p159를 보면 이런 행동이야말로 심리적 죽음이요, 동시에 심리적 소생이라고 합니다.
"말해 줘도 해 줄 게 없네. 그래도 말해요.(p202)" 이건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대사라고 합니다. 어떤 신념, 가치관 같은 것에 괜히 지배당하지 말라고 합니다. 물론 그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는 아주 드문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제는 어떤 강박, 당위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일단 내가 내 감정이 편해져야, 행복의 최소 조건이 달성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원래 긍정적인 성향이 아닌데 애써서 긍정적으로 변하려고 노력한다고 사람 타고난 성격이 변하지 않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