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밋 바 북 - 홈텐딩과 바텐딩을 위한 1000가지 칵테일의 모든 것
미티 헬미히 지음, 양희진 옮김 / 미래지식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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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베버리지, 혹은 약한 도수의 주류를 풍취와 함께 즐기고 싶을 때 꼭 바(bar)에 찾아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도 분위기를 내곤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오래 전에 자리한 풍습이고, 한국에서도 바텐더 테이블을 차려 놓고 멋지게 믹싱하며 손님 접대를 하는 걸 보면 그저 구경만 해도 흐뭇해지고 절로 흥이 나는 듯합니다. 그런 풍습이 생겨난 본국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까다롭게 격식을 따진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습니다만, 이게 회사 접대 차원에서 갖출 걸 다 갖추고 세팅을 해야 하기도 하니 격식을 다 차리는 게 비판 받을 일이야 하나도 없습니다. 말이 앞이 다르고 뒤가 다른 게 문제면 문제겠지 말입니다. 

이 책은 일단 편집이 세련되고, 격식에 맞게 정확한 레시피, 부대 메뉴가 설명되었다는 점이 제게는 유익했습니다(화보가 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누가 마련한 절차가 번잡하고 그럴싸해 보이며 돈이 많이 들었음직한데, 엉뚱한 경우의 예식을 끌어왔다면 그것도 민망한 결과이겠으며, 그간 착각하고 있었던 걸 바로잡아 주기도 하는 유익한 정보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p48을 보십시오. "프리미엄급 술은 단일 종류의 스피릿이 적어도 90%는 되어야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여기서 스피릿이라 함은, 칵테일 믹싱 원료 중 주류만을 따로 가리키는 말입니다. 보통은 spirits라고 복수형으로 씁니다(원래는 "정신"이라고 할 때 그 스피릿입니다). 뭐 복수는 언어 관행상 그리 쓰는 것이지 꼭 여러 종류의 술을 섞는다는 뜻이 아님도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 나온 대로, 단일로 90% 이상이 정석이며, 그 이상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독특하게, 맥주는 이상할 만큼 순정으로 고집스럽게 즐깁니다. 물론 룸살롱 같은 데서 폭탄주 마실 때는 제외입니다만 폭탄주는 풍미나 흥취가 아니라 비즈니스 쇼부(?)를 위한 용도이니 여기서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p92를 보면 맥주 칵테일 제조법이 나오는데 책의 설명도 그러합니다만 이렇게 맥주 기반 칵테일 믹싱도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닌, 독자적 평가를 받아 충분한 레시피임이 맞습니다. 이 페이지에 보면 한국 사람들이 식겁할 만한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비어 버스터입니다. 이름값을 한다고 무려 맥주에 보드카를 섞는 방식입니다. 요즘은 한국에도 러시아, 중앙아시아계 외국인(주로 노동자)들이 유입되어서인지 심지어 편의점에도 보드카 코너가 따로 생긴지 오래입니다(싸구려긴 해도). 보드카가 싸게 들어오니 이렇게 (약하게라도) 칵테일 해 먹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환경입니다. 

p125를 보면 브랜디 코블러라는 게 나옵니다. 브랜디는 한국인들이 착각을 하는데 이게 포도주이긴 하나 고급 술은 전혀 아닙니다. 브랜디 코블러도 그 어원을 알고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이게 약식으로 부담없이, 아는 이들끼리 즉석에서 만들어 먹기 좋은 그런 메뉴죠. 책에도 나오듯이 클럽소다, 혹은 마땅한 게 없으면 어디서 칠성사이다나 트레비 같은 거 사 와서 조심스럽게 붓고 살짝 저으면 되겠습니다. 책에 나오듯 스터링(stirring)이 핵심입니다. 

책이 책이다 보니 리큐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 철자는 liqueur이며 이 프랑스어를 직통으로 들여온 영국에서 이걸 리큐어라고 읽습니다. 인터넷 어디에 보면 이걸 미국식으로는 리쿼라고 읽어서 주류인 liquor하고 발음상으로는 구분이 안 간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어디라고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어디서 그런 엉터리같은 소릴... liquor는 [리커]이며, liqueur는 미국식으로만 [리쿼]라고 읽습니다. 프랑스식으로 리퀘(르)로 읽어 주는 게 정석이겠지만 우리는 영국식, 미국식을 많이 따라들 하니 그걸 또 대세로 봐야 하겠지요. 이 책에서도 그런 취지로 저 표기를 유지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p225를 보면 creme과 cream을 구분하는데, 앞의 creme은 원래 불어로서 앞 음절의 e에 그라브가 찍힌 형태입니다. 저렇게만 보면 불어와 영어의 차이일 뿐 둘이 뜻이 원래는 똑같아요. 불어는 저걸 그라브 때문에라도 [크렘]이라 읽고, 영어도 간혹 크렘이라고 발음합니다만 그냥 똑같이 크림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레시피에서는, 책의 설명대로 creme은 에멀전(emulsion)이며(여성들은 이게 뭔지 대강 짐작이 될 겁니다), cream은 미숙성 브랜디를 인퓨징하는 걸 가리켜서 서로 구별됩니다. 이 책처럼 꼭 주류가 아니라, 두루 다른 음식 조제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p272에 보면 피나 콜라다가 나옵니다. 책에 피나라고 되었습니다만 "피냐"가 표준 발음이고 미국인 히스패닉 할 것 없이 다들 그렇게 소리냅니다. 경구개 비음(硬口蓋 鼻音. palatal nasal)은, n 위에 비르구릴라, 혹은 틸드를 찍어서 표시하곤 하죠(책 해당 페이지의 원어 중 찍힌 기호도 참조). 아무튼 휴양지 해변에서(뭐 꼭 카리브해가 아니라도) 마시면 제격인 피냐 콜라다! 캬~ 바로 밑에 나오는 피냐 콜라다 누에보는 처음 들어 보는데 세상에는 제가 들어 보지도 못한 고급 아이템이 많다는 점 다시 실감합니다!ㅋ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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