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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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가꾸는 일은 하나의 생명을 아름답게 피워내는 목적뿐 아니라, 그를 가꾸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연 속을 거니는 동안, 식물을 돌보는 동안 감각이 섬세하게 살아난다(p43)." 식물을 돌보는 마음은, 어쩌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하나의 본능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상에 식물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동물이 그를 바탕으로 살게 되었기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당연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떠나, 인간의 마음 한편에는 심미적 목적 외에는 별 쓸모도 없는 아름다운 꽃을 돌보는 것 같은, 뭔가 식물을 그 자체로 아끼고 사랑하는 심성이 분명히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 정재경 대표는 미디어 종사자이자 경영인이며 월간 <샘터>(한국에서 아주 오래된 잡지 중 하나죠. 고 김재순 국회의장이 창간한)에 글을 정기적으로 써 온 필자라고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수시로 확인하게 되는 점은, 식물을 가꾸는 일과 글 쓰기 작업이 매우 닮은 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p63 같은 곳을 보면 200종의 식물을 가꾸며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이 기쁨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는데, 수단이 특정 목적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려면 둘이 닮은 데가 그만큼 많아야 합니다. "다음 책을 쓰지 못할 것 같았던 나는 어느새 여섯번째 책을 쓰고 있다(p67)." 식물을 돌본다는 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글쓰기와 긴밀하게 연결된 듯합니다. 

"꽃은 어디서도 피울 수 있다(p118)." 이 말은 철쭉을 염두에 두고 쓰신 글의 제목인데, 수종에 따라 물론 차이가 크겠으나 어느 정도는 식물 전반에 통하는 말입니다. 물론 어떤 꽃은 대단히 까다로워 여간 정성이 기울여지지 않고서는, 또 특정 기후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무지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사람이 갖은 정성을 다 쏟을 때 희한하게도 의외의 경우에 그 정성에 보답하듯, 내 마음을 비로소 알아주듯 그 술을 열어 보여 주는 게 또 꽃입니다. 저자는 이 글에서 어떤 시련을 이겨내고 주위 보란 듯 꽃을 피워낸 사례 여럿을 소개하며, "병이 들어도 이겨내며 더 예쁘게 피는 철쭉꽃(p123)"의 이치가 사람 사는 세상에도 비슷하게 통한다고 결론 내립니다. 

식물에게 험한 말을 하면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양 시들시들 죽는다고도 합니다. 이미 죽은 식물은 집 안에 두면 좋지 않기에(p136. 사실 저는 이 사실도 신기합니다), 서둘러 종량제 봉투에 넣어 내놓으려 했는데, 뜻밖에 살아나 새로 돋는 싹을 보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들 인간의 생리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짚습니다. 세로토닌이 샘솟는 삶을 지향하는 트렌드가 요즘 부쩍 유행이듯, 사람도 태양 아래 신선한 활기를 맛보고 쪼여야 다시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식물이란 본래가 태양광선을 자양 삼아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존재입니다만, 이 이치가 동물, 나아가 사람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때아닌 봄 장마(?)를 맞아 우리들 모두가 기분이 우울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킨답서스를 보고 저자는 (그게 무엇이든) 매일매일 꾸준히 이어가는 일의 가치를 되새깁니다. 물론 저자는 본업이 글쓰기인 만큼 글쓰는 일에 이 이치를 먼저 적용합니다. "쓰기는 자기를 객관화하는 도구이다(p166)." 매일매일 무엇을 쓰다 보면 그만큼 마음도 단단해지고 나의 영혼도 더 맑아지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렇게 단단해진 마음으로부터 그를 드러내보이는 눈빛도 더 강해지는데, 사람 심지의 단단함이 눈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면 신기합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 너무 가까이하면 좋지 않다는 자작나무(p174). 글쓰기도 비슷한 생리라서 계속 자라지 못하면 어느새 사라진다는 일종의 강박이, 글쓰는 분들에게는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마치 자녀를 돌보듯, 슬슬 아파 보이면 붇돋워주고 돌보는 게 습관화하면, 마치 버려진 싱고니움이 꽃을 피우듯, 우리네 삶도 포기 없이 정성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데서 어떤 보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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