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평균선 투자법 - 차트 분석의 시작과 끝은 이동 평균선이다
고지로 강사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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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법이란, 전문가에 따라 다양하게도 자신만의 기법이라며 내세우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솜솜 뜯어 보면, 강조의 포인트만 다를 뿐 본질에 있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단, 이름난 셰프의 레시피도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성분과 재료를 쓴다는 게 아니라 배합 비율의 미묘한 차이로 승부를 거는 것이므로, 강조의 강약이 정말로 실전에서 효과를 낸다면 그 투자법이란 것의 우월함을 증명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동평균선 투자법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어떤 전문가라고 해도 차트를 아예 안 보고 투자를 하지는 않습니다. 차트를 본다면 호가창, 일봉, 주봉 등과 함께 이평선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평선도 20일선, 60일선 등 여러 가지가 차트에 보통 표시되죠. 세상에 이평선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트 분석도 있을까요? 나아가, 이평선을 고려 않고 펀더멘털 분석, 밸류에이션만으로 올바른 결정이 가능할까요? 이렇게 보자면, 세상에 "이동평균선 투자법이 아닌 투자법"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저자 데즈카 고지 선생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합니다. 차트에서 그 무엇보다, 이동평균선(들)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꿰뚫어봐야, 터무니없는 판단 착오를 피하거나,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올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동평균선 투자법은, 누구나 아는, 아니 안다고 착각하는 이동평균선의 개념을 정확히 분석하여, 가능한 한 차트로부터 가장 많은 정보를 뽑아내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자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어설프게 알았던 이평선의 진짜 함의와 구조를 탐구하자는 것이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상천외한 비법이 아니라 투자의 정석과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아주 건실한 취지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또 어떤 레퍼런스 Db에 의존한다 해도, 다양한 보조지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합니다. p32를 보면, 어떤 전문가들은 특정 보조지표를 대단히 선호하며, 이 보조지표가 특별한 시그널을 보낸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일본도 그런가 본데, 우리 나라도 특정 지표가 특정 (미래) 동향을 기막히게 짚는다며 마치 약장수처럼 화려한 언변으로 내세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하기를 "트레이딩 경험이 쌓일수록 기본 지표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 말에 저는 독자로서 무릎을 치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증권회사에서도, 이런저런 보조지표를 활성화하여 차트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초보입니다. 베테랑들은 기본 차트만 보고서도 뽑아낼 수 있는 정보를 다 뽑아냅니다. 보조지표라는 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그 결정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상황의 가시성을 높이는, 말 그대로 보조지표에 불과하며 어떤 점쟁이의 수정 구슬 같은 게 전혀 아닙니다. 

중등교육과정에서 이동평균, 혹은 가중평균에 대해 공부한 적 있을까요? 가중평균(weighted average)이라면 이름이 가중평균이 아니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10점, 40점, 70점의 평균을 구하라면 세 숫자를 더해 3으로 나누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10점 맞은 학생이 2명, 40점이 7명, 70점이 1명이라면, 각각의 점수에다 그 명수를 곱한 후에 그 숫자들을 다 더해 10명으로 나누면 그게 이제는 바른 평균입니다. 이때 곱하기 2, 곱하기 7, 곱하기 1 등을 하는 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가중평균이 별 게 아니라 이게 가중평균이며, 이동평균은 기간 별로 데이터를 잘라 어느 구간부터 어느 구간까지의 데이터로 평균을 내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건 직접적으로는 초중등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았겠으나, 책 p35 이하에서는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내용 정도만 알아도 독자가 쉽게 이해하게, 저자가 기본에 충실한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기초, 기초... 기초를 먼저 바르게 알아야 더 어려운 내용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태도가 믿음직스럽습니다. 

어떤 지표라 해도 우리가 그로부터 받아들여야 할 바른 신호가 있고, 오신호(誤信號. p47)가 있습니다. 이 정신호와 오신호를 바르게 구별해 내는 능력이야말로 투자자가 차트를 볼 때 가장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왜 우리는 오신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들까요? 저자는 그 이유를 p82에서 "이동평균선 대순환 분석이,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짚습니다. 이동평균선의 직관적 정의와 그 함의에 대해서는 이 책의 챕터1, 대순환분석에 대해서는 챕터 2, 그 중에서도 스테이지 1~6의 구분에 대해서는 p72, 그리고 그래픽으로는 p80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차트에 이미 익숙한 독자라면, 이 저자만의 독특한 terminology에 대해서도, 구태여 사전적 정의의 확인 필요 없이 직감적으로 뜻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보다 탄탄하고 정확한 이해와 공부를 위해서, 책의 저 대목들을 복습하고 후반부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익실현은 짧게짧게,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안전하게 실행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배짱을 좀 키워서 악착같이 먹고 난 후에야 빠져나올까요? 이는 사실 위험선호/중립/회피 이슈가 아니라, 어디가 적정선인지 신호만 정확하게 포착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p80을 보면 저자는 대책없이 횡재를 노리다 결국 높은 층고에 물리고 마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오히려 좀스럽게 성급한 이익실현에만 버릇이 들어 결국 수익은 (정상기대수준보다) 낮고 손실은 (손절은 또 과감하게 단행 못하는 탓에)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에서 못 벗어나는 병폐를 지적합니다. 먹을 건 다 먹고 나오라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기술적 분석은 본래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게 아니라(많은 이들이 이 점을 오해합니다), 현재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점, 저자는 누누이 독자들에게 상기합니다. 현재의 시황을 파악한다는 건 무엇인가? 사려는 쪽과 팔려는 쪽, 어느 편의 힘이 강한지를 이해하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p109 등에 나오는 가속 상승, 가속 하락 등도 매수 포지션, 매도 포지션 중 어느 쪽이 먼저 "던져 버리려는" 낌새인지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며, 차트가 뿜어내는 그 수많은 시그널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해석하는지에 이 판단이 달려 있습니다. 그 신호 해석의 가장 기둥뿌리가 되는 건 바로 이동평균선입니다. 

제5장은 MACD에 대한 설명인데 고급자라면 이 부분만 읽어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른 보조지표와 달리 MACD는 이동평균(moving average)선을 직접 소재 삼아 가공된 지표이므로 이 책 주제와 그대로 통하는 토픽입니다. CD는 convergence, divergence의 약자로, 이평선의 주된 변화가 어느 쪽인지를 판별합니다. 한국 mts, 예를 들면 영o문이라든가 삼성 것에서도 SMA, EMA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p148 같은 곳에서 EMA를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이 설명대로라면 EMA와 WMA가 잘 구별되지 않지만, 어차피 시간상수 t(원래는 로그를 취해 계산되는)가 테일러 급수에 의해 근삿값으로도 통하므로 책의 설명도 결과적으로 타당해집니다. 실시간 차트를 보며 이게 일시적 반락(p58)인지 장기 하락 시그널인지 언제나 헷갈리던 분들은 이 책을 공부하고 어느 정도는 나침반을 마련한 기분이 들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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