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힘 - 조직심리학이 밝혀낸 현명한 선택과 협력을 이끄는 핵심 도구
박귀현 지음 / 심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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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많은 조직들은, "과거의 방식" 더이상 현재와 미래에 통하지 않으리라는 터프한 예상과 관점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동조하는 듯합니다. "무슨 소리야, 이 잘되던 걸 왜 갖다버려?" 같은 반발은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방향성과 비전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졌는데, 현장에서 문제의 절박함에 걸맞는 실천이 이행되는지는 또 별개 문제입니다. 개인의 의식 구조에 비유하자면, "머리로는 충분히 납득했으나 몸에 습관이 배이지 않았고, 가슴으로는 여전히 거부감이 남은" 상태에 가깝습니다. 머리와 손발이 각각 따로 노는 셈이니, 결국 각성도 건성에 머묾이나 마찬가지라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어떤 분은 어학 학습을 두고선 "국영수가 아니라 체육이 되어야 한다"고도 말하던데, 사실 아무리 유용한 방침, 이론이라 해도 학습 단계에 머물면 안 됩니다. 말 그대로 몸에 밴 "체육" 단계에 이르러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옵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을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해 놓은 조직도 왜 현장에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법과 진단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고안한 "도미노론"에 의해 설명합니다. 미국의 경영서, 자계서 저자들이 취하는 태도가 흔히 그렇습니다만, 마인드셋을 바꿔 놓을 패러다임에 대한 설파는 최근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당장 당신의 일상에서 무엇이라도 바꿔 놓을 '방법론'"을 제시하려 애쓰는 게 시장의 대세이며, 이것이야말로 독서 시장에 임하는 유능한 기업가(저자 포함)의 혁신 그 실천이겠기 때문입니다. 혁신을 말하는 저서가 자신은 구태의연한 장르적 양식에 기댄다면 그만큼 큰 아이러니가 또 없겠지요. 혁신은 구색이 아닌 "명실상부"라야 설득력이 있고, 실제적 효용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타성을 일거에 제거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시킬 수 있는가? 저자는 조직 안의 비효율 요소를 일신할, "첫번째 도미노"를 찾아 "바른 방향"으로 넘어뜨리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첫째 도미노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찾은 도미노가 넘어져야 할 바른 방향을 알아내는 것은 그 다음으로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어느 조직, 현장에나 이런 첫번째 도미노 같은 요소, 장애물이 존재하고, 눈밝은 경영진이 반드시 이를 찾아 과감한 혁신의 첫발을 떼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참된 의미의 혁신"과 꼭 구별되어야 할 것이 "기존 코스에 새 메뉴 하나의 추가"라고 지적합니다. 이미 완성도 높게 꾸려진 코스에 사실 새 메뉴를 단 하나라도 전체와 조화를 이루게, 혹은 미식가의 입맛을 새로 자극하게끔 추가하기도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닙니다. 헌데 기존 코스가 변화를 거부하며 테이블을 잔뜩 장악하고 있는 한, 까짓 새 메뉴 하나가 작은 자리를 차지해봤자 참석자의 눈길도 끌기 쉽지 않습니다. 기존의 판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고는, 어렵사리 이룬 새 메뉴의 인트로덕션도 대양에 빠뜨려진 잉크 한 방울처럼 무의미해지기 일쑤이며, 이런 전체적 구조에의 타성적 흡수야말로 모든 혁신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거대한, 그리고 일반적인 함정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엄밀히 말해 혁신이 전무한 조직은 없으며, 다만 혁신의 반가운 새싹이 무심한 분위기에 매몰되고 마는 게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 

"추가된 혁신"은 차라리 "없는 혁신"과 결과에 있어 다를 바 없으니, 타성을 이루는 거대한 판을 통째 엎는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예컨대 삼성이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벤트는 바로 이건희 회장의 "불량품 화형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기존의 관습과 패러다임은 격변하는 현실 앞에 아무 쓸모 없음"을, 모든 조직원이 지켜보는 앞에 거대한 선포식을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데, 이게 바로 20여년전 이건희 회장이 내린 결단과 다를 바 전혀 없습니다. 조직원들의 주의를 확실히 끌고, 절박한 경각심을 고취한 후, 조직 전체가 무슨 방향으로 나갈지 분명히 정하는 게 CEO 결단의 핵심 의의라는 것입니다. 

가장 어려운 건 첫걸음을 확실히 떼는 "결정"이며, 이 결정에서 혁신의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이 방향이라는 게 "모든 타성을 일소할, 도미노가 넘어질 바른 방향"임은 이미 앞에서 지적되었습니다. 이처럼 올바른 방향이 정해지고서도, 도미노 게임을 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마디마디에 어떤 결절이 발생하지 않아야 연쇄 전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죠. 관리자는 첫 도미노가 제대로 넘어진 후에도, 바른 방향성이 지속되도록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의 적절한 사례를 여러 기업들의 현장 관리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독자에게 알기 쉽게 편집하여 들려줍니다. 이를 두고 "깜빡이(블링커)"와 "룸미러"의 기능에 간명하게 비유하는 데서 저자의 재치가 드러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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