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 전면 개정판 크레이지 홀리데이 4
최인호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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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중 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중점 화제로 삼는 커뮤니티, 약칭 네히트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의 운영자인 최인호님이 그간의 노하우와 지식,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습니다. 어느 커뮤니티라 해도 그곳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대개 눈팅 3개월이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히말라야 같은 곳의 트레킹이라면 3개월 아니라 1년이라 해도 커뮤니티에 축적된 소중한 지식을 터득하기 힘듭니다. 트레킹이나 등반이라는 게 애초에 지식으로 모두 커버될 만한 활동이 아니며, 하다못해 국내 고봉이라도 두루 둘러본 후에야 첫걸음을 간신히 떼었다는 소릴 들을 만하지만, 여튼 어느 정도 심신의 준비가 마쳐져 히말라야에 도전해 볼 만하다 여겨진다면, 이 책을 읽고 지식의 단계에서 갖추어야 할 모든 사항을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혹 이미 히말라야에 도전했었으나 결과가 여의치 않았던 분이라면, 역시 이 책을 읽고 내가 어디서 부족했는지 그 패인을 짚는 레퍼런스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p90을 보면 "예전에는 가이드나 포터 없이 트레킹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독으로 극기 훈련 삼아 트레킹을 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실 아직도 이런 과거의 통념을 갖는 이들이 많으며, 가이드 포터 등은 그저 옵션이고 진정한 트레킹은 독고라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법이 바뀌어 가이드, 포터 중 한 명은 반드시 고용을 해야 한다고 책에 나오네요. 무모한 행동, 욕심은 절대 금물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백두대간 완주, 마라톤 풀코스 성공, 이런 대단한 경력들이 고소(高所) 적응에는 별 큰 도움이 안 된다고도 합니다. 내가 딴 건 몰라도 체력은 자신있어, 이 정도 자신감으로 함부로 만용을 부렸다가는 "원인도 모른 채 트레킹 중 실종되어 시신도 못 찾는" 이들 중에 불행히도 속할 수 있습니다. 

등반은 등반이고 트레킹은 트레킹은 트레킹입니다. p38~p39를 보면 두 활동 사이에 차이점이라는 게 이렇게나 많았나 싶게, 표 형태로까지 정리되었습니다. 책에서 규정하는 대로, 둘 사이의 차이는 단 한마디로, 등반은 원정대의 활동인 반면, 트레킹은 자유배낭여행입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설령 트레킹 포맷이라 해도 가이드나 포터 고용은 필수입니다(2023년 4월부터). 트레킹 코스는 매우 다양하며 정말로 우리 나라 뒷산 정도 오르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코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지대의 경우에는 "등반"에 준하는 대비가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p86에는 솔로 트레킹도 분명 트레킹의 한 형식이며 다만 어지간히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야 (최소 형식인) 포터 1인 고용만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겠다고 권고합니다. 이건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인데, 포터에게 가이드 역할도 부탁하고 싶으면 따로 비용을 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식사 문제도 은근 예민한 이슈입니다. 일단 저자는 p112에서 네팔인들은 하루 두 끼만 먹는다고, 그 리듬을 맞춰 주고 패턴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또 이 책 곳곳에서 언급이 되지만 롯지(lodge)라는 게 히말라야 여러 군데에 있으므로 그곳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냥 등을 위해 야외 숙박을 위한 임시 거소를 마련하는 건 영국인들의 오랜 풍속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제공되는 육류는 수쿠타라는 게 있는데 이게 버팔로 훈제라고 나오네요. 못 먹어 봤지만 참 독특한 맛일 듯한데 저자께서는 좀 질기다고도 합니다. 

등반도 아니고 트레킹이라고 하면 코스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핵심내용이자 최고의 장점은 바로 p155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실전편입니다. 특히 지도가 다양한 포맷으로 삽입되었는데 이런 목적도(目的圖)는 인터넷에 막상 찾아보면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대중적인 코스가 안나푸르나 인근이다 보니 지도만 봐도 인프라가 많이 마련되었구나 싶습니다. 카트만두에서 불과 2km 거리인 위치인데, 해발고도 기준점으로부터도 2840m 떨어진 곳이기도 하죠. 2840m 고도에서 보내는 밤은 어떤 기분일지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글쎄 한국에도 요즘은 워낙 다양한 체험을 한 분들이 많습니다만 p198 이하에 소개되는 좀솜-고라파니-포카라 코스는 많은 이들이 처음 보는 경로가 아닐까 저 개인적으로 추측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다른 코스들도 그렇지만 소개가 참 구체적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히말라야 다녀온 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책에 소개 안 된 코스가 과연 있을까 싶을 만큼 정말로 정보가 망라적입니다. 개별 코스에 대한 정보들도 정말 구체적이라서 트레킹 엄두도 못 내던 독자한테까지 어떤 동기를 유발합니다. 

아무리 트레킹이라 해도 히말라야 최고봉이 포함된 코스라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게 당연합니다. p230을 보면 쿰부 히말라야에 대한 지형 설명과 함께 접근 방법까지 자세히 풀어 주는데 이래서 최인호 운영자님 책을 보고 다들 감탄하는구나 싶습니다. 루클라 공항도 여행 많이 하는 사람한테는 그 자체로 로망인 장소인데 책에 나오듯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라는 평판에도 눈길이 갑니다. 또 셰르파들은 직업군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원래는 종족 이름입니다. 이들 이름을 짓는 컨벤션이 요일을 따르는 것이므로 혹 이름이 같다 하여 섣불리 가족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랑탕 밸리 코스가, 한국인들 체험담을 들어 보면 가장 무난하면서도 히말라야 다녀왔다고 하기에 덜 민망한 경로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딱 거기에서 멈추기엔 또 뭔가 아쉬운 분들에게 권할 만한 데가 고사인쿤드 확장 코스라고 합니다(p315). 책에 보면 11일분으로 계획한 표준적인 코스가 제시되는데 딱 9일차에 라우레비나라까지 딱 오르고 남은 2일 동안 카트만두로 복귀하는 일정입니다. 또 랑탕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대부분을 섭렵하려면 p322에 나오는 랑탕 히말라야 서킷이 권장된다고 합니다. p330에 나오는 무스탕 왕국은 수백 년 동안 독립된 왕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렸으나 18세기 말에 네팔의 보호국 신세로 떨어졌으며 2008년에는 아주 합병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도 필요 없어지면 비정하게 버리는 미국 외교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다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 미국은 당시의 선택을 후회할까요? 

사진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지도가 정말 많이 실려서 히말라야 트레킹 가이북의 가히 결정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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