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 - 모든 산업을 지배할 인공일반지능이 온다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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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박사님과 제롬 글렌 대표 공저의 세계미래보고서가 올해에도 나왔습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며, 책의 규정(p11)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라고 합니다. 저자들은 여태 이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가 다뤄 온 갖가지 신기술들이 결국은 모두 AI로 수렴한다고까지 이 책 서문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올해판은 그간 긴 길을 걸어 온 시리즈에서 하나의 소결, 중간정산 역할을 한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State of the future가 영어 타이틀인데, 원래 state라는 단어 자체가 따로 수식어가 없어도 첨단이라는 뜻을 품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이들이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그 근원은,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컨텐츠에서 익히 묘사했던 대로, 월등한 기계지능이 많은 허점을 지닌 인간의 지성을 지배하려 들지 않겠냐는 상식적인 공포감이었습니다. 이제 강인공지능(책에 따르면, AGI와 같은 의미)이 발전하니, 많은 이들이 우려 반 호기심 반 갖가지 질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 30개를 추려 제시하고, 각계 권위자, 전문가들의 답변을 깔끔하게 발췌하여 서문 다음에 정리했습니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슈까지도 선제적으로 제기하였기에, 그에 따른 답변이 설령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현 단계에서는 상당히 만족할 만한 내용이 서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p47을 보면 엘리에저 유드코프스키 박사, 통계적 결정이론의 세계적 대가가 아주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밝힙니다. 가치정렬을 어떻게 달성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모르겠다.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만큼 간단하고 분명한 답을 내놓습니다. 이런 미래 진단류의 서적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장황하고 현학적인 얼버무림보다는, 이렇게 차라리 모르면 모르겠다고 우리가 솔직하게 현황을 알 수 있는 답변이 낫다는 건 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부정적인 독자라면 이 답변에 환호할 것이고, 긍정적인 독자였다면 현 단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더 정확하게 이슈 포커싱을 할 수 있어서 좋을 듯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에 나온 전문가들의 답변들은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오히려 더 흥미롭습니다. 판단은 독자의 지성으로 알아서 도출해야 합니다. 

모두 6챕터로 구성된 책은 p97에서부터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번역 이슈는 p131에 나옵니다. 번역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혁명의 가속화 추세와 함께 많은 이들이 거론하고 시제품이 여럿 나왔으나 그 성능이라는 게 지금 우리가 보는 정도이며 사실 냉정하게 말해 별 발전도 없었습니다. 독일의 딥엘이라는 제품은 확실히 기존의 서비스와 다른 면이 있는 듯하나 그 귀추는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서는 고대어 번역도 논하지만 고대어는 대체로 오래 전에 발전을 멈춘 언어이며 이들은 대등한 언어간의 호환보다는 암호 해석의 관점에서 다루는 게 맞지 않냐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미 뉴스의 경우 AI "기자"들이 많이들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편집, 전달의 기계적인 수행을 두고 과연 뉴스 작성이라고나 부를 수 있겠는지 p170에서 아주 직설적으로 꼬집습니다. 뉴스라는 건 저널리스트가 때로는 목숨을 걸고 현장에 찾아가서 자신의 오감으로 포착한 실황을, 자신의 영혼을 투사하여 시청자와 독자에게 전달하는 결과물입니다. 기계가 만드는 뉴스라니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 아니겠습니까. 앞서 말했듯이 생성형 AI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기계 기자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챗GPT 같은 게 나온 지금, AI 기자는 신뢰도 문제 때문에 그 존립에 대해 더 회의적인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AGI가 워낙 게임체인저이다 보니, 책은 이것의 등장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유보적 결론이긴 합니다. 

신약의 발견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하며 이 과정에 투입되는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됩니다. p200에는 할리신이라는 신약의 발견 과정을 통해, AI가 이제 신약 개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독자에게 잘 보여 줍니다. "10년 걸릴 일을 단 며칠로 줄였다." 사실 AI에 대해 터미네이터 등의 스카이넷이 너무 나쁜 이미지를 미리 심어 준 탓에(AI에 대해서는 터미네이터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SF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뤄 오긴 했는데 항상 나쁜 포지션이었습니다. 2001년의 스필버그 영화는 예외) 우리가 막연한 거부감을 갖습니다만 이처럼 의약학 발전에 기여하는 양상을 보면 생각이 싹 달라지죠. 또 p254에 보면 폐플라스틱 처리에도 AI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면 알킬방향족 전환에 필요한 촉매의 산-금속 최적배합비율을 찾는 시간을 그만큼 단축했다는 뜻입니다. 두 사례는 예거(例擧)의 맥락이 같습니다. 

지난세기 질소비료의 발명으로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난제였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한 듯 보였습니다. 이후 GMO라는 방식이 또 등정했으나 두 방법 모두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습니다. p303에서는 동물 면역 체계를 식물에 도입해 그 수확량을 늘린다(병충해를 줄임으로써)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현실화하는지가 재미있게 서술됩니다. 동물도 그렇지만 식물의 진화 역사는 병충해와의 투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인데, 실제로 지금도 각종 식물들이 천적과도 같은 병충해를 만나 멸종의 위기에 몰리기도 합니다. 이 역시도 특정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동식물 하이브리드 분자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AI의 연산 능력이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겁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론적 가능성으로만 운위되었을 뿐 현실에서 발견이 되지 못한 게 반물질이라든가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과제 등입니다. 우리가 <평행우주> 같은 베스트셀러를 통해 잘 아는 미치오 가쿠 교수가 p343에 언급됩니다. 핵융합 램제트 엔진도 그의 아이디어인데, DRACO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서도 인공지능은 수없이 많이 발생할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 줍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규범의 문제와 웰빙 이슈를 해결함으로써 AI는 인류의 삶의 질마저 개선시키는 순기능이 더 많다는 것이니 두려움 없이 이 뉴 프런티어를 개척하려는 의지와 지혜만이 인류에게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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