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노멀 -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글로벌 트렌드 HOT 30
로히트 바르가바.헨리 쿠티뉴-메이슨 지음, 김정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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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라는 건 본래 자주 변해서 트렌드입니다. 10년 후에는 한때 아무리 핫했던 트렌드라 해도 촌스럽게 보이거나 아예 잊혀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어떤 흐름은 쉽게 변하지 않고 하나의 새로운 표준을 형성합니다. 새롭게 자리를 잡은 하나의 표준을 "뉴 노멀(p13)"이라 부르는데, 이 책에서는 10년 후의 미래에 도 여전히 사람들을 사로잡을 30대 트렌드에 대해 설명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싸o월드 같은 곳에서도 그랬지만 소셜 미디어라는 게 온라인상의 친교라는 본연의 목적을 떠나 과시와 허세의 장이 되곤 하는 게 현대의 큰 병폐입니다. p30에도 나오듯이 해시태그 #blessed는 이제 가상공간에서는 원의를 잃고 비꼬는 의미로 쓰이기 일쑤입니다. p31에는 아예 "온라인 프레즌스"라는 개념이 공식화하다시피 하여, 현대인들이 그것도 인생에서 하나의 낙으로 삼고 가짜 정체성을 열심히 가꿔 나가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프로테우스 효과"라는 용어도 우리 독자들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지식 체계를 배워나갈 때 이걸 공부의 대상으로 삼으면 능률도 안 오르고 그 과정이 무척이나 괴롭습니다. 반면 같은 사항이라 해도 게임이나 놀이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익히게 하면 아이는 그게 공부인지 뭔지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과 원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처럼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새 그 성과가 냄새처럼 몸에 배게 되는 효과를 두고 "스텔싱"이라 부르며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로블록스 社가 개발한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p100에 나오듯이 퓨처 노멀이 되려면 어느 정도는 표준적인 현대인들이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류라야 하겠습니다. 또 "신기술과 기술 혁신의 대부분은, 고가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럭셔리 소비자를 타깃으로 시작하며, 이는 시제품을 개발하는 초창기의 반복(iteration) 과정에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라는 구절에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건강과 웰빙(well-being)은 아직까지는 삶의 부차적인 가치에 불과하지만, 노령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할 미래에는 이 사항이 소비의 으뜸 목표가 될 사정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은 장기 플랜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삼국연의에 보면 이른바 칠보작시라 하여 형 조비가 동생 조식에게 무리한 미션을 내지만 조식은 오히려 천재적인 시작(詩作) 능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중근세 궁정에서는 마치 오늘날의 힙합 래퍼들처럼 즉흥적으로 라임도 의미도 모두 갖춘 운문을 창작하는 문예인들이 총애를 받았는데, 그런 천재들에게도 쉽지 않을 3초 만의 창작이라는 게 현대의 AI한테는 가능합니다. p124에 그 좋은 예 하나가 소개되는데, 다만 저는 이 예가 진정 생성형 AI의 창작력을 증명하려면, 질문에 버글스의 "비디오 킬 더 레디오 스타"를 언급하지 말고 AI 시대의 위력을 표현하는 lyrics를 만들라"고만 했을 때 저 노래를 모티브로 삼은 저런 답안이 나왔다면 모를까, 이미 힌트를 다 주고서는 그렇게까지 감탄할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이번 코로나 유행기에도 미국에서는 트럭 운전사가 부족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자율주행이라는 게 물론 공유경제 메가트렌드와 모바일 네트워킹 기술의 혁신 덕분에 가시화한 목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고 순전히 vehicle만 기계적으로 돌려서 자원 운송을 이루려는 보다 낮은 레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스타트업 아인라이드(p139)가 이 자율주행 섹터 중 운송산업의 발달을 상징하는 좋은 사례로 책에 제시됩니다.  

다양성 이니셔티브라는 게 가장 침투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가 아마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패션 산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살찐 모델, 비(非) 백인 들도 런웨이에 자주 서는데 아름다움이라는 게 종전처럼 백인 위주로 짜여진 어떤 고정된 표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개성, 취향, 배경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어떤 합의 때문입니다. p166에 나오는 이른바 비콥(B corporation) 인증이라는 시스템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비콥 인증의 핵심적인 기능은, 소비자로 하여금 죄책감을 덜어낸 소비를 가능케 하려는 보다 차원 높은 기업 전략으로도 평가됩니다. 

이제 기업이란,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성장하는 산업 단위로 정착해야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습니다. NFT라는 것도, 어떤 특별한 이벤트나 사람들이 길이 가슴에 남길 만한 가치와 결합할 때 가치가 급상승할 수 있으며 그 좋은 예가 p222에 나옵니다. 정부라는 걸 무작정 "부르주아들의 위원회"로 보아 불신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겠으나 굿 거버넌스라는 가치 실현을 통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의 장으로 재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질소비료의 발명 이래 인류는 기아의 공포로부터는 해방되었으나 각종 부작용과 유해 물질의 위협으로부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합니다. p269 이하에는 청정농업, 즉 화학비료라든가 GMO 등을 쓰지 않고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신개념 농업이 소개됩니다. 이들 농업의 특징은 스마트 도시의 순기능들과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비용도 절감하고 시민들과의 정서적 유대까지 증진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와 단절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혁신가들, 몽상가들, 이상주의자들이 모여 빚어가는 게 미래이며 또 미래의 새로운 표준입니다. 변치 않는 건 그 가치가 인간 심성의 어떤 깊은 곳에 호소하는 근본의 힘을 지니기 때문이며 그것을 정확히 캐치하는 게 살아남고 번영하는 기업의 인사이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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