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종 박사의 경제대예측 2024-2028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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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중 p16을 보면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社가 12년 만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린 사실을 저자가 언급합니다. 이 책은 초판이 11월 1일에 발매되었다고 나옵니다만 원고는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마무리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지난 8월의 일이었으며, 최근에는 영향력이 더 큰 무디스가 역시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내렸습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재정 악화, 국가 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퇴보 등이 주된 원인이며,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과연 2024년 이후의 경기 회복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선 물음표를 던집니다. 미국처럼 세계 경제의 운용과 방향성, 트렌드, 동력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나라에서 국가 경영 기조가 저렇게 문란해지면, 과연 생산성이나 경제적 사기, 혁신하려는 의지 등이 앙양될 수 있겠는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였습니다. 

p56에서 저자는 2022년 8월에 있었던 키신저의 중국 방문 그 의의에 대해 길게 언급합니다. 키신저는 1970년대에 있었던 세계적인 데탕트 기조와 중미 간의 핑퐁 외교를 이끈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반 세기만에(물론 그 사이에도 여러 차례 방중했습니다만) 다시 세계적인 주목이 쏠린 컨택을 중국향으로 시도한 것은 물론 양국 간 고조되는 긴장의 완화가 목적이었습니다. 책에는 바이든 정부의 기후 특사 존 케리도 동행했다고 나오며, 이 사람은 2004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와 부시 2세와 붙었던 인물입니다. 이 화제가 왜 중요한가 하면, 중국 공산당 당국이 대외적으로는 미국 관료에 대해 아주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파천황의 외교 혁명을 이뤄 냈고, 현재도 올리브 가지를 들고 와 양국 사이의 우호를 설파하는 이 노학자를 이면에서 열렬히 환영하는 데서 중국 고위층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라는 미승인 국가가 있는데 구 소련 구성국이었던 몰도바에서 러시아계 주민, 혹은 친러시아 성향 국민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p64를 보면 러시아가 이 지역에 근대를 주둔시켰다고 나오는데, 미국 등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강화하자 러시아도 장에는 멍 식으로 대응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2014년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가, 전쟁의 파급효과, 그 중에서도 증시 등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또는 세계 물가 앙등에 대해 언급합니다. "경험은 바보의 가장 좋은 학교"라는 말이 있는데, 푸틴의 러시아나 (몇 년 안에 트럼프가 컴백할 가능성이 큰) 미국이나 이 점을 모를 리 없다는 게 저자의 추론입니다. 

현재 미국도 부동산 시장이 큰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 이 책 p80에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아직도 나쁜 영향을 사방에 끼치는 중인데, 특히 인플레이션 효과라는 게 원래는 임대인들의 렌트 상승에 명분을 주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그러나,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이에 따라 미국 부동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여(왜냐면, 은행에 예금하는 편이 나았으니까), 앞서의 저런 예상은 빗나가고 거꾸로 렌트 상승이 둔화하는 추세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임대 시장이 이처럼 별 재미를 못 보겠다는 전망이 강화하자 돈이 이쪽으로 몰리지 않게 되고, 따라서 시장 자체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게 전망의 대세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에서 이쪽으로 대출을 안 해 주게 됩니다.  

p98에는 1990년도 이후로 중요 사건의 타임라인과 경제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표가 나옵니다. 맞은편 페이지에는 저자의 상세한 주석도 달려 있어서, 시대별로 사건들과 경제 성장 사이에 어떤 영향이 오고갔는지 독자들이 일별할 수 있습니다. 이 각주에는, 해당 연도에 미 의회에서 통과된 중요한 경제, 회계, 세제 관련 법률 개정 내용이 담겨서, 제도의 변혁이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저자의 관점에서" 일단 고찰할 수 있습니다. 단, 해당 연도의 이벤트에 대해 다른 배경 지식이 있다면 이 책과는 다른 결론의 도출도 가능하겠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피크 코리아"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그 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하던데, 이 책에는 피크 중국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자나 후자나 모두, 해당 나라가 지금이 최정점이며 이제 꼴아박을 일만 남았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은 아직 메모리반도체가 쌩쌩하고, 경기를 많이 타긴 하나 석유화학과 철강, 조선도 의외로 중국에 덜 추격당하여 아직 경쟁력을 유지 중이라서 피크 코리아론은 일본에서만 호응을 얻는 중이긴 합니다. 그런데 중국 경제 위기론은 사방에서 제기되었고 그 주장들이 기반한 근거들도 제법 탄탄한 편입니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중국이 지금쯤 세계 1위에 올라섰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는데 그 결과는 반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책에서는, 중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개인의 창의를 보다 넓은 폭으로 허용하고, 이를 통해서만 기업의 혁신이 가능하리라고 내다봅니다. 

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떠돌았던 사진이 잘 말해 줬듯 중국의 부동산 산업의 부실상은 진즉부터 매우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헝다 사태가 터졌으나 당국이 개입하여 간신히 봉합했고, 얼마 전에는 또 비구이위안(碧桂園. 벽계원)이 물의를 일으켜 위기론을 증폭시켰습니다. 시장에 산업의 수급을 맡기는 건 개인과 기업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기민하게 뛰어다니는 중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춰지고 혹 결과가 안 좋아도 몇몇 개인이 책임을 지면 그만이기 때문에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국가나 정부가 어떤 계획 하에 산업 전체를 통제하면, 결과가 나쁠 시 자원 배분 비효율에 대한 책임을 전체 국민과 나라가 져야 하므로 문제가 큽니다. p250 이하에는 이른바 LGFV, 지방정부 자금 조달 기금의 문제라는 게 집중 분석됩니다. 

책 p282 이하에서 저자는 러-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하여 앞으로 전개 가능한 여덟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여 2024년, 멀게는 2028년까지의 경제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얼마 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충돌이 확산하며 3차 대전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호들갑도 일각에서 나왔으나 결과는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고 이란 등이 결국 말만 내세웠을 뿐 하마스를 돕는 아무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하마스 수뇌부 소탕 선에서 마무리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책에서도 누누이 강조하듯, 경제의 큰 방향성 전환에는 어떤 시그널 같은 게 분명히 발생하며 이를 조기에 예리하게 캐치하는 게 경제 주체들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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