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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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무엇인가?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려고 고민해 왔습니다. 많은 현인들이 이 질문애 대해 다양한 답을 제시했으나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합당한 답이 나오는 그날, 아마도 소모적이며 비생산적인 모든 분쟁들 중 상당수는 중단되고 개인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공정"의 이슈는 인간의 문명과 사회가 중시했었고 지금도 그 해결에 많은 공을 들이는 오랜 난제라고 하겠습니다.  

존 로크는 2권 분립론의 창시자이며 <시민정부론>이란 명저를 통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초석을 놓은 이론가입니다. 책 p52에 나오는 1689년은 (본문에 나오는 대로) 권리장전이 제정된 해이며, 그 직전해인 1688년에는 명예혁명이 일어나 제임스 2세의 폭정이 멈춰졌습니다. 이 사건은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의미가 깊으며, 이로써 중의(衆義)를 모으지 않고 개인이나 소수의 뜻에 의해 정치가 전단되는 시스템은 부도덕, 불의, 불공정한 체제로 당연하게 단죄되기 시작했습니다. 독재는 불공정하고, 민주주의는 정의롭고 공정한 시스템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그저 정보를 전달하는 부호, 도구가 아니라 그 안에 생각과 가치를 표현하는 오랜 지혜가 담긴, 하나의 집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원제 일부이기도 한) fair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를 먼저 탐구합니다. "공정"이라는 영단어는 disinterested, impartial, just, neutral 등이 있겠으나, fair는 저런 것들과는 좀 다른 기원을 갖습니다. 책에도 이 단어의 다양한 용례가 나옵니다만, 호주라는 나라의 국가(國歌. national anthem) 제목부터가 벌써 Australia fair입니다. 아름답다고 번역해도 되지만 그 외에 뭔가 순결하다, 신성하다, 감히 범접하지 못하겠다 등 다른 의미도 풍깁니다. 그러니 영어 화자의 먼 조상들은 "공정"에 어떤 심미적인 뜻을 부여했나 보다 하는 저자의 의견에도 우리 독자들이 끌릴 만한 것입니다.         

우리가 공정하다, 불공정하다를 거론할 때에는 아마도 거래,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무엇을 거래(p108)할 때에 가장 자주 떠올릴 만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컨대 fair enough라고 하면, 이게 겉으로 드러난 의미외는 달리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쩌겠어" 같은, 그럭저럭 타협하겠다는 감정을 나타냅니다. p132에 보면 아무리 일부 현자들이 고대에 "공정"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해도, 아테네나 로마는 노예 없이 운용이 불가능한 경제 체제였고 거주자의 태반이 노예였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드러난다고 나옵니다. 

애덤 스미스(p161)는 경제학의 개조로 불립니다만 피도 눈물도 없는 합리성만을 추구했던 이가 절대 아니었고,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을 봐도 알 수 있듯 적어도 한 시대의 시민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공정과 정의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척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드러납니다. 흔히,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말이 표현하듯, 어떤 봉건적 굴레에 의해 작동하던 경제 활동의 구조나 패턴 같은 것이, 이제 형식적으로는 대등한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해 운용되기 시작하면서 더 고도의 효율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이라는 것은 이처럼, 인류가 어떤 체제 하에서 살고 거래하고 활동했건 간에 단 한 번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본 적이 없던 가치였습니다. 

대체로 자본주의라는 건, 공정의 가치와는 상당히 먼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이끌려 온 면이 있습니다. p254를 보면, 존 피어먼트 모건이나 록펠러 같은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robber baron, 자본주의의 첨단에서 가장 살벌한 형태로 과실을 취해 온, 범죄와 합법의 경계선상에서 곡예를 펼쳐 온 이들이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들에 의해 쓰였지만 사람들은 결코 그들을 "성공한 사람들"이라며 찬양하지만은 않았습니다. p255에는 저자의 "자본주의는 철학이 아니라 힘이다"라는 명언(?)이 나옵니다. 

현대는 레거시 미디어의 힘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특히 20세기에 매스 미디어라 불렸던 TV나 라디오, 거대 신문의 영향력은 무척 강했습니다. p284에는 모한다스 간디 등이 말한, 미디어의 위력에 대한 냉소적인 명언들이 소개되는데 한때 진실 자체를 호도하고 은폐할 만큼 무소볼위였던 언론에 대한 그그들의 생각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의 권력은 요즘 일부 인플루언서들에 옮아올 만큼 급격한 변모를 겪는데, 공정이란 가치는 특히 미디어가 사실과 사람들을 다룰 때 부각된다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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