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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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어리석음은 가까이에 있고, 격조 있는 문화적 삶은 광기 어린 폭력과 유치함 앞에서 사라집니다.(p55)." 과거의 철학자 플라톤도 말했듯이, 우리 인간은 본래 어떤 완성된 형태의 이상적인 삶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럴 잠재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현실적 한계 때문에 적당히 권력과 타협하고, 그 과정에서 기성 제도화한 악에 동화되어 갑니다. 개인이 양심을 팔고 타락하는 첫 발걸음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근세 계몽철학은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대륙의 합리주의요 다른 하나는 영국의 경험주의였습니다. 책 p64에서도 소개하듯이 전자는 방법론으로서 연역법을 내세웠고 후자는 귀납법이었습니다. 연역법은 논리적으로 어떤 오류는 없으나 대신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어떤 독단에 빠질 우려가 큽니다. 귀납법은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할 여지와 가능성이 크지만 이른바 "닭 먹이를 주는 손의 오류"가 잘 말해 주듯 갑자기 나타난 치명적인 오류 한 방에 모든 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전자가 그르고 후자가 바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두 가지 방법론을 경우애 따라 적절히 구사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사람은 그 예전의 무지몽매, 아니 거의 짐승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대견스럽게도 여기까지나 진화하여 풍족하고 문화적인 삶을 누리는 지경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p72에 나오듯 여전히 맹목적인 폭력과 비도덕적인 행동에 가까이 있으며, 실제로도 무지하기 짝이 없고 막무가내이며 그저 힘의 논리에만 굴복하는 비뚤어진 심성을 지닌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나의 처지를 벗어나 남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줄 아는 여유와 합리성을 갖추자는 제안을 하는 듯 보이는데,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더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 본인만 억울한 줄 알며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각종 모순이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것입니다.     

p89에서 저자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을 인용하며 "모험의 감행"이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 역설합니다. 사람은 그저 자신의 작은 틀 안에만 머물면 어떤 발전이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기업가, 개척자 등은 험한 바다를 뚫고 풍랑에서 죽을 각오를 품고 미지의 세계로 나섰으며, 물론 운이 없어 목숨을 잃은 이들도 많았으나 결국 목표를 달성한 이들도 있었고, 이들의 소중한 업적이 후세에 전해져 추가 희생 없이 인류가 편의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도 그저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는 곳은 이 극심한 변화 속에 결국 도태되며, 반대로 기민하게 트렌드를 좇는 곳은 살아남아 승자가 되는 것입니다. 

p133 이하에는 염세주의의 폐단이 비판됩니다. 사람의 앞날은 그저 미지에 둘러싸였으며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정확히 맞힐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걸 낙관적으로 보고 진취적으로 개척하는 사람도 있고, 비관주의에 빠져 머뭇거리다 모든 것을 놓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손에 넣을지는 그 사람의 마인드셋과 기백에 달렸습니다.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마음에는 어떤 비생산적인 원망이나 불길한 비관이 깃들 시간이 없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p144). 이 역시 개척적이고 도무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에게만 가능합니다. 염세적인 정신에게는 그저 매사가 위기이며 파멸로 치달을 갈림길일 뿐입니다. 그래서 창발적인 기업가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기회이며 행운의 여신이 내미는 손길입니다. 썩은 우상을 파괴해야(iconoclastic) 젊은이의 앞날에 새로운 서광이 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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