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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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도 중요한 목표 몇만 남기고 모조리 버리라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이루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한정된 시간 동안 현실적으로 우리들이 이룰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동양권에서 보통 불혹의 나이라고 하는 마흔이라면, 이제는 무엇을 더 그러모을까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은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좋은 사람인 척 하지 말라고 합니다(p62). 사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한테건 모나게 굴어서는 안 되고, 평판 관리를 하려면 나이스한 매너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무리 내가 그래봐야 책잡으려는 사람은 기어이 무슨 말을 지어내도 지어내기 마련입니다. 그럴바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한데... 책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며, 우리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애써 가면을 쓰려 들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책에서는 관련 실험 결과를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해 줘서 주장의 신뢰도를 더합니다. 스트레스 내성을 높이는 데에도 감정 표출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물론 이는 이뤄질 수 없는 가정(假定)이지만, 이제 살 날이 그리 많게 남지 않으신 어느 할머니께서 담담하게 털어 놓으시는 말로 채워진 한 편의 시(詩)가 p38에 나옵니다. 이 책은 후주(後註) 겸 참고문헌 목록이 p192 이하에 있으므로 추가 독서나 자료 참조가 필요한 분들은 그곳을 보면 되겠습니다. 저 시도 (권말 후주에 나오는 저곳에서) 저자분이 (아마도 우연히) 발견하여, 직접 번역까지 해서 이 책에 실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우리는 과연 현재를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까? 범상하거나 지루했던 날도, 누구에겐가는 그렇게나 살고 싶었던 소중한 하루가 아니었겠습니까. 라틴어 명구 carpe diem도 생각납니다. 

전문 카운슬러가 쓴 저서답게 이 책에는 다양한 상담 사례가 녹아들어 저자의 지론을 뒷받침합니다. p89에서도 그렇고, p188의 맺음말에서도 어려서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처음에 책을 빠르게 읽어나갈 때에는 "저자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가?"하고 잠시 착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내담자들의 다소 가슴 아픈 사례에서 발췌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사람은 다른 것 필요 없고, 어려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난 게 가장 큰 축복입니다. 그런 사람은 설령 자신의 생에 시련이 닥쳐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고, 어떤 조직에도 적응을 잘해 내는 경향이 있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이 마흔에 버려야만 하는 것 중 첫손에 꼽힐 만한 건, 남 눈치를 보며 남의 호흡에 따라 사는 방식입니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되는 내용이며, 저 개인적으로는 거의 주제에 가깝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이건 사실 당신 생각처럼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내려놓자.(p104)" 후... 정말 그럴까요? 저자는 그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사람이 자신의 생을 사는 이유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이를 소중하게 가꿔 가는 데에 큰 비중이 놓인다. 둘째 이 가치관이란 게 그 사람의 인생에 확실히 자리잡아야 사회 생활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온갖 역경을 해쳐나갈 수 있다." 저자는 이어 "가치관이란 그 사람의 지문과도 같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버려야 할 것은 눈치요, 챙겨야 할 것은 가치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가치관의 정립은 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낳습니다. 나의 직감, 그 중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p81), 이건 내가 믿고 따라가야 하는 걸까요, 아님 그저 일시적인, 믿을 수 없는 감정의 출렁임에 불과한 걸까요? 저자는 평소에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 훈련을 해 온 사람, 그렇지 않았던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두근거리는 선택을 그냥 패스하는 건 일종의 좌절일까요? 위와 같은 이유에서, 만약 일종의 변덕에 불과하다면 그런 두근거림은 그냥 무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포기"에 대해서는 p49로 다시 돌아가 저자의 논의를 정독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남의 호흡에 따라 살지 말고 나의 느낌과 내면에 더 주목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도 언급한 적 있습니다. p33을 보면 그는 1) 마음을 잃은 태도, 2) 지금 여기에 사는 태도 둘로 삶을 사는 자세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시적인 향락과 쾌감을 따라 사는 1)의 모드로 살다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2)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p130, p196에 디마티니 밸류팩터 시트라는 게 독자에게 제공됩니다. 심리학계의 원로인 미국인 존 디마티니(Demartini) 박사가 고안한 tool이며 책에도 나오듯이 상표등록까지 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진정 내가 원하는 바이고, 어디에 머물러야 내가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는지, 마흔이 되면 정답까지는 몰라도 진지하게 깊이 있는 성찰을 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짜 목표에 방해가 될 뿐인 것들을 가려내어 과감하게 버릴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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