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삶의 지혜 - 발타사르 그라시안에게 듣는다
임재성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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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사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사제였습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남긴 어록은 여전히 우리의 심중을 꿰뚫고 죽은 양심을 일깨우는 힘이 있습니다. 저자 임재성 선생님은 저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명언과 가르침을 통해, 생을 살아감에 있어 우리가 반드시 체득하고 곱씹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조곤조곤 알려 주십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는 얼마나 가볍고 하찮은 고통과 번민 앞에서 나약해지고 엄살을 피워 대었는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두 번 창조된다. 한 번은 마음 속에서, 다른 한 번은 실제로.(p56)" 우리 인간이 애써 만들어내는 건, 원래는 그게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일단 전제로 합니다. 이미 있는 걸 새로 만들어낸다고 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이런 창조, 그것이 예술품이든 사업이든 사람 사이의 관계이든 간에, 그 만드는 사람의 마음 속에 일단은 존재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 무엇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지만, 생각도 않았는데 내게 필요하고 절실한 게 뚝딱 어디서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마음으로 일단 만들고 나서야, 원하던 그것이 세상에 나올 1단계가 비로소 밟아지는 것입니다. 간절한 창조의 마음이 없다면 내가 이 세상에 빚어낼 어떤 작품도 남기지 못한 채 나 역시 한 줌 흙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앤드루 J 번스타인은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정말 믿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원하고 선택해서이다(p85)."라고 말했다고 책에 나옵니다. 많은 비관주의자들은 이성적으로 생각, 판단하여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래는 아직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럭비공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당사자가 이 아슬아슬한 균형추를 잡으면서, 불안불안하게 걷느니 그냥 떨어져 죽어버리자고 마음 깊은 곳에서 결정을 해 버리는 거죠. 반대로, 평균대 위를 걸으며 미친 듯 애 쓴 끝에 완주를 할 수도 있고, 운이 나빠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애를 써 보는 게 삶을 사는 바른 태도입니다. 지레 처음부터 파멸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마냥 착한 것도 죄가 된다(p103)." 사람은 지능이라든가 사회적 협동성을, 나이에 맞게 발달을 시켜야 하며 만약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변으로부터 고운 시선을 받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런 것 외에도, 자신의 희로애락 감정 역시 나이에 맞게 발달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안 된다면, 책 p103에 나오듯 "참새들에게 놀림 받는 허수아비 꼴"이 됩니다.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이처럼 감정이 고루 발달하지 못한채,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사람은 그게 착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악함에 가깝다고까지 말합니다. 정말로 악하다기보다는, 그런 단계에 머무는 걸 극력 경계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공자가 말한 능호인 능오인의 경지도 연상이 됩니다. 

어느 집단이건 간에 분위기 메이커라는 게 있어서 누가 애써 좋은 기분을 자아내면 전체가 밝아지기도 하며, 반대로 부정적인 사람 하나가 전체 분위기를 확 어둡게 만들거나 망치기도 합니다. p128에서 저자는, 감정이란 전염된다고 합니다. 확실히, 한 사람이 갑자기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면, 영문도 모르고 다들 덩달아 따라 웃는 체험, 누구라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이처럼 얼굴도 모르던 타인과 갑자기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심리학에선 conditioning이라고도 부르는데, 쉽게 말해 마음 먹은 대로 일이 정말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나의 진로도 그러하며,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른 이들의 앞날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사회 전체를 위해서라도 나부터 우선 긍정적인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다못해 공부를 할 때에도, 그게 일방적인 수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배운 것은, 그게 정말로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가 되었다면, 나의 언어로 열렬하게 표현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좀비처럼 중얼중얼 읊조리는 넋두리는 그게 나를 변화시킬 수 없음은 물론, 타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공부의 능률을 위해서라도, 지식은 이제 내 버전으로 표현을 해 보자는 게 저자의 결론인 듯합니다. 

어른은 그저 나이만 찼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이 진정으로 성숙하고, 성숙한 만큼 사소한 부정적 감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을 많이 접한,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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