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꽃피는 토론 2 - 모든 공부와 통하는, 개정신판 신나는 토론 맛있는 공부 2
황연성 지음 / 이비락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제2권은 1권 후반부의 6가지 디베이트 실전 사례에 이어 다시 8가지 논제 하에 찬반 양측의 치열한 디베이트 과정을 실었습니다. 잘 짜여지고 룰을 엄수하는 토론은 그냥 지켜 보기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2권 전반부에는 건강, 과학, 기술 테마 아래 세 개(AI, 과학기술과 행복, 원전), 교육, 문화, 스포츠 테마 하에 다섯 개 논제(초등학생 스마트폰 제한, 게임 조절, 도시 vs 촌락, 전쟁놀이, 명품 소비) 등 모두 8개의 실전 디베이트가 제시되었는데 이것도 꽤 흥미롭게 읽힙니다.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수준이 높을 수 있습니다.    

1권도 그랬지만 페이지 옆단을 보면, 사회자의 말, 반대측 주장, 그에 대한 찬성측의 질문, 반대측의 답변, 찬성 측 반박, 반대측 재반박 구역(단락, 문단)을 서로 구별되는 색깔 인덱스로 구분합니다. 따라서 누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중인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어른들은 이게 어느 쪽의 무슨 취지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들은 그게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배려가 베풀어졌겠습니다. 토론 교재는 이런 편집상의 센스가 꼭 필요한데 이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음... AI 토론에서는 찬성측 논자 한 사람이 무척 좋은 매너를 보입니다. 반대측에 대해 "정답에 가까운 답변"이라며 칭찬해 주는데, 토론은 승부를 내려는 소통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핵심 주장 중 하나를 정답이라 추켜세우는 건 디베이트의 분위기를 생산적으로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p20을 보면 찬성 측의 논거 중에서 데미스 하사비스의 말을 인용하는 대목이 있네요. 7년 전에 알파고를 만들어 이세돌하고 붙였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제1권 p27을 보면 ⑩번 항목에 "부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나오는데 이 경우는 반대로 아주 적절한 권위자의 말을 잘 끌어댄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다만 책에서 사회자는 반대측의 승리를 판정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이 논제에 대해서는 반대 측이 시작부터 좀 불리한 디베이트 같습니다. 물론 "과학기술이 만능이 아니며 인간소외, 환경오염 등 부작용과 병폐..."를 거론하며 부분적 반론, 공략은 가능하겠습니다만, 반대 측의 전면적인 승리는 과학기술이 여태 실제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에 약간은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죠. 이런 preview를 미리 깔고 보면 이 디베이트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토론에서는 찬성 측이 좀 거칠게(혹은 엉성하게, sloppy하게) 임하는 게 아쉬운데, 평균 수명이 늘어난 걸 보면 알지 않냐는 약간은 무책임한 태도, p30에 나오듯이 자료를 미처 준비 못 했다고 발언하는 무책임성이 등이 다 감점 요인이겠네요. ㅋ 그럼에도 불구하고(사실 전 여기까지 보고 아 책이 반대측 손을 들어 주려고 이렇게 진행하는구나 짐작했었는데) 결국은 찬성 측이 이깁니다! 애초에 논제 자체가 약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원전 논쟁에서 반대 측 반박(p47)은 약간의 오류를 범한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물론 논제가 처음부터 안전성에만 국한되었다면 찬성측이 잘못했습니다만, 이는 처음부터 안전성이냐 경제성이냐의 가치 판단 문제를 걸고 벌이는 디베이트입니다. 경제성 가치를 배제한다면 이 토론은 무조건 반대 측이 이겨야 하며 디베이트가 일어나야 할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무엇에 찬성하고 반대하냐를 떠나서 이는 디베이트 과정의 기술적 문제이므로 이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듯(?), 이 토론은 반대측의 승리로 끝납니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제한 논제는 제1권에서 논제 표현의 긍정형식 이슈를 다룰 때 지나가듯 언급이 되었더랬습니다. 사실 이 논제도 제한 찬성 측이 이기기가 무척 어렵죠. 초등학생들은 이미 교육적 목적으로도 스마트폰을 일정 부분 교육 시스템 하에서 쓰고 있는데 제한이 쉽게 적용되겠습니까. 물론 무제한 사용도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반대측의 완승도 어렵지만, 제한은 전면금지하고는 다른 개념이니 말입니다. 결국 반대 측이 승리하는데, 여기서도 판정인은 "디베이트의 꽃인 반론 단계에서 상대의 허점을 잘 지적한" 부분에 대해 점수를 높게 줍니다. 토론의 본질이 원래 그런 것이니 말입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명품 소비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사회가 이런 식으로 대세를 이루면서 아이들에게만 자제를 권하거나 금기시하는 건 무척 이중적이고 위선적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어유 잘하네 하며 장려하기도 그렇지요. 베블렌이 개념화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가 논거로 동원되는 등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집니다. 이 개념은 양날의 칼이라서 찬반 어느 쪽의 논거로도 사실 쓰일 수 있습니다.  

토론은 꼭 양쪽으로 편을 갈라 진행되어야 하는 건 아니며 원탁 토론도 가능하고 이 책에서는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다(p131)고 합니다. 다만 분명한 룰과 규칙에 의해 진행되지 않으면 매우 무질서해질 수 있습니다. 1권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토론 실력의 함양은 특히 장래 법조인이 되려는 이들에게 중요한데 이 책 p125에 모의재판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토론에 대한 유익한 가르침이 많아서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