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스위스 - 최고의 스위스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3~’24 최신판 프렌즈 Friends 36
황현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위스 하면 하얗게 눈이 덮인 알프스만 보통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관광자원이고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만 스위스는 그것말고도 매력이 너무 많은 나라입니다. 일단 스위스는 오랫동안 다양한 세력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간 유럽 역사에서 작은 도시 국가 동맹으로서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중립국이란, 나 중립국이요 하고 선언만 한다고 해서 누가 존중해 주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힘으로써 증명을 해야 합니다. 힘이 없으면 강대국 중 어느 한쪽이 바로 들이닥쳐서 자기 편을 들게끔 강제로 눌러 버리기 때문입니다. 중립국으로 지낸 역사가 긴 만큼 그와 관련한 유적이나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여러 동기에서 이를 찾아볼 만합니다. 

스위스 하면 또 낙농의 대국입니다. 그래서인지 p48에 소개된 슈퍼마켓 모습을 보면... 다양한 유제품과 축산품이 진열된 사진들이 죽 나옵니다. 글쎄 한국의 동네 슈퍼에서도 다채로운 브랜드의 우유가 죽 놓인 모습은 흔히 보지만, 이 사진에 찍힌 전혀 모를(저는 그렇네요) 제품들을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그로스는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소매 체인이며 PB가 많다는 설명도 책에 나옵니다. 사실 이 나라의 산업 구조를 생각할 때, 특히 PB 낙농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PB하고는 성격이 아주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의 우유는 한국 소비자들의 체질에 맞게 출시되지만 스위스 우유는 사정이 다르니 유의할 필요도 있음을 책에서 일러 줍니다.  

관광 역사가 아주 오래된 나라이니 만큼 관련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EU 통합이 진행되면서 관광객들의 편의가 훨씬 높아졌기에 스위스의 탁월함이 상대적으로 덜 돋보이는 감도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스위스는 EU 국가들보다 이동이라든가 관광이 훨씬 편하게 이뤄지는 나라입니다. p26을 보면 스위스 내 특급열차에 대한 소개가 자세합니다. EU 국가들 교통편과 (당연하지만) 연계도 잘 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프렌즈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지만 다양한 주제로 이리도 포착하고 저리도 뽑아본 지도, 주제도, 진짜 이 다양한 지도들만 보고 있어도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스위스가 도시들의 동맹, 연방 체제라는 점을 그저 지식으로만 알다가, 이렇게 주제도를 통해 그 연결성, 행정 구조, 산업 분포 등을 살피면 새삼 이 나라만의 개성과 특징, 혹은 지난 역사에까지도 생각의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탄탄하게 나라의 기틀이 잡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또 얼마나 많은 투쟁을 해 왔을까.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감히 이들을 건드릴 생각을 못했으니 말입니다.  

p143 이하에는 베르네제 오버란트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Bernese는 독일어가 아닌 영어이며(따라서 발음은 [버니즈]), 현지에서는 그냥 Berner Oberland라고 합니다. 책에 잘 나온 대로,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3대 고봉이 빚는 장대한 알프스, 우리가 알프스 하면 대뜸 떠올리는 바로 그 장관이 대부분 이 지역에 위치합니다. 책에서는 이곳을 방문하기 전 보고 가야 할 영화로 <007 여왕폐하 대작전(한국 개봉명)>을 p143에서 꼽습니다(p226도 참조하세요). 영화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케이블카의 이용이 정말 중요한데, 이런 교통수단을 푸니쿨라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책에 나오듯) 독일식으로 Bahn이라 부르는 게 보통입니다. 

p208을 보면 고산병에 주의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 막상 현지에 도착하고 보면 기대하던 바와 다르다 싶을 때 부적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책이 이런 이유에서도 꼭 필요한데, 여행지라는 곳이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어떤... 나만을 위한 테마 파크가 좌르륵 펼쳐지는 곳이 아닙니다. 저는 특히, 스위스라고 하면 우리 나라에서 너무 아름답고 꿈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곳으로 인식이 박혀 있기에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네바 하면 종교개혁가 칼뱅이 떠오르는데 p308에 레포르마시옹 기념비가 나옵니다. 책에서는 시종 주네브라고 표기하는데 칼뱅도 그랬고 현재까지도 프랑스어가 우세하므로 주네브라는 표기가 타당하며 독일어로는 겐프라고 하죠. 짧아진 음절로만 보면 독일어 안에서 가장 자주 불렸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p352를 보면 당일치기 타국 코스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가 소개됩니다(프렌즈 전 시리즈의 공통 feature죠). 이곳은 EU 통합에 핵심적인 구실을 한 소통이 이뤄졌기에 특히 의의가 깊습니다. 이 책은 그저 정확한 정보만 담은 게 아니라(그런 점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자분이 곳곳에 개인적인 정감을 표시한 평가가 많은데, 그런 점도 독자에게 현지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유도하는 데 큰 구실을 합니다. 예전에 일 때문에 이틀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 아무리 볼거리가 많아도 보는 사람 준비가 안 되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혹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훨씬 풍성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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