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플랜북 - 한 권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세계여행
김동국 외 지음 / 미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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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꿈꾸는 세계여행입니다. 돈이 넉넉히 있고 시간이 마련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막상 세계 여행을 할 모든 여건이 구비되어도, 이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계획이 허술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엉뚱한 곳에 가서 시간을 허비한다거나, 경로를 잘못 잡아 공연히 돈을 더 쓰게 되었다거나, 숙박 업소가 마음에 안 들어 기분을 망친 끝에 여행 전체를 악몽으로 기억하게 되는 건, 모두 준비가 부족해서입니다. 무작정 발 가는 대로 기분대로 다니기에는, 세계여행은 대단히 치밀한 조사와 꼼꼼한 계산이 사전에 필요하며 사실 제법 리스키하기도 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책은 해외의 설레는 여러 여행지들을 그저 소개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여행을 갈 때 무엇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 개념도 잡아 주고, 개념이 잡힌 후에는 코스도 시범으로 꾸려 주고, 구체적인 코스에서 최소한 어디어디를 짚어야 하고 즐길 수 있는지 알려 주며, 나아가 여행 고수들은 어디까지 샅샅이 그 맛을 뽑아내는지도 가르쳐 줍니다. 

내가 만약 결정장애 비슷한 게 있다거나, 아예 세계 여행 경험이 전무하다면, 그냥 이 책에서 시키는 대로만 착실하게 계획 짜고 경로와 코스도 따라가는 게 좋겠습니다. 적어도 나중에 실패한 여행의 기억 때문에 이불킥하는 일은 없겠죠. 만약 세계 여행을 몇 번 해 봤거나 나만의 뚜렷한 취향, 관점이 있어서 계획만큼은 내 색깔대로 짜는 편이라 해도, 이 책을 보고 내 계획에 어떤 허점은 없는지, 혹은 더 낫게 고칠 구석은 없는지 체계적으로 체크할 수 있겠습니다.  

p36을 보면 "대륙 이동 순서의 핵심은 날씨"라고 합니다. 벌써 이런 지적부터가 세계여행에 대한 전문가, 베테랑의 관점(초보자가 간과하는)을 드러냅니다. 우기(雨期)에 하필 걸려 현지에서 꼼짝도 못하고 숙소에 갇힌다거나 하면 여행은 벌써 망치는 겁니다. 각 지점이 각각 최상의 날씨를 보이겠다 싶은 시기에 점프해 다닐 수 있게 일정을 짜는 게 1순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남유럽과 터키(튀르키예)는 1년 내내 좋은 날씨이므로 이 점 반드시 고려해야 하겠네요. 우리와 비슷하게 6~8월이 우기인 동남아도 그 기간은 피해야 하겠습니다. 

대륙별로 꼭 가 볼 만한 도시들을 소개하는데 저는 제가 못 가 본 도시 중심으로 체크해 봤습니다. 브라질의 상루이스는 일일 생활비가 $50~80이며(이 책이 '18년판이므로 최신 정보는 따로 점검 필요), 체류 일수는 2~4일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 책이 개별 도시 안내서가 아니라 "일주 여행 플랜"을 가르쳐 주는 목적이므로, 그에 맞게 이런 정보가 나와서 참 좋았습니다. 물론 이건 저자들 취향에 따른 하나의 제안이긴 하지만(절대적인 건 아님), 뭔가 레퍼런스가 될 만한 게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통편 같은 것도 세심하게, 보기 좋게 나옵니다. 사실 현지에 막상 가 보면 어플이나 웹 정보 참조가 그때그때 척척 이뤄지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전파 장애나 데이터 소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오프라인 정보 소스가 될 이런 책을 꼭 휴대해야 하고 다녀야 합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유일한 내륙국입니다. 수도는 라파스인데 p101에 보면 그 외에도 포토시(Potosi)라는 곳이 소개됩니다. 이 지명은 우리가 고교 세계지리 시간에 은(銀. silver) 광산으로 유명하다고 배웠었기 때문에 이름이 좀 익숙합니다. 볼리비아인들은 포토시라고 발음할 때 맨 뒤에 강세를 주는데 일종의 불규칙 사례이죠. 또 책에 나오듯이 아주 높은 고도에 위치하므로 그 점 감안해야 됩니다. 포토시뿐 아니라 이 일대가 다 고지대입니다. 

대략 20년 전에 한국에서 체 게바라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 있었는데 p167을 보면 특히 그의 흔적이 짙게 남은 산타클라라가 추천됩니다. 이 책에서도 게바라를 특별히 이 항목에서 환기합니다. 모든 여행은 결국 인문과 역사의 현장체험이기도 합니다. 대략 10년 전쯤부터 한국인들도 부쩍 쿠바 여행을 선호하기 시작했는데 애초에 공산 혁명 전부터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였던 곳입니다. 

남태평양의 호주, 또 남아시아(주로 인도)의 콜카타(캘커타), 다즐링만 해도 한국인들이 자주 찾습니다. 그러나 p304의 라자스탄은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닌데 이런 곳까지 책이 짚어 줘서 놀랐습니다. 사실 이곳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자주 벌어진, 특히 인도 역사상으로 의미 깊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인도 대륙의 지배자가 되려면 이 지방의 강건한 전사 종족과 어떻게든 결착을 봐야 했습니다. 아크바르 대제도 이 지역 토호들과 결국은 일정 부분 타협을 거쳐야만 했던, 결코 온전히 누구에게도 정복되지 않은 개성 강한 고장입니다. 칭기즈칸에게도, 영국 제국주의자들에게도. 

p338부터 유럽이 본격 소개됩니다. 컬러 사진 속 비키니 미녀들의 시원스러운 뒤태만 봐도 벌써 마음이 설레는데 책은 이동 수단인 유레일패스부터 상세히 개관하며 셍겐 조약 후 대륙을 자유로이 다닐 자유가 생긴 이곳에 각별히 큰 애정을 담아 소개합니다. 사실 어떤 여행책이라도 유럽을 소홀히 다루면 그건 용의 그림에서 눈동자를 빼먹는 것입니다. 이 책은 p346 같은 데에서 4개월, 5개월 코스를 짤 때 어떤 루트가 가장 좋은지 제안해 줍니다. 이 책의 진가는 이런 데서 잘 드러납니다. 

책 후반부는 아프리카처럼 한국인들이 좀처럼 여행지로 꼽지 않는(못하는) 지역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베풉니다. 이어 p552부터 세계 어디에서도 괜한 손해 안 보고 가능한 한 싼 숙소 찾기, 갑자기 아플 때 대처 요령, 자동차 여행 계획 세우기, 특히 부부끼리만 여행 갔을 때 주의할 점, 스탑오버, 다구간 항공권 활용하기, 환전 팁, 배낭 크기 줄이기(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등 꿀정보를 알려 줍니다. 이름그대로 세계여행 플랜북이며 심심하면 꺼내 읽는 세계 지리 공부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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