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
타라 브랙 지음, 윤서인 옮김 / 불광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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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생체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 "호흡"합니다. 또한 사람의 영혼을 갖고 태어난 이상 "미소" 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자께서는 인간 존재 양식의 가장 핵심만을 짚어 우리 미욱한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호흡이 만약 우리의 신진 대사만을 위해 이뤄진다면, 우리 인간은 생존과 본능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호흡이 인간적일 수 있는 건, 따스한 여유와 이웃에의 지긋한 응시를 담은 미소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재미있는 가정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눈을 떠 보니 우주 한복판에 내던져졌다면, 어떻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우주복"의 존재를 다시 가정합니다. 이 우주복은 수도 없이 다가오는 소행성과 우주 먼지와의 충돌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겁니다. 뿐 아니라 비록 용량은 제한되겠지만 우리의 호흡에 필수적인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정화할 것입니다. 또한 우주의 그 차디찬 온도로부터 우리의 항온을 지켜 주기도 하겠습니다.  

"우주복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하며, 일부 전략은 우리가 생산적이고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돕는다. 하지만 그 우주복은 우리가 유쾌하고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사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p52) 

그렇습니다. 우리는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이란 제목을 단 차범석 선생의 희곡을 압니다. 우주복 없이 우리는 무정하고 허망한 공간에서 아마도 즉시의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주복 안에서 생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다 자란 성체가 되었으면 이제 우주복을 벗고, 냉혹한 우주와 맨살 그대로의 소통을 해야 합니다. 비록 그 결과가 살을 에는 추위와의 조우이건, 혹은 질식할 듯한 진공의 압박이건 간에, 우리는 언젠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아니 나 자신의 연속체와, 좋든 싫든 전면의 결합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그게 아니면 멸균의 온상 속에서 의미 없는 연명 끝에 미숙아로서의 삶을 마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귀의에 대해 너무 어렵게, 또 멀리만 생각합니다. 현세는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적당히 회개하고 적당히 눈물 흘리며 적당히 타락하여 남들 누리는 건 다 누리며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런 타락한 마음가짐으로는 영혼의 진정한 안식과 구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저자께서는 이런 안이한 생각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십니다. p111을 보면 귀의처(歸依處)는 결코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다른 존재로 바뀌"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지금, 그리고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어떤 거창한 수련이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니며, 바로 우리의 즉시 회심, 정화, 뉘우침만을 통해 즉시 도달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양인의 경우 이런 동양식의 수련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과 명상만으로 어떻게 궁극의 안식을 얻겠는지 회의적일 수 있습니다. p145에서 제인이 털어놓는 솔직한 불만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R.A.I.N 방식을 끝까지 확신하며, 이 수련이 우리를 이끄는 그 신성한 경지,  "나를 관통하는 상쾌한, 활기찬 기운"이란 실제 체험해 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20세기 초의 마술사 후디니는 탈출의 대가로 유명합니다. 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도 그는 특기인 탈출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려고 했으나 구속복(straight jacket)까지 다 벗고서는 이상하게 자물쇠를 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책임자에게 자물쇠에 대해 묻자, 그는 처음부터 자물쇠가 잠겨 있지 않았다고 답합니 다. 모든 자물쇠를 다 열었던 후디니가, 애초에 잠기질 않았던 자물쇠는 손도 못 대고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우리 자신을 가두는 가장 큰 족쇄는 바로 우리의 강박과 선입견임을 가르쳐 줍니다. 해탈과 안정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뭘 어디서 거창하게 더 찾고 말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p316에 보면 오랜 시간 동안 남편과 갈등 관계에 있던 에이미가 어떻게 최종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는지가 나옵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싸우며 상처를 받습니다. 이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가 쉽게 택하는 무기, 대응 방법은 보통 증오와 비난, 분노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상대에게 내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입힐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 상처가 낫는 건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에이미는 남편을 용서함으로써 완전히 평안을 찾았는데, 저자는 용서의 정의를 "그 누구도 내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지 않는 것"이라고 내립니다. 참으로 깨달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모든 사람, 모든 감정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소통하고 머무르고 대화하며 공존합니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의 마음 안에는 거대한 우주가 깃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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