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설계자 - 자동 수익을 실현하는 28가지 마케팅 과학 스타트업의 과학 1
러셀 브런슨 지음, 이경식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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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케팅이란 것에 대해, 어떤 감성의 영역이라든가, 순간 반짝하는 영감 혹은 센스가 작동해야만 업무가 잘 풀리는 특이 섹터로 곧잘 간주합니다. 물론 그런 종류의 자질, 재능, 수완도 필요합니다. 헌데 저자 러셀 브런슨은 제법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브런슨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트업 마케팅 플랫폼의 대표이며 본인 스스로가 젊은 스타트업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자타공인 "광고에 미친 사나이"입니다. 

이분은 마케팅이라는 게 더 체계적이고, 더 과학적이며, 그 실행에 있어 더 치밀한 사후 검증, 피드백이 이뤄질 여지가 엄청 많은 영역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분이 이 분야에서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미처 캐치 못한 마케팅의 맥점을 기가막히게 짚고 잘 만질 줄 알았기에 가능했겠고, 제법 두꺼운 이 책을 통해 그 비법을 좀 풀겠다는 의도겠습니다. 원서는 8년 전에 출간되었고 윌북에서 드디어 한국어판이 나왔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 일류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데, 언제나 보편타당하고 당연히 여기는 진리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뭐라도 하나 끼워넣고 주장의 개성을 부각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상함을 피하고, 주장에 진실성을 더하며,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도모합니다. 브런슨 대표는 더군다나 자기 일에 대해, 자기 삶에 대해 무척 할 말이 많아하는 타입이라고들 하죠. 그래서 1) 일단 잘 정리되고 설계된 그의 체계를 착착 읽어가며 공부하는 보람이 있었고, 2) 곁가지로 그의 박력 있는 인생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공통된 관심사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많습니다. 브런슨 대표는 대학 때 레슬링 선수였다고 하는데(p54), 그 넓은 미국 각 학교의 레슬링 선수들은 인터넷상의 레슬링 포털에 접속하여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브런슨 대표의 촉이 발동하는데, 레슬링 관련 용품을 팔려는 당신이라면 이렇게 좋은 마케팅 기회를 그냥 지나치겠냐는 겁니다. 물론 한국의 상당수 커뮤는 바이럴 포스팅을 금지하거나 제약을 두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수백 명이 밀집한 어느 장소라는 건, 내 상품의 사활을 걸고 접근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점, 누구도 부인 못 합니다. 

큰 히트를 친 노래 중 어떤 것은 "후크"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대중의 정서에 정석대로 호소하지 않고 어떤 기계적 자극을 통해 관심을 유발하는 방식은 비판의 소지가 많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가 어떤 기안을 할 때 이 후크를 즐겨 쓰는 게 또 맞습니다. 욕하면서도 못이기는 듯 의존하는 후크, 기왕이면 영리하게 써야겠고 브런슨은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도 없는(p79)" 후크에 스토리를 잘 담는 게 성공의 비결임을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내 사이트로의 클릭수를 높일까요? 참 누구나 고민하고 궁금해하고 여러 사람들이 많은 해답들을 내놓지만 시원한 답이 없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슨 정답이 있겠거니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브런슨 대표는 거의 이 책 전체에 걸쳐 퍼널과 프레임이란 걸 강조합니다. 퍼널(funnel)은 깔때기를 가리키는 그 단어인데, 브런슨 대표는 이 단어를 주로 동사처럼 씁니다. 흩어져서 그 자체로는 아무 힘도 없는 대중의 관심사를, 마치 깔때기처럼 응집하고 흡입해서 내 상품과 서비스로 끌어들이자(=퍼널[링]하자)는 의도지요. 프레임은 우리가 여태 예사롭게 보던 물체나 현상에 전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설계요 장치입니다. 저자는 이 두 단어를 마케팅의 핵심까지 끌어올리고, 장대하면서도 쓸모 요긴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과연 마케팅의 대가라서 꽤나 기술적인 사항도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풀어서 얘기해 준다 싶었습니다. 

"나는 딴 거 아무것도 모르고 이거 하나만 파는 사람입니다. 이거만큼은 날 믿으셔도 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단순한 군고구마 메밀묵 찹쌀떡 장수 같은 전략이 잘 통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브런슨 대표는 저런 구식 선전술을 단호하게 리젝트합니다. 브런슨은 우리 현대인들이 사려 드는 건 개별 상품이 아니라 어떤 "가치"이며,  특정 상품이 전체로서 어떤 가치에 속해 있냐에 따라 사고 안 사고를 결정한다고 주장합니다. 

p93에서는 척추지압사 지인을 컨설팅해 준 사례를 소개하는데, 척추 지압이란 건 사실 단순한 기술이라 심지어 유튜브에서 몇 분만 보고 따라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니 아무리 닥터가 제공하는 시술이라 해도 매상이 신통치 않았는데, 저자는 단순 기술을 팔 게 아니라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건강 프로그램을 팔라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척추지압술(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은 그 프로그램의 일부로만 보이게 하고, 건강이라는 궁극적 가치는 의사만 다룰 수 있으므로 여기서 차별화를 하는 겁니다. 또 가치는 사다리를 이루게 하고 여기에 갖가지 상품과 서비스를 적절히 퍼널링하며 배치하라고 합니다. 이 대목은 정말 읽으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p157 이하에는 사이트 방문자를 어떻게 "소유"하고 "통제"할지에 대한 브런슨만의 비법이 나옵니다. 이른바 주소록(고객 명단)은 구글 등 어디서건 살 수 있으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 그 주소록이 내 사업에 잘 작동할지도 의문입니다. 나만의 주소록을 갖는 게 핵심인데, 이 방법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그대로 따라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소유, 통제 주소록 비결, 방문자 유형 분석은 국내 다른 책에서도 읽어 본 이들이 많을 텐데 그 오리지널이 브런슨의 바로 이 책입니다(그 책들도 브런슨 책이나 저자명을 최초 출처로 밝히고들 있습니다). 

퍼널링과 가치 사다리는 정말 브런슨 마케팅론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일단 판매를 하고서, "네 구매가 확정되셨습니다 고객님"으로 끝이라면 당신은 하수입니다. 아 그럼 같은 걸 한 번 더 팔아야겠구나 하면서 같은 아이템으로 컨택한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하수가 아니라 최하수입니다! 어떻게 모신 고객인데 한 번만 팔고 말겠으며(내내 저자가 강조하는 건, 주소록[고객 명단] 만들기가 너무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같은 걸 또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거죠. 이때 가치의 사다리가 작동하는 겁니다. 차를 방금 산 고객에겐 액세서리나 보험을 팔아야 합니다. 만약 더 큰 무엇을 사는 게 부담스러운 고객이라면 사소한 다른 아이템(같은 퍼널 위계에 자리한)이라도 팔아야 합니다(하향 판매). 세상은 넓고 팔 것은 많다고나 해야 할지, 브런슨 대표 같은 마인드와 비전을 지닌 사람이라면 정말 누구에게건 무엇이라도 팔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 일부만 잘 따라해도 그게 어디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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