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 - 오커스(AUKUS) 군사동맹의 배경은 무엇이었나 미디어워치 세계 자유·보수의 소리 총서 6
겟칸하나다 편집부 지음, 신희원 옮김 / 미디어워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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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먼 남태평양상에 떨어진 나라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중동부 기준 한국의 서울과 시차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위도상으로는 먼 거리지만(그리고 계절도 반대이지만), 시차가 나지 않는다는 건 생각 외로 가까운 생활권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중국과도 이 나라가 긴밀한 이해관계 혹은 지정학적으로 미묘한 사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 캐나다라든가 호주와, 저 중국 사이에 작다고만 볼 수 없는 분쟁이 잦다는 뉴스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아예 노골적으로 전쟁이 임박했다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멀리 떨어지기라도 했지만, 호주는 중국의 시각이라면 자기 앞마당에 놓인 나라 쯤으로 인식될지도 모르니.


작년(2021) 6월 클라이브 해밀턴의 책을 읽고 저도 리뷰한 적 있는데 중국 공산당 측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호주 정가에 친중파를 심어 놓고 효과적인 공작을 펼쳤는지에 대해 자세히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 p24에서도 그 책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또 그 책의 효과에 대해 "호주를 일깨운 한 권의 책"이라며 높이 치켜세웁니다. 이 책보다는 훨씬 두꺼운 볼륨이며, 아마 지금 이 책을 읽고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해밀턴의 책을 읽으면서 요 앞의 사정을 개관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 전반부에는 중국의 대부호 황샹모(한국 한자 발음으로는 황상묵이라 읽습니다)라는 이가 주로 다뤄지며, 이 사람이 호주 정치인 여러 명을 "후원"하여 확고한 영향력을 이식하는 과정이 충격적으로 묘사됩니다. 또 주민선(한국식으로는 주민신) 같은 재력가도 등장하여, 선거 자금 후원, 사무실 운영 경비 대납, 고가의 와인(?), 중국 여행 경비 지원(!) 등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중국 측이 접근해 온 정치 세력이 있다면 아무래도 좌파에 가까운 노동당 인사들이 타겟이었겠거니 짐작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책(과 저 해밀턴의 책)에 따르면 호주의 보수계열 정치인들도 광범위하게 로비의 대상이 되었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한 달 전 앙투안 이장바르의 책을 읽고서도 알 수 있었지만, 중국의 로비는 오히려 최근 각국(프랑스를 포함)의 극우파에 집중되기도 하며, 이 결과인지 우파 진영의 일부 부패한 인물들이 뜻밖의 행보로 친중 스탠스를 취하는 게 오히려 트렌드(!)이기도 하니 그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특히 프랑스라는 나라는 근본적으로 중국과 양립 불가능한 국가 이익을 지닌 나라이니 말입니다. 


방공식별권(圈)은 한국의 경우에도 중국, 러시아 등이 수시로 침입해 들어와서 많은 문제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이 책 p29를 보면 호주에 대해 중국이 자체 ADIZ(한국은 KADIZ라고 하죠)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사건을 두고 호주의 정치인 샘 데스티에리(노동당)가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일이 다 있었다고 합니다. 책은 그를 두고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이나 다름없다"고까지 합니다. 물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면 전후 맥락을 두루 살펴야 하겠으나 워딩이 비록 부분이라도 저 정도 강도라면 지탄을 면할 수 없을 듯합니다. 아니면 (선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소통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든지 말입니다. 


왜 하필이면 호주인가? 여기에 대해 책은 호주의 지난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습니다. 한국인들도 "벡호주의"라는 단어를 (나이 든 층이라면) 모르지 않는데, 그만큼 한때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가 지배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호주가 "피붓빛"에 민감하게 된 건 바로 지난세기부터 중국 이주노동자가 매우 많았던 현실도 한몫했다는 거죠. 호주는 선주민만 탄압한 게 아니라. (자신들도 이민자였으면서) 나중에 이주해 온 황인종인 중국인을 몹시 궁지에 몰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와 이에 대한 반성의 물결이 일었고, 그 틈을 중국 공산당이 파고들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중국 입장에서는 과거의 원한을 푸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여기기도 했겠습니다. 원한을 풀려면 설령 결과가 단호하고 강력할지라도 그 방법은 정정당당하게, 문명인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패턴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은 뭐 말할 필요도 없겠고요. 


공작이라고 하는 건, 그 대상자(타겟 그룹)와 책략, 전술 등이 사전에 정교하게 연구되고 고안되며 집행되어야 그 실효(實效)를 낼 수 있습니다. 책 p110을 보면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상대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중삼중의 검토를 마쳤는지 그 계획의 빈틈없음에 대해 오히려 감탄하게 됩니다. 하긴 세계의 패권을 노린다면서 주먹구구로 그저 요행만 바란 채 대충 진행된다면 말이 안 되는 거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상대가 이처럼 꼼꼼한 스텝을 밟는 모습에 대해 반대편에서 차라리 배우고 교훈을 얻을 일입니다. 역설적이게도요. 정말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들 공산당이 생산하고 세계에 전파하려 노력하는 "대안으로서의 중국 모델" 수출이 과연 뭔지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의 심층 분석이 필요합니다. 타조처럼 눈만 감고 고개를 모래밭에 파묻은 채 "별일 없겠지"를 외친다고 다가올 암울할 미래가 절로 해소되겠습니까? 


일본인들은 열도에 살 때만 충성스러운 일본인이지, 다른 나라에 일단 정착하여 귀화라도 하면 철저히 현지의 법질서와 권위에 복종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역시도 다소 우스운 행태지만, 또 중국인은 저런 일본인들에 비하면 정반대 기질입니다. "설령 귀화했다고 해도 출신 국가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절대 할 수 없다(p118)." 한국인들은, 한국에 귀화해 사는 외국인들에 대해 막연히 "귀화까지 했으면 생각과 의식이 완전히 달라졌겠지" 같은 기대를 품습니다만 대단히 안이한 반응입니다. 적어도 중국인은 절대 그렇지 않으며, 이런 성향을 숨기지도 않습니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도 유럽 중에서는 대단히 친중 성향을 띠는 나라인데 이 책 p119를 보면 "화조중심"에 대해 긴 설명을 합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 실제 경계 태세의 진지함 정도는 차이가 있나 봅니다. 


한국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 중국인 투표권을 주는 문제에 대해 논쟁이 붙고 있습니다. 원래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지방선거는 거주 외국인에 한해 투표권을 주는 게 보편 상식에 가까우므로 총론적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만 각론으로서 외교상의 상호주의라든가 중국이라는 특수한 국가에 대해 안보의 문제 같은 게 대두되는 거죠. p151을 보면 중국 공산당은 수도가 아닌 지방을 노린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첫째 관심사는 자원이며 이런 자원의 각국의 "지방"에 분포하는 게 보통이라서이며, 둘째 지방권력을 먼저 구워삶기가 용이할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특수한 (중국 의존) 상황을 어필함으로써 점차 중앙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더 쉬운 방책이라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론 이 말도 맞지만, 애초에 중국은 외국의 중심부,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공략도 대단히 적극적입니다. 단지 세심하게도, 지방으로부터 시작해 중앙으로 올라가는 전략까지도 동시에 구사하는 게 기발하고 창의적이라는 것뿐이죠. 


지방의 여러 도시들이 외국에 있는 비슷한 위상의 다른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는 건 매우 아름다운 관행입니다. 도시, 혹은 국가, 선박 등은 인도유럽어권에서 전통적으로 여성(female gender) 취급하므로 "자매"결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무척 자연스럽고 아름답게까지 들립니다. 어떤 멍청이는 이런 것도 성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이 오래된 자매결연이라는 관행을 이용하여, 중국의 일부 도시는 타국의 취약한 도시를 공략하여 특유의 약탈적 행태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체코의 프라하 같은 경우 구 공산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과의 자매결연을 취소하고 대신 타이베이와 새로 유대를 맺었다(p153)고 합니다. 하긴 프라하는 오랜 역사를 거쳐 압제와 획일화를 거부하고(수백 년 전 30년 전쟁의 발단이 된 디페네스트레이션 같은 걸 떠올려 보세요) 자유와 관용을 추구해 온 보헤미안의 본향 아니겠습니까? 


p166에서 저자는 "중국의 일방적 승리"가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거의 굳어져간다고 단정합니다. 책 내용을 읽어 보면 팬데믹 초기까지의 사정만 반영된 듯하지만 여튼 중국의 대처와 책략이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영리하고 민활하며 효과적인 면 있었다는 점 도저히 부인 못 합니다. 마스크 외교, 백신 외교 등은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전개되었더랬습니다. 반면 미국은 순식간에 수천만의 감염자가 나오며 세계 최악의 코로나 지옥으로 떨어진 적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한때나마 이겼던 대목입니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원로 중 한 명인 고 습중훈의 아들이며 소위 태자당 중에서도 황금 혈통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습중훈이 마오에게 호된 시련을 당할 때 젊은 시진핑 역시 엄청난 고난을 겪고 지방에서 밑바닥까지 내려간 적 있습니다. 이처럼, 이른바 하방을 통해 고생했다는 점만 알려져 있지, 그가 한때 정보당국에서 일하며 공작 업무에 종사한 건 경력상 잘 알려진 바는 아닙니다. 현재 러시아를 다스리는 푸틴도 젊은 시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KGB 경력자 정도로만 막연히들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점을 상기시키는 이유는, 최고지도자부터가 젊은 시절부터 해외 공작에 이미 잔뼈가 굵은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해외에 널리 퍼져 있는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해당국가에 각별한 안보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이겠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각자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저자는 해밀턴의 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책 말미인 p187에서 다시 해당 작가의 공저 <보이지 않는 붉은 손>을 소개합니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원서를 찾아 보든지, 번역서가 또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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