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 2 : 잠명.서장.기문.서문.원문 - 수행은 중생의 복밭
원순 엮음 / 법공양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생은 초로와 같습니다. 사람의 배포는 마치 천하를 다 내 것으로 만들 양 하늘을 찌르지만, 왕성한 활력을 발휘하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칠십 년 정도입니다.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조언 폰테인, 또 커크 더글라스 등은 백 년에 가까운 수명을 누렸습니다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이처럼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들이기에, 내세와 영원의 아득한 지점에 대해 끝없이 상념에 빠지며 영혼을 바로하고 도덕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본디 중국에도 제자백가의 사상이 꽃핀 적이 있습니다만 중국인들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은 건 유가뿐이었습니다. 공연히 괴력난신과 사후구원을 논하지 말고 현세에 충실하자는 취지이겠는데, 그 정도로는 그러나 중생의 갈증이 달래지지 않았는지 남북조 시대 이민족과의 접촉과 교류가 잦아지며 인도의 불교, 그 중에서도 대승불교가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삼국도 중국을 통해 불교를 수입했고,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직접 천축까지 찾아가 법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중에는 양걸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는 송나라 때 과거에 급제하여 관료로서의 영달도 누리던 인재였습니다. 말년에 불교에 귀이하여 그 지극한 깨달음의 경지를 자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은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를 방문했을 당시 직접 접대역을 맡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말에 MBC에서 제작, 방영한 사극 <한중록>을 보면 남양 홍문의 일가인 홍봉한이 간절히 아들을 기대했으나 끝내 딸을 낳고서는 그 서운함을 달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뒤에 두른 병풍에 보면 


邂逅南軒須水濆 名言間發蘭桂芬

道義相投有餘樂 賓主交照無繁文

忠臣寤寐在北闕 古風歌詠追南薰

出關不覺行役苦 舉頭時見孤飛雲


이란 시가 등장합니다. 이 시의 제목은 和謝判官宴南樓(화사판관연남루)인데, 이 시의 작자(作者)가 바로 양걸입니다. 참 독특하다는 느낌이 드라마를 보며 들었는데, 이 작품은 한국인들이 사실 잘 접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어떻게 저 내용이 방송사 소품 병풍으로 들어갔을까 보는 내내 의아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현세의 부귀영화란 모두 뜬구름과 같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돈이 많이 쌓일수록 더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큰 실수를 피하고 널리 인심을 얻어 더 궁극적인 성취가 가능한 법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