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와 대수 : 암호, 부호
신기철.신현용.유익승 지음, 김영관 그림 / 매디자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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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수준에서 배우는 내용이 "실수의 연속성"입니다. 1과 3 사이에는 2라는 정수가 있지만, 1과 2, 혹은 2와 3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연속적으로 무엇이 나오질 않고 끊기기 때문에 정수는 연속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성격을 두고 "이산성"이라 부릅니다. 확률에서 변수가 띄엄띄엄 존재하는지(주사위의 눈 1, 2, 3,...6처럼), 아니면 끊어지지 않고 따닥따닥 붙어있는지로 그 범주를 나누는데, 정규 분포곡선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게 연속확률변수, 그렇지 않고 점으로 뚝뚝 끊어지다시피하는 게 이산변수입니다.


암호를 해독하는 만능의 방법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소수(素數. prime number)의 규칙을 알아내고 아니고에 그 관건이 있다고들 봅니다. 그래서 장르문학이라든가, 영화에서 지겹도록 소재로 다루는 게, 어떤 미친 천재 수학자, 과학자가 소수의 일반식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소수는 1과 그 자신 외에 약수를 갖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초4 정도에 배우는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 등이 사실 생각보다 시시한 토픽이 아닌 것입니다. 


대학 1학년 정도까지 가면 테일러 급수를 배우는데, 이것이 초월수를 나타낼 때 유리수를 최대한 이용하여 표현하는 장점이 있고, 따라서 근삿값을 구하는 데에도 아주 유용합니다. "연분수"라 함은, 고등학교에서 그 개념을 명시적으로 가르치진 않습니다만 응용 문제를 풀 때 그 꼴은 자주 보게들 합니다. 또 중 3 과정에서, 어떤 무리수나 순환소수의 "정수 부분"만을 따로 답하게 할 때, 이미 "연분수"의 개념을 조금씩은, 그 단서나마 가르치는 셈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시하게 보고 넘어간 게, 학부나 대학원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재등장하는지를 경험한다는 건, 마치 스릴러 소설의 큰 반전을 겪는 충격과 비슷합니다. 


한국이 중고등학생들에게 혹독한 교육과정을 겪게 하여 결국은 우수한 엘리트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삼성, 하이닉스, 현대차 미래 부문, 기타 첨단 바이오 기업 등으로 진입하여 오늘날 굴지의 번영상을 만들어낸 점을 우리는 잊으면 안 됩니다. 이 과정에서 쓰디쓴 좌절을 겪은 이들도 있겠지만, 대신 저 엘리트들이 "그저 평범한 국내용 기업"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고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한국의 경제가 혜택을 입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고2 이과 과정에서 벡터나 공간도형 비중을 줄인다는데, 당장 애들 공부 부담 줄여주는 걸 큰 시혜나 되는 양 생각하지만 애들 30년 40년 뒤를 생각하면 오히려 해를 끼치는 정책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창의력? 수학 모르는 애들한테 무슨 창의력을 기대합니까? 


"고유치"는 아마 대2 정도 되는 시점에서 선형대수학 시간에 배울 것입니다. 사실 선형대수학이 꼭 엔지니어들에게만 유익한 게 아니라, 서로 인디펜던트하다, 기저가 무엇이다 하는 게, 어떤 작업을 할 때에도 무엇이 필수불가결하고 무엇은 그저 기존 자원의 재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산출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머리"를 함양해 줍니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난 이후, 인간에게 손 안 대고 코 풀 수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손에 넣으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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