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처음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이 연구가 인간의 행동 양식, 정신의 본질, 질병 예방 등에 대해 많은 해답을 가르쳐 주리라 기대가 컸었습니다. 이 책 p48을 보면 98.8% 침팬지와 일치하는 우리의 DNA 구조는, 실상 우리가 침팬지와 98.8%나 다를 바 없다는 결론만을 내린다고 할 수 있을지의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아마 우리의 건전한 상식도 그렇게 답할 것입니다. "모든 DNA쌍이 동등한 건 아니며 어떤 건 전사과정에서 생긴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에서 그러하다는 것뿐이며, AGCT 네 종류의 유전정보 중 과연 무엇이 우리의 생존과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지는 여전히 아득한 탐구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의 운명은 참 얄궂습니다. 한때는 영양 섭취의 부족으로 생존에의 위협을 받기까지 했던 인류이지만, 이제는 비만과 당뇨 등의 질병으로 고생합니다. "우리의 몸과 뇌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생활양식에 맞춰 진화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진화적 불일치'"라고 저자와 권위자들은 말합니다(p135). 과연 주어진 조건에 맞춰 오래된 운명대로 살기만 했다면 적어도 비만과 당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은 없었을 겁니다. 사실 자기 절제가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떤 좋은 조건을 줬어도 결국 같은 삶을 살았을 테니 딱히 동정할 건 없습니다. 


여튼 인간은 집단을 이뤄 사는 동물이며, 인간 외의 다른 동물들이 형성하는 군집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런 집단 안에서는 "정치, 권력 다툼"이라는 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책 4장에서는 어떤 학교에서 이뤄지는 권력 다툼에 대해 재미있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전개됩니다. 누가 약한 리더라고 감지되면 이 명목상의 리더를 몰아내고 실질적인 리더가 형식과 실질을 일치시키려 이런저런 책동을 벌입니다. 


일반적인 "채용 면접"시에 마키아벨리스트, 혹은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들은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시킬 수 있는 무대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풍조가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여기서는 정직, 성실 같은 일반적인 덕목이 통할 여지가 없죠. 책에서는 검은발개미거미와 사이코패스 사이에 이런저런 공통점을 들어, 얼핏 보아 사람과 친연관계가 아주 먼 이 동물 사이에 놀랄 만큼 비슷한 패턴이 발견됨을 보여 줍니다. 협동은 언제나 도덕적 덕목이기만 한 건 아니고 때로 가장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기도 한데 책 p195에서는 쌀을 키워 먹는 지역과 밀을 재배하는 지역 사이에 개인주의/집단주의가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각각 발전하는지를 설명합니다. 


권력은 작동할 때 그 자체의 논리에 의해 움직입니다. 에릭 앨리슨이라는 젊은 범죄자(p247)는 60여 차례나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잡힌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몇몇 약아빠진 분자들에게는 사회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규범을 어기고도 벌칙을 교묘히 피해가는 쾌감이 남다르겠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1960년대 소련과 중국은 공산주의 진영 안에서 서로 주도권을 놓고 맹렬한 싸움을 벌였으나, 신참 독재자인 흐루쇼프는 그보다는 더 오래 권력을 잡은 마오에게 배울 것이 많았나 모양입니다. 이처럼 권력이란 때로 강렬한 유혹을 통해 인간을 사로잡고, 때로 결정적인 폐해를 통해 개인과 조직 모두를 망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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