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험 공작 사전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야쿠리 교시쓰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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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는 선생님들이 장래희망으로 널리 과학자 되기를 권하기도 하고 실험이나 여러 활동을 통해 내 손으로 내 눈으로 과학 관련 과제를 손수 해 보기로 유도되었던 듯합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지나치게 의대니 치대니 하는, 돈을 잘 벌 수 있는 전문직종으로 인재들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손으로 직접 무엇을 설계하고 조립하고 마침내 작품 하나를 빚어내는 과정은 일단 그 자체로 뿌듯하고 보람될 뿐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 미적 감각, 체계적 사고력, 심지어 책임감 같은 덕목까지도 더불어 길러 주곤 합니다. 


와, 이 책은 참 예쁩니다. 처음에는,. 아니 웬 책이 페이지 안에 왜 이리 활자가 많으며 대체 무슨 내용이 들었기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나 싶었습니다. 혹시 전문가들이 봐야 할 책을 잘못 고른게 아닌가? 그러나 차근차근 책을 읽어 보니 중학생, 심지어 (올바른 관심만 가졌다면)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이해될 만큼 쉬운 설명이었습니다. 물론 (기초 지식까지는 몰라도) 관심 자체가 이 분야에 형성되어야 책을 따라하기가 가능합니다. 공작과 제작, 조립에 관심 많은 이들은 의외로 초등학생 단계에서도 많이들 분포하며, 그들에게 이 책은 아주 수시로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는 레퍼런스 구실을 해 주지 싶습니다. 


"초고속 코인 가속 장치(p54)"가 뭔지 아십니까? 사실 전자 유도 현상은 적어도 중2때 공통 교과 과정으로 배웁니다. 다만 우리가 당시 공부를 등한히했기에 기억이 안 날뿐이죠. 패러데이니 플레밍의 법칙이니 하는 게 그저 앙상한 공식과 이를 (1차원적으로 응용한) 문제 풀이로만 배운다면 아무 흥미도 안 생기고 지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몇 가지 코일과 도체 조각을 선으로 연결시켰을 뿐인데, 아마 아이들이라면 순간 깜짝 놀랄 만한 속도로 동전(코인)이 날아가는 걸 보면 박수를 치고 환호할 만합니다. 이런 어렸을 때의 설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나중에 성공한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배출되는 거죠. 현재 LG나 삼성의 가전제품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CEO나 오너의 대결단뿐 아니라 현장의 날고기는 엔지니어들의 열의와 천재성이 없었다면 저런 결과는 나오기 힘들었을 터입니다. 


이 책은 특정 기구를 제작하기 위한 절차에 참고하라고 용어 사전만 만들어 놓은 책이 아니고, 가볍게나마 물리학, 전자기학의 기초 원리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p102 같은 부분이 그것입니다. 이 페이지에 실린 일곱 개의 공식은 우리가 중학교, 적어도 고2 물리 교과서에서 다 배운 내용들이지만, 실험과 공작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맥락에 맞게 인용되었기에 우리 독자는 "아 이 공식이 이런 경우에 본래 쓰라고 고안된 것이구나"라며 새삼 그 쓸모와 위대함을 깨닫습니다. 


p120에는 테슬라 코일 장치에 대해 전 후편으로 갈라 설명을 마치고 있습니다. 이게 문외한한테는 뭔 소리인가 싶지만, 이 서평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전에 학습을 통해 올바른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갖는 그 순간 이 책은 교과서의 앙상한 설명을 보충하는, 참으로 고마운 스승 노릇을 합니다. 지난세기에는 유럽에서 귀족들이 교양과 취미 삼아 과학 실험을 수행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크게 신세 진 여러 귀중한 지식들이 도출된 것입니다. 공작과 실험이 없으면 자연과학은 반쪽에 불과하며, 비싼 장치가 문제가 아나라 가장 값싼 장치로부터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도출해 내는 설계의 창의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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