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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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여러 작품들은 특히 우리 한국 독자들에게 1) 목가적인 분위기 2) 섬세하게 감정에 호소하는 어투 3) 한국과 공유하는 듯한 일부 역사적 배경 덕에 각별히 어필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 단편집은 특히 프로방스의 짙은 지방색을 깔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코르니유 영감님의 비밀>. 예전 외환위기 때문에 실직한 가장들이 날마다 도서관으로 "출근"하고서는 가족들을 안심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코르니유 영감님도 대외적으로 지키고 싶은 체면이 있었지요. 다만 <마지막 수업>도 그랬듯이, 사연도 사연이지만 이를 우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어조가 더 애절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황금 두뇌....> 원로 가수 조용필의 노래 중 "마도요"라는 게 있었지만 p166에는 "꾸를리 꾸를리" 하며 우는 그 새의 울음소리가 의성어로 나옵니다. 두뇌가 황금으로 되어 있으면 그 경도 때문에 사고가 원활하지 못할 테니 이는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만 설화의 주인공은 두개골이 황금일 뿐입니다. 남들보다 머리가 크고 그 부모는 아이가 성인이 되자 "낳아주고 길러 준 값"을 요구하고 아들은 그에 응합니다. 설화의 교훈은 다소 뜻밖인데 화자는 "두뇌를 밑천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이 쓸데없는 일에 그 두뇌를 낭비한다"고 합니다. 그럼 주인공의 비밀은 "두개골 자체가 아닌 두뇌의 재질"이 황금인 듯도 보입니다. 어쨌든 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재능을 낭비하지 말고 인생을 알차게 살아가라는 교훈으로 읽히네요. 


러디야드 키플링의 장편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왕이 되고 싶었던...>에 보면 주인공이 목청 높여 <민스트럴 보이>라는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직접 관계는 없으나 이 책 p173에는 <시인 미스트랄>이 나옵니다. "칼랑달을 읽어 주게!" 시인이 읽어 주는 책은 산문 내용이라도 낭랑하고 구절구절마다에 감정이 스며 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프로방스어의 3/4 이상은 라틴어로 이뤄져 있다(p184)"고 합니다. "재건된 궁전은 다름아닌 프로방스어이며, 농부의 아들은 미스트랄이다(p185)" 이 구절을 읽고 <마지막 수업>의 마지막 구절도 다시 읽어 보면 좋을 듯합니다. 


프랑스 왕은 한때 강대한 권력을 휘두르며 아비뇽에 새 교황청을 세운 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를 교황으로 앉히곤 했는데 이 긴 기간을 아비뇽 유수라 부릅니다. 책에는 p70에 이것 관련 언급이 잠시 나옵니다. 프랑스어로 "보니파스"라 부르는 교황은 여럿이 있었습니다만 그 8세 교황은 프랑스와 심히 적대하다 분사하였으니 이 책 p71에서 프로방스인들이 기리는 그분은 아니지 싶습니다. 여튼 <교황의 노새>는 씁쓸하고 한편으로 우스우면서도 프로방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작품입니다. 


<별>. 젊은 연인들이 흔히 "지켜준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아마 이 작품만큼 그 말이 주제어로 부각되는 경우도 없지 싶습니다. 이 소설은 젊은 목동이 아씨를 "지켜 주는" 이야기인데 시대는 한참 서로 떨어져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알고보면 중세 기사도의 다른 버전이기도 합니다. 세르반테스에 의해 실컷 비꼬아졌으나 사실 본래의 정신만 놓고 보면 기사도만큼 남녀의 순정이 넘치는 테마도 없습니다. 여자보다 남자의 지체가 조금은 낮아야 이 낭만적인 테마가 더 맛이 살기도 하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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