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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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나온 책인데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정도는 읽어 봤을, 재미있는 책입니다. 전직 대통령과 프로야구 구단이 무슨 관계냐 하면, 1980년대 호남 사람들이 힘들어할 무렵 최강의 야구단과 어느 핍박 받던 정치인이 기층 민초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심어 줬다는 뜻입니다. 해당 지역 분들(중 일정 연배 이상)은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무슨 내용일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될 만도 합니다. 


해태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부도가 났고 이 그룹에서 운영하던 야구단 역시 극심한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해태제과, 빙과 등도 현재까지 브랜드가 남아 있으나 이제는 각각 크라운, 빙그레가 오너이며 박건배 씨나 그 가족은더 이상 해당 회사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2002년 뜻밖에 정몽구 회장이 기아차를 통해 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며 이 과정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아마도 영향을 행사했으리라 짐작되므로 김대중 대통령과 타이거즈가 아주 무관하지는 않겠습니다. 


해태 타이거즈는 누가 뭐래도 초기 20년 이상을 막강 화력, 투수력으로 리그를 지배하던 구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모기업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언제나 짠물 운영을 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이 고충을 겼었으며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여 임한 바 있습니다. 초기(1984)에 박건배 그룹회장 겸 구단주가 불고기 회식을 가진 바 있었는데 선수 처우가 전년도 우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나빠지자 선수들이 항명 차원에서 불고기 화형식을 가진 사건은 아주 유명합니다. 이 37년 전 사건은 불과 몇 달 전에 관련 선수들(당시)이 어느 채널을 통해 새로운 진상을 처음으로 공개하여 다시 화제가 되었고 저도 그걸 계기로 이 책을 다시 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불펜에서 몸을 풀면 경기는 끝났다." 오늘도 준 플레이오프 3차전이, 싸늘한 날씨와 코로나 유행에도 불구하고 큰 잠실 구장을 가득 채우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만 저 구절에서 가리키는 "그"는 선동열 선수를 가리킵니다. 그는 한국 시리즈 1차전 당시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던 빙그레 이글스(당시 명칭)과의 경기에서 부상으로 등판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불펜에서 몸 푸는 시위만 펼쳤는데도 상대 팀 선수들이 지레 위축되어 결국 해태가 승리를 거둔, 정말 유명한 사건이 있었죠.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는 고사나 마찬가지입니다. 


"브라보콘을 팔아 연봉 주는 팀" 이 말이 당시 해태그룹의 어려운 사정을 드러낸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한 말도 있었습니다. 롯데는 껌 팔아서 연봉 준다고 어느 분이 말을 꺼냈다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죠. 물론 롯데는 부동산, 유통에서도 거인이었기에 해태보다는 재계 서열이 한참 위긴 했지만. 책에는 "서태지의 은퇴, 김대중의 컴백"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서태지가 말도 많고 탈(RATM 표절 논란)도 많았던 4집을 내고 그 젏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여 한창 이슈의 중심에 섰던 그 무렵에 공교롭게 김대중 당시 아태재단 이사장이 정계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민회의라는 정당을 만들어 15대 총선에서 자민련과 함께 많은 의석을 확보하여 이른바 DJP 연합을 시작했고 이를 그대로 가져가서 1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잡습니다. 책은 그 무렵을 감개어린 어조로 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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