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가치를 담다 - 디지털 대전환, 국가의 미래를 묻다
김찬훈 지음 / 나라아이넷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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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물질적 풍요는 제조업 중심의 1, 2차 산업혁명으로부터 그 물꼬가 열어젖혀졌지만 현재는 지식산업, 무형의 공업소유권이 산업 발달을 주도합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대개 이런 지식산업이 그 중핵을 이루며 앞으로 이런 지식산업 체인으로부터 고립되는 나라, 기업은 변화의 주류에서 도태되기 싶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지식산업에 대해 충분히 주목하지 않으며 여전히 1960~70년대에나 통할 만한 단순 저부가가치 제조업에 치중합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신업의 구조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특허기술은 2차 ,3차, 4차(sic.) 산업혁명을 이끌어온 동력이자 힘의 상징이었다.(p27)" 비단 2~3차뿐 아니라 1차 산업혁명 역시 영국에서 시작한 여러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의 순기능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 기업과 정부의 특허 기술은 절대 외부에 빼앗기지 않으며...(p57)" 절대 빼앗기지 않는 정도야 모르겠습니다만 책에서는 1980년대 이미 일본의 후지쓰가 미국의 페어차일드 반도체 인수 당시 이를 포기할 것을 종용할 만큼 집요하게 기술, 지식재산의 대외 유출을 경계해 왔으며 최근 중국 기업의 여러 시도를 미국 정부가 좌절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책에서는 한때 세계를 제패하기 직전이었던 일본 반도체가 지금처럼 기술력이 뒤처진 것도 이 영향이 크다고 파악합니다. 이어 책에서는 여러 특허 재판이나 분쟁에서 미국 정부나 기업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개략적으로 소개합니다. 


책에서는 글로벌 신냉전을 두고 "미-일, 중, EU의 3대 권역(圈域) 간의 전쟁"으로 파악합니다. 일본은 여전히 "요소 기술과 중간재의 우위(p35)"를 이용해 이런 기술 체인에서 소외되지 않게 노력하며, 현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백신 원료 기술 수출을 "국방물자생산법을 이용해 통제(p35)"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은 또한 "디지털 기술 블럭화"를 가속화하는데 이는 마치 1920~30년대 대공황 시기 전세계가 식민 본국과 식민지를 중심으로 블록화, 재편성되었던 사례를 연상케 합니다. 가뜩이나 미국은 기술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드는데다 중국과의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모토로라는 과거 모바일폰 시장의 강자였으나 점차 사세가 위축되어 구글에 2005년 인수되었는데 그 모토로라가 보유했던 여러 지식재산(권)이 이후 큰 도움이 되어 구글이 모바일 시장을 계속 지배하게 되었다고 책에 나옵니다. 물론 구글은 독보적인 자체 기술력과 방대한 특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으나 저 모토로라 보유의 특정 특허 덕분에 그런 행보가 더욱 수월하게 가능했었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판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수도"로 높이 평가됩니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듯 한국에서 앞으로 이 판교 소재의 야심찬 기업들이 지식산업 코리아를 먹여살릴 유먕주들이 많으며 그 장래가 촉망되는 여러 후보를 책에서 소개합니다. 앞으로 이런 회사들이 코스닥에 상장되면 놓치지 않고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p142 이하에는 비(非) 변리사의 업무 영역 침해에 대해 금지를 명확히하는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만 되고 통과가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변리사 자격 없는" 이들이라고만 하셨으나 사실 사정을 안다면 대략 어느 층을 가리키는지 짐닥이 어렵지도 않죠. 아무튼 직역별로 각자의 영역은 존중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 주장도 나오곤 하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ITC라는 기구(p173)가 권리자들을 보호하고 분쟁 해결에 앞장서서 나서지만 우리 나라는 이런 점에서 매우 미흡한 게(p140, p143) 사실입니다. 요즘은 또 특허괴물(p187)이라는 게 있어서 예측 불허의 피해를 입히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런 회사를, 괴물이 아니라 "천사(p192)"로 한국에서도 양성하여 우리 기업들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일본이 이른바 "쿨재팬" 전략으로 어떻게 자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지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소개합니다. 일본은 지식 재산 강국일 뿐 아니라 이를 보호하는 데에도 많은 역량을 동원하고 체계적인 전략, 제도를 마련하는 게 장점이라는 저자의 결론입니다. 한국도 애써 인재들이 일궈 놓은 성과를 허공에 날리지 않으려면 이런 점을 좀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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