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미친 남자 - 미친 급 남자시리즈
정종화 지음 / 맑은소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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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집가이자 영화학자이며 한 사람의 열렬한 영화팬이기도 한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통해 보아 온 영화와 영화인이 대한 회고를 쓴 책입니다. 


1950년대 서울 단성사에서 본 여러 영화들에 대한 회상이 눈에 띕니다. <자이언트>는 어느 대지주 가문에얽힌 픽션 연대기인데 한 여인을 향해 품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제임스 딘의 연기가 유명합니다. "당신은 이 사과와도 같아...." 끝도 없이 펼쳐진 농장과 그 농장보다 더 큰 부를 담은 유전 등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삼아 펼쳐질 수 있는 사연은 다 펼쳐지는 그 스케일이 정말 볼만합니다.


이예춘 씨와 박노식 씨에 대한 저자의 회고도 있습니다. 이예춘 씨는 중견배우 이덕화씨의 부친이며 이덕화씨가 바이크 사고를 당했을 때 그 충격으로 타계한 사실로도 잘 알려졌습니다. 박노식씨는 KBS 드라마 <무인시대>에서 이고(李高) 역을 맡은 연기자 박준규 씨의 부친이기도 하며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로서 기억되는 배우입니다. 


특히 이 책에는 마릴린 먼로에 대한 언급이 잦습니다. 먼로는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미군 위문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 먼로는 아직 우리가 알던 만큼 엄청 유명해지기 전인데 여튼 그런 식으로 한국과 인연을 잠시나마 맺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커리어를 영리하게 만들어나간 그녀의 흔적이 여기서도 발견된다는 점이 또 재미있고요. 


일세를 풍미한 한국 배우들, 즉 최민수 씨의 부친인 최무룡, 김진규 씨 사이의 라이벌 관계도 조명됩니다. 김진규씨의 딸이 김진아씨인데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손탁 부인 역을 맡은 적도 있습니다. 김승호씨는 "서민의 영웅"이라고 이 책에서 규정되는데 그가 주연한 <마부>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당시 상을 받기도 했다고 나옵니다. 1980년대에 여러 드라마에 출연한(이전 책프 21기 3주차 리뷰에서 언급한 <추동궁마마>에서 이숙번 역을 맡았습니다) 원로 배우 김희라씨(남성입니다)가 그의 아들이기도 한데 이 시절 배우들은 그 2세가 대를 이어 연기자로 활동한 경우가 참 많네요. 이 독후감 중에서 언급된 예만 해도 100%입니다. 


이 책에서는 <가스등>이라는 1944년작이 소개되는데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을 맡았던 이 작이 바로 요즘 자주 운위되는 "개스라이팅"이란 말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악질 남편이 불순한 목적으로 아내의 심리를 조종하려 들죠. 윌리엄 홀든 주연의 <스탈락 17>은 처음에는 유쾌한 코미디처럼 전개되다가 나중에 미스테리물 혹은 비장한 탈출극으로 변하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유독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들은 흑백 영화가 많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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