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무스꾸리 자서전 - 박쥐의 딸
나나 무스꾸리 지음, 양진아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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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라면 현재 50대 중반 이상에서 70대 초반 정도 되는 분들에게 아주 인지도가 높은 분입니다. 책에는 그리스가 낳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라고 소개가 나오는데 이분은 가수, 공연자이지만 작곡가로서 반젤리스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나나 무스꾸리가 반젤리스보다 십 년 정도 연상입니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위로한 에디트 피아프하고는 대략 이십 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에디트 피아프는 아득한 과거에 살았던 사람이란 느낌이 있는 반면 이분은 아직도 생존해 있습니다. 


에디트 피아프도 지독하게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덕에 그 아픔과 복잡다단한 감정을 자신의 목소리에 담아낼 수 있었던 행운(?)을 가졌던 것처럼, 나나 무스꾸리도 그리 순탄치 못했던 십대를 보냈다고 이 책에서 고백합니다. 재능을 타고난 이들에게는 이런 시련도 하나의 멋진 도약 계기가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온리 러브 ♬ 캔 메이크 메모리~" 이 곡은 영어로 불렀고 사실 우리 나라 청중들은 그녀가 영어, 불어 외에 다른 언어로 취입한 곡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노래 실력이 탁월한 이들이 흔히 그렇듯 성장기 내내 자국에서만 지낸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게 영어 딕션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라디오나 영화 등을 통해 미국 노래를 장르 불문 많이 접한 덕이 컸다고 하며 한국의 패티 김 같은 분도 미8군에서 처음 경력을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본격적 성장에는 이때로부터 20년 후 마이클 잭슨을 세계적 가수로 만든 대 제작자, 작곡가인 퀸시 존스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커리어 내내 다양한 나라의 언어들, 독어, 모국어인 그리스어, 네덜란드어 등 노래에 사용하지 않은 언어가 없다시피합니다. 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노래 중 그녀가 부른 곡으로는 <트라이 투 리멤버>가 있겠는데 이 노래는 원래 브라더스 포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오리지널보다 나나 무스꾸리 버전이 훨씬 좋습니다. 브라더스 포의 히트곡 중에는 "그린 필즈" 같은 게 한국에서도 유명하죠. 


또 <사랑의 기쁨(Plasir d'amour)> 역시 아주 오래된 프랑스의 가곡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어느 프랑스 가수가 부른 버전보다도 나나 무스쿠리 커버가 단연 인기 최고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자면 그녀가 자유자재로 만드는 선율을 따라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습니다. 이 곡에서도 그녀의 프랑스어 딕션은 원어민보다도 더 좋으며 불어 고유의 매력적인 사운드를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다 조음하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 줍니다. 한국에 내한 공연을 왔던 스페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도 한국말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 적 있는데 "누구의♪ 주제려어언가~~"까지 나올 때 한국 관객들이 까무러칠 듯 놀라고 감탄하는 반응이 화질, 음질 다 나쁜 유튜브 클립 영상 밖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저 역시 그 영상을 보고 또 봐도 볼 때마다 경이롭습니다. 


다만 이상한 게... 나나 무스꾸리 같은 천재형 가수는 진짜 뭘 불러도 원곡자보다 더 잘 부를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도 <Smoke gets in your eyes> 같은 곡에서는 영 맛을 못 살립니다. 이 노래는 플래터스가 부른 게 한국에서는 유명합니다. 플래터스는 "오 예에에~ 아임♪♩ 더 그레잇 프리텐더~"를 부른 4인조 그룹이었죠. 


제목 "박쥐의 딸"은 그녀의 부친이 용모 때문에 동네에서 그리 별명이 붙었던 것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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