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바이올린 켜줄게 춤춰봐 춤춰봐 춤춰봐 - 할머니가 쓴 육아에세이 : 나는 이렇게 손자를 키웠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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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손자인 한결이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데, 한결이는 커서 나중에 너무너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독자인 제게 들었습니다. 저는 특히 이 책 초두에 "내 아이를 내 엄마가 (대신) 키워 주셨기에 아이 키우는 것, 엄마 된다는 게 뭔지를 몰랐으나 이제 내 손자를 내가 키우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말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요즘은 여성들도 사회 생활을 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육아에 쏟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정부도 일정 부분 육아비를 보조하고 육아 휴가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나 여전히 많이 부족하죠. "외손자를 키워 주는 친정 엄마"는 이제 하나의 사회적 합의 내지 공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내켜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예외도 엄청 많습니다. 내 아이를 키워 주는 친정 엄마가 고마운 줄을 (새삼) 알아야 할 딸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적어도 "그저 당연히 여길 일"은 아니라는 거죠. 


참 사진이 많기도 많습니다. 아기가 기어다니는 모습, 아직 눈도 잘 못 뜨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은 물론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언제 커서 두 발로 잘 걸어다닐까, 언제 어른처럼 의젓하게 말하기를 배울까 등등 여러 생각을 스쳐지나가게도 합니다. 물론 때가 되면 다 무리없이 배우고 거치는 절차들이지만 아기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고 한편으로 경이롭기도 한 느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결이가 참 총명한가 봅니다. p141에 보면 저자 자신은 도무지 외울 수 없었던 공룡 이름을 손자가 줄줄 외우는 걸 보고 신기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른들도 아마 자신이 어렸을 때 책에 안 나오던 새로운 이름은 못 외울 겁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천재이기라도 한지 그 긴 이름을 줄줄 외우고 그림을 보며 일일이 구분하는 등 무슨 전공 학자처럼 놀라운 능력(?)을 뽐냅니다. 이처럼 총명하던 머리가 왜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점점 바보가 되는 건지 알다가다 모을 일입니다. 


할머니와, 아직 어린 손자가 나누는 대화를 여태 여러 책에서 읽어 왔습니다. 읽을 때마다 신기한 게 어린 손자가 할머니에게서 지혜와 지식을 배우는 게 메인이겠으나 이런 대화를 통해 오히려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건 어른들인 편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 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결아, 쓸쓸하다는 게 뭔지 알아?" "응, 혼자 있는 거에요(p235)." 거참 뭘 알고서 저리 대답하는 건지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 저자는 "혼자 있어 본 적도 없으면서"라며 속으로 "여럿이 있을 때 쓸쓸한 게 진짜 쓸쓸한 것"이란 대답을 내놓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다 공감할 대목입니다. 왜 "군중 속의 고독"이 진짜 고독인지 말이죠. 


"땅은 무구하다(p277)." 사실은 사람도, 어렸을 때는 때묻지 않고 무구한 마음입니다. 사람이 태초에 그리 생긴 대로 자연에만 머문다면 계속 깨끗한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때 묻히는 건 우리 자신, 그리고 다른 동료 인간들입니다. 저자는 손자가 도와 주는(?) 고구마 농사를 이어가며 우리네 땅이 이처럼 정직한 소출을 내놓으며 죄 많은 인간을 먹여살리는 이치를 궁금해합니다. 


p278, 그리고 책 앞날개에 왜 저자가 운영하는 농장 이름이 "구원(具元)"인지 설명이 나옵니다. 그러니 해당 한자의 참뜻과는 무관하지만 저는 독자로서 좀 엉뚱하게, 결국은 자연에 귀의하고 티없는 땅에 의존할 때에야 비로소 사람의 구원(救援)이 가능하지 않을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기의 티없이 맑은 눈을 보면 이런 결론이 더 굳어지는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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