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리마스터판)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정세랑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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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의 기쁨과 만족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일 것이다(p29)." 저자는 도시인으로서 사는 외로움을 토로하며, 아마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몸부림들 중 하나가 수집과 만남, 혹은 잘해주기 등으로 나타난다고 암시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어떤 욕구든 한 방향으로만 치달으면 해로울 수 있고, (적어도) 세련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미니멀 라이프의 가치를 말하며 뭘 모으든 적정선에서 멈추고, 친구나 지인한테 잘해주는 것도 적정선을 지키며 일정선을 넘었다 싶으면 반대 방향을 보는 게 필요하다고 독자에게 충고합니다.



"옷은 옷집 주인의 취향을 사는 일이다(p24). 우리 나이쯤 되면 체형, 선호하는 스타일, 취향 등이 분명해지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치 않다. " 나이 들어서 확실히 편한 점이기도 하겠거니와 새삼 뭐가 슬퍼지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저 문장이 무슨 뜻인지 처음에 분명히 와 닿지 않았으나 아마도 "옷을 사는 일이 옷만 사는 게 아니라 그 샵 주인의 취향을..."이란 뜻 같습니다. 그렇다면 옷을 사는 일은 곧 나와 통한다 싶은 가게 주인을 (몇) 알아 두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정 연령대 이상에게만 해당되겠는데, 이게 옷뿐 아니라 음식 등 다른 구매행위에도 두루 통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음식을 사 먹는 건 그곳의 요리사나 사장의 취향(입맛)을 사는 것과 같다"라든가. 참고로 저 위 문장은 저자께서 여성이라는 점 감안해야 더 정확히 이해됩니다. 속옷에 관한 지론(?)은 p86 이하에 잘 나옵니다.



"세상사 중 억지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남녀상열지사다(p63)." 물론 이것 말고 뭘 억지로 밀어부쳐서 기어이 이루고 만 사람이라면 대단한 근성이거나 능력입니다. 반대로 뭘 억지로 추진 안 해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람끼리 절로 합이 맞아 달성되는 일도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건,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일 때 이런저런 불필요한 수고나 미련 없이, 되는 일은 되는 일대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대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되는 일은 그저 단념하면 그만인가.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끝까지 노력하여 손에 넣되 쉽게 포기하지 말 일은 따로 있다고도 합니다. "4050 여성 사이에는 주반골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p109)." 주식, 반려동물, 골프를 각각 가리킨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 키워드 뒤에 숨은 건 "돈과 여유"라고 합니다. 돈, 돈...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고 더 나이 들어서 곤란한 지경에 안 빠지려면 반드시 이 돈만은 손에 꽉 움켜쥘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해당 연령대가 되는 여성들이나 아직 젊어 별 걱정이 없을 여성들이 더 마음에 새길 만합니다.



이상형의 변천사... 남자들은 이게 자동차 선호(의 변화)와 함께 가고 여성들은 신발이라고 합니다.(p123) 제 주변에 아직 이 연배 분들이 안 계셔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듯도 보입니다. 여성들에게 신발이 긍그렇게 중요한 의미일까요? 좋은 예는 아니나 예전 어느 독재자의 배우자는 장에 신발이 3000켤레가 있었다고도 하죠. 여성들이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는 신발이 얼굴을 닿는 지면에 함부로 담배꽁초나 침, 혹은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버리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건 남자들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은 이혼이 큰 흠도 아니고 애초에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끝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는 게 어쩌면 사행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p138에서 쿨하게 자신의 이혼 스토리를 털어 놓습니다. "단연코 쉬운 이혼은 없으며 누구에게나 이는 아픔이다." 그러니 이혼 한 번 해 봐야 생의 쓴맛도 알고 더 성숙해진다고 말해도 너무 나간 소리는 아닙니다. 문득 저자의 약력을 다시 보고 싶어 앞날개로 돌아갔는데 <여성시대>, <지금은 라디오 시대>등 특정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 그 전성기에 활동하던 작가님입니다. 새삼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네요. 함께한 진행자들도 다들 쟁쟁한 셀럽들입니다.



반려동물만 있는 게 아니라 반려식물도 있습니다. 식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누가 그랬으나 이에 단호히 반대하는 의견도 있죠. 독자인 저도 혼자 칼라를 키우다 끝내 다 죽인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만 식물 잘 키우는 금손은 따로 있습니다. "용기(p173)"라는 표현도 보이는데 애착을 갖고 반려식물을 곁애 둬 본 분만이 쓸 수 있는 말이지 싶습니다.



"젊음은 좋고 늙음은 나쁘다." 이 말에 단호히 반기를 들 수 있는 나이와 경륜이 부럽습니다.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 좋지, 억지로 당기고 희게 만든 부자연스런 얼굴이 과연 찬양의 대상이겠습니까. 요즘은 연예인들도 겉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늙고 주름진 그대로, 염색 없이 TV에 나오는 듯도 합니다. 이게 나라며 당당하고 자존감 있게 타인을 대할 수 있는 마음가짐 앞에 우리 모두 자연스러운 존경, 경의를 보낼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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