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문화탐방기 - 마을의 소년들
지현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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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만연한 폭력, 사회악 등을 줄이려면 아무래도 어린 시절부터 그 성원들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소년들은 그 넘치는 혈기 탓에 말썽에 휘말리곤 하며, 사회의 관심과 계도가 더 필요한 신분, 위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리터러시(literacy)는 우리말로 보통 "문해율(文解率)"이라 번역됩니다. 사람이 온전히 사회화가 이뤄지려면 글자를 알아야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바람직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디지털 리터러시(p33)라는 게 따로 있어서 웹 공간에서 올바른 소통을 기하고 실수 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도 따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특히 소년들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혹은 일시적인 기분 탓에 웹상에서 큰 실수를 할 우려가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 거액의 배상금을 물거나 소년원에 갈 수도 있는데 언행의 심각성을 본인은 미처 모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론 청소넌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고 마치 큰 정의나 실현하듯 좀스럽고 비겁한 처신을 하는 엉터리 위선자들이 문제이긴 하나 함정에 쉽사리 빠지지 않게 청소년을 잘 계도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희 때에도 아이들은 주로 골목에서 놀곤 하다가 취학 후에 비로소 제대로 놀거나 배울 공간이 마련되곤 했지만 여튼 골목(p42)은 처음으로 또래를 만나고 소통하며 사회화의 첫발을 디디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뭔가 크게 달라진 조건 하나가 있으니 바로 소셜 미디어입니다. 저자인 지현 선생님의 고민도 아마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특히 1997년이라는 이른 시점부터 페미니스트 가수로 활동했다고 하니(이 책 앞날개), 소년들, 잘못 길들여지면 혐오와 차별의 주체로 오도될 가능성이 큰(저자의 눈에 그리 보이는) 소년들에게 각별히, 각별히 온라인에서의 바른 소통 방법을 교육할 동기를 가질 수바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쥐는 순간부터 24시간 연결 가능 상태가 된다(p92)" 책에 나오듯이 이런 사정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어른들 역시 자신들이 주로 활동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그간 국지적 제한적 연결 상태에 놓였지, 인터넷처럼 순식간에 전세계로까지 연결이 확대되는 체험은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죠. 미숙하고 덜 적응하기로는 아직은 모든 세대가 다 마찬가지이나 여튼 성인은 보편 규범에의 숙지가 더 광범위합니다. 청소년은 그렇지 못하기에 계도와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대안학교는 아마도 아직 이런저런 규칙이 완성되어 가는 도중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안학교가 일반학교보다 못하다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섣불리 결론 내릴 일은 전혀 아니죠. 일반 학교에서 규범으로 통하는 건 사실 모두의 동의를 채 받지 못했거나 아직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강요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p95에서 나윤이가 하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맞이하는 도전과 상황의 어려움은 사실 어른들이 겪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에 더 조심스럽고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합니다.



밴, 블락, 이 모든 게 앞선 세대에게는 낯선 영단어이나 청소년들이 주로 머무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상처럼 접하는 용어(p105)입니다. 이곳 역시 엄연한 사회이며 "가상"이란 한정어를 붙일 필요도 거의 없는 절박한 현실이고 하루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발산되고 머무는 곳입니다. "그런 걸로 어그로 끌고 관심 받으려는 거죠.(p125)" 이런 행위에는 음란 동영상의 업로드도 간혹 포함되는데 이런 어두운 모습은 사실 못난 어른들이 그들의 마음 속에 심어 둔 못된 싹으로부터 비롯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출신 성분, 성별의 구별 없이 잘 어울릴까요? 그래야 마땅하지만 못난 어른들의 배려 부족으로 오히려 아이들 레벨에서 더 극심한 차별과 갈라치기, 혐오, 따돌림이 만연한 게 현실입니다. 상업 공간에서 여튼 아이들 나름대로 역할 놀이가 이뤄지는 걸 보며(p150) 자신들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게 잗가님 말입니다. 주식 하는 어른들이 하도 손절 손절 해 대니 아이들도 절교 대신에 이 말을 쓴다고 하며(p169) 한편으로 쓴웃음이 나기도 하나 본디 "절교"는 고도의 교양을 갖춘 문우 사이에서나 오가도 오가던 말이었으니 이제서야 언어 생활이 제자리를 찾나 싶기도 합니다.



"마을"이란 단어가 주는 정겨움을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언젠가부터 이 "마을"이란 말을 뺏기고 살았습니다. 이기주의, 도시화, 경쟁 등에.... 아이들 때부터 이 말을 찾아주고 애들에게 올바른 심성을 심어 줄 때 마을도 동심도 이타주의도 사랑도 모두 누리에 귀향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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