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
백승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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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무척 두려운 순간입니다. 석가모니는 생로병사의 과정 모두가 고통이라고 했으나 우리말 속담에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세상에 나서 부모에게 사랑 받고 알맞은 짝을 만나 사랑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자식을 낳아 크는 보람을 맛본 후에야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아니 거꾸로 그렇기에, 죽음은 생을 보람차게 산 사람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두려운 순간이며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죽음을 담담히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의연한 마음가짐을 미리 갖추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오래 수행한 고승일수록 자신의 죽음 날짜까지 예언한다고 합니다(p48)." 우리는 그런 수도자들처럼 높은 경지에 스스로 달할 수 없고, 서양 격언에도 "어느 누구도 자신이 죽을 날까지는 알 수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니 새파란 젊은이에게도 당장 내일이 그날일 수 있다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죽음을 예비하는 노력이 의미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편으로, 불의의 사고를 당하든지 해서(그런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지만) 불수의 상태로 장기간 의식 없이 누워있다거나 하면 이는 경우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미리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런저런 조치를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책에서는 이른바 연명치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는데 이 부분 관심 있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이며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임사 체험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걸 절절히 증언하는 이들이 한국에도 있고 외국에도 있습니다. 들어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은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역시 저산소 상태에서 겪는 뇌의 착각(p59)일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하는데 그런 아티클을 어려서부터 읽어 온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 느낌들이 "아 이게 저승 문턱이구나"라고 여기면 딱딱 들어맞긴 하지만 그게 진짜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죽음이 그래도 어떤 느낌을 주는,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그 무엇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간절함이 그런 믿음을 이어가는 듯도 합니다. 정말 죽기라도 하면 느낌도 의식도 아무 흔적도 없는 완전한 무(無)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생각에 도달하면 진심 슬프긴 합니다. 내가 nothing이라니.



희곡 속 줄리엣은 의도적으로 약을 먹고 가사 상태에서 생명을 이어갔다가 깨어났는데 이게 아니라 진짜 죽음을 맞은 노년이라 해도 아주 예외적으로 다시 깨어나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서도 전통적으로 삼일장을 치러 왔으며 죽음의 선고는 어느 문화권에서도 신중하게 이뤄집니다. 책에는 관 속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도 간혹 나타난다고 하는데 혹여 그런 경우 운 좋게 개관을 다시 한다 해도 반드시 당사자가 살아나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아주 잠깐이나마 의식이 돌아왔다는 건 당사자를 그리 떠나보낸 유가족에게는 몹시 슬픈 일이겠습니다(당사자는 관 속에서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뇌사의 경우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이미 1993년에 주장하고 나선 적 있는데 물론 이익집단으로서 그들의 입장이 따로 반영된 움직임이었겠으나 여튼 이 문제가 저처럼이나 일찍 공론화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이 책 p119에 나오듯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는 등 여러 제도가 실시되는 중이나 저자는 아직까지도 일반의 의식이 미흡하다며 아쉬움을 표합니다.



p154 이하에는 "현명한 죽음의 설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슬퍼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내가 세상에 살다 가는 뒷마무리를 이처럼 꼼꼼하고 깔끔하게 하는 게 인생에의 진정한 책임 표명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죽음은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 영원에의 합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특정 종교에서의 가르침 같은 걸 떠나, 이승에서 성실하고 보람되게 산 사람은 죽음 이후에도 반드시 어둡고 차가운 그 무엇이 기다리는 절망 같은 걸 극복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것이 서글픈 허무를 깨치는 진정한 생의 초극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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