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머니 - 감염된 경제, 풀린 돈의 역습에 대비하라
KBS 다큐 인사이트 〈팬데믹 머니〉 제작팀.이윤정 지음, 김진일 감수 / 리더스북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전염병이 전 지구를 강타하여 모두가 큰 고생을 합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들은 확진자, 위중증자, 사망자들이지만 그 다음이라면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겠습니다. 사람의 이동에 제한이 가해지니 유동인구를 바라보며 생업을 유지하는 이들이 힘들 수밖에 없고 이 부문을 중심으로 경제는 경색됩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이들에게 긴급한 지원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물의 생산은 (일단) 없이 돈만 (먼저) 풀리게 되어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의 요인이 생깁니다. 생산이 그리 큰 간격을 두지 않고 이내 재개되면 좋겠으나, 코로나가 각종 변이를 만들며 여전히 잠잠해지지 않는 통에 여러 부작용과 구조적 문제가 우려됩니다. 


이 책 p37에서는 영화 <인 타임>의 화폐 체계(허구상의)를 소개합니다. 손목에 시계 같은 걸 새겨 남은 수명을 표시하는데 무엇을 사거나 할 때 돈 대신 이것을 조금씩 떼어 주어 교환 수단으로 삼습니다. 즉 시간이곧 돈이며 돈이 많은 사람이란 곧 살 날이 아직 많이 남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연적인 수명도 적게 남은 법이니 그 점에서는 현실보다 불공정하고 가혹하지만 대신 이런 사회에서는 누가 사람 수명으로 장난을 칠 수는 없으므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적을 듯합니다(모든 재화, 서비스의 과소 생산이 벌어지면 모를까). 정부 당국에서 관리하는 화폐의 수량이 실물 경제와 항상 적정선에서 일치하게 할 수 없으므로 인플레의 위험은 언제나 있고 요즘처럼 돈이 많이 풀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양적 완화"는 특히 과거 그리스 디폴트 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가 세계적 디프레션을 막기 위해 단행한 화폐 증발(增發) 조치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이 책에서는 p49에서 특히 도널트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500억 달러 긴급 투입"을 뉴스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책에 나온 대로 "한국 GDP의 두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라는 설명을 들으니 실감이 납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이 달러를 미국 영토 외에 다른 나라로 흘러가게 할 힘이 있습니다. 자국 인플레 압력을 해외로 분산시키는 거죠. 사진을 보면 트럼프도 트럼프지만 펜스 (당시) 부통령의 마치 "그럼, 무제한이고말고"라 말하는 듯한 단호한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돈만 많이 푼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실물의 생산이 반드시 뒤따라줘야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습니다. 요즘 일각의 경제이론에서는 어차피 디지털 분야에서의 혁신이 끝도 없이 이어지므로 화폐가 무제한 늘어난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효용이 그만큼 생기는 셈이라고도 하며 특히 런던 등 대도시의 집값이 끝도 없이 오르는 걸 보면 일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모든 부문의 한계 생산이 일정한 게 아니며 p65의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같은 분은 이런 화폐 증발, 양적 완화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봉합하는 것"이라 평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