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신구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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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국의 <달마상>은 요즘도 TV 등에서 자영업자들에게 행운을 불러오는 그림으로 꼽혀 인기가 높습니다. 과연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대담한 필치로 한 번에 이어내리며 멍한 듯 큰 지혜를 품은 눈매를 묘사한 그 솜씨가 문외한에게마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실입니다. 많은 이들이 잘못 알기도 하는데 김명국의 활동 시기가 김홍도, 신윤복 등보다 더 이전입니다. 아마도 국사, 미술 교과서 등에서 두 분보다 소개가 뒤이거나 비중이 낮아서 착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강희안은 사육신과도 활동 시기가 비슷한 문신이며 화공 같은 커리어가 아니라 과거 급제를 통해 출사한 문신이었습니다. <양화소록>등이 그의 저서로 잘 알려졌으며 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의 대표 걸작은 아무래도 <고사관수도>이겠는데 함축성 높은 구도와 한가로운 듯 (물[水]을 통해) 세상을 관(觀)조하는 고사(高士)의 시선이 또한 일품입니다. 


안견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강희안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예술가로서 화공 출신입니다. 안평대군 이용의 꿈을 모티브로 삼아 <몽유도원도>를 완성한 사실은 유명합니다. 엄청난 스케일이 인상적인 그림이며 명사들의 시와 필적이 남은 그림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명작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세종 연간이 확실히 문화적으로건 정치적으로건 안정된 시기였음이 또한 분명합니다. 


예전부터 오주석 저자는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 왔습니다. 물론 오 저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이 그림에 큰 의의를 둡니다만 책을 읽어 보면 특히나 저자가 해당 그림에 대해 몰입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혹은 이 책에 윤두서의 그림이 두 편이나 실린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해당 작가의 화풍을 높이 평가하는 소치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설령 왕이라고 해도 실물을 과하게 미화하는 묘사를 하지 않는 게 화공은 물론 선비로서 증몀해야 하는 최소한의 필치 윤리이며 이를 지키지 않고 당사자에 아부하는 선택을 하며 당대와 후대로부터 두고두고 비난받는 이야기를 즐겨 자신의 책 속에서 합니다. 


정선 역시 신윤복, 김홍도 등보다 앞선 시기의 사람이며 전문 화공 출신이 아니라 문인이 취미로 그림을 그린 경우에 속합니다. 이번에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며 그의 컬렉션이 사회에 환원되었는데 이 중에 인왕제색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왕제색도뿐 아니라 이건희 컬렉션은 실로 엄청난 세계적 걸작을 두루 포함하며 그 가격을 차마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기대 이하인 점은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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