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말선초 서북 국경과 위화도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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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하에서 우리 역사가 많은 왜곡을 겪었음은 그간 여러 학자들이 지적해 왔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런 관점을 전제로 삼으며, 이성계와 조민수가 요동 정벌군의 말머리를 돌려 회군한 위화도가 현재 우리가 아는 그 위치가 아닌, 요령성 포석하가 그 정확한 위치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위화도에서 이성계 등이 회군하여 우왕과 최영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건 단순한 쿠데타가 아닙니다. 고려 초에 강조(康兆)가 쿠데타를 일으켜 목종을 폐하고 현종을 세운 일이 있었지만 강조 역시 거란의 침입에 닥쳐 그 애국적 충절을 감연히 떨쳐 적군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에 비추어서도 알 수 있지만 설령 군사정변이 벌어지는 일이 있어도 그 주모자가 역성혁명으로 사태를 키워 자신이 옥좌에 앉기까지 하는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용의 눈물>등에서는 사세가 부득이해 이성계가 회군하여 기존 지배세력을 갈아치우긴 했으나 이백 년 전 최충헌처럼 집정자에 머물려 했을 뿐 본인이 왕이 되려는 마음까지는 먹지 않았고, 아들 방원이나 정도전 등 신진 사류의 추동이 더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을 합니다. 요즘 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정반대 해석입니다. 


이 책의 입장에 의해서도 위화도의 위치가 크게 바뀌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요동 반도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며,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활동 범위가 만주 쪽으로 더 확장되는 결론이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명 태조 주원장이 설치를 통고한 철령위에 대해서도 그 더 정확한 위치를 비정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듯 "역사지리"는 더 정확하고 더 본질에 접근하는 역사의 내용을 밝히기 위한 필수 불가결의 수단입니다. 또 일제 하에 만들어진 <조선사>에 대해서도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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