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명회 1
신봉승 지음 / 갑인출판사 / 1992년 9월
평점 :
절판


20기 34주차에 "한명회와 수양대군"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 있습니다. 수양대군, 나중에 세조라는 묘호를 받은 군주가 일찍부터 측근에 저 한명회를 들이고는 "나의 장자방"이라며 자랑스레 여긴 적 있었으며, 그를 요긴히 활용해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기어이 권력을 잡고 말았습니다. 물론 한명회도 주인인 수양대군을 잘 활용했기에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세와 영화를 다 누리고 저세상으로 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종서도 그렇고 훨씬 앞선 시기 최영 장군도 그렇고, 수양대군이나 이성계가 궁정쿠데타 혹은 군사정변을 감행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당한 듯합니다. 김종서나 최영 역시 그저 우직한 무장일 뿐인 그런 인사들이 아니고, 사람 상대나 정치를 한두 해 해 본 사람들이 아닌데, 어째서 저들이 저런 모험을 할 줄 전혀 꿈도 꾸지 못 하고 있었겠습니까? 이는 정말로, 수양대군이나 이성계나 흑심을 품고 평소와 다른 언행으로 상대를 속일 만한 위인이 실제로 아니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며, 만약 그렇다면 아마 그들의 장자방, 그들의 공명이 "안 그럴 법한 주인을 골라(평소에 의심을 받지 않으니 정변 주도에 최적의 요건)" 천만 뜻밖에(물론 제 주인은 빼고) 일을 벌인 덕분일 가능성이 큽니다. 수양대군이 그런 일을 감행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죠. 안평대군의 책사인 이현로든, 혹은 혜빈 양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든 간에 말입니다. 아무리 이런 거사에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해도, 적어도 김종서가 그처럼이나 방심하고 있었던 걸 보면...


이 책은 1992년에 출간되었다고 나옵니다. KBS에서 이덕화, 서인석씨 등을 캐스팅하여 드라마를 만든 게 1994년이므로 어느 정도는 원로 신봉승 작가가 극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그는 이보다 십 년 정도 앞선 시기에 MBC의 시리즈 <조선왕조 오백년> 세번째 기획 <설중매>에서 한명회라는 캐릭터를 대단히 재미있게 창조하여 새삼 대중들에게 어느 실존 인물의 인지도를 대폭 높인 적이 있습니다. 


한명회는 소위 칠삭동이라 하여, 요즘 말로 미숙아로 태어나 기이한 외모로 세상 사람들에게 놀림받았다는 야사, 혹은 저런 대중이 즐기는 컨텐츠에서의 태도 때문에 오해를 받곤 합니다만 실제로는 신장도 크고 인물도 잘생긴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정치를 하려면 이런 조건이 어느 정도는 필수입니다. 하긴 그와 수시로 정치적 동맹을 이루었던 수빈 한씨(소혜왕후), 또 그의 부친 한확 등도 촌수가 멀다뿐 일문으로 봐야 하는데, 한확의 경우 여러 차례 명 황실과 일종의 사돈 관계를 맺는 등 이 집안이 원래 외모 면에서 오히려 평균 이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전혀 아닐 것 같아도 이처럼 외모가 끼치는 영향이 알게모르게 크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