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예언, 시간의 종말 - 마야 문명의 신비로운 비밀을 풀어낸 미래예언서
에이드리언G.길버트 지음, 고솔 외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마야가 라틴 아메리카 어느 지역의 고대 문명이라는 정도는 알지만 구체적인 것은 잘 모릅니다. 아무래도 현재 이 문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은, 미래에 벌어질 문명의 종말이라든가 이런 신비한 이슈와 관련된 쪽에 초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특히 플라톤이 이야기한 "아틀란티스 문명"이 이 마야와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는 데서 논의의 출발점을 잡습니다. 그가 남긴 모든 저작이 철두철미한 논리성으로 일관하고 있고, 아무래도 서양 철학의 아득한 개조로 봐야 할 그가 구태여 신비에 싸인(좋게 말해서 이렇다는 거고 솔직히 말하면 허황된) 아틀란티스를 거론했다는 자체에서 아직도 논의의 불씨가 죽지 않는 듯하며, 만약 다른 논자나 저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어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아마 벌써 담론의 장에서 사장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야 문명 관련 가장 유명한 이야깃거리라면 아마 "인신 공희"일 것입니다. 영화 <아포칼립토>에서도 이런 점 때문에 마야 문명이 상당히 비판저적으로 묘사됩니다. 어떤 이는 제국주의의 시선으로 토착민 문명을 비하했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근거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입니다. 서구 제국주의를 단죄한다고 해서, 토착 문명이 무작정 미화되어서는 안 되며 학문적으로 근거가 밝혀진 요소는 그것대로 팩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해당 영화(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인) 역시 고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겠고요.


마야 문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0의 인식입니다. 어떤 문명이건 0을 본격적으로 인식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기수법이 발달할 수 있고 올바른 수학적 개념이 싹틀 수 있습니다. 마야 문명이 이처럼 고대에 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건 바로 이처럼 면밀하게 수의 관념을 인식했다는 데 크게 기인했다고 여겨집니다. 인도에서 이것이 최초로 고안되었다고는 하나 굽타 제국, 즉 한국으로 치면 신라 시대에나 들어와서의 일이죠. 많은 이들은 인도에서보다 적어도 기수법 체계의 일부로서는 마야가 더 앞섰다는 추정을 내어 놓습니다.


서양 제국주의에 의해 마야 문명은 무참히 파괴되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서양 제국주의에 의해 철저히 큰 피해를 본 것은 아즈텍 제국, 잉카 제국이며, 마야 문명은 지배 세력의 지나친 호전성과 잦은 전쟁 때문에 국가 체제가 거의 와해되다시피했습니다. 이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실속도 없는 전쟁이 지나치게 빈발하면 결국 국가 공동체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도 특히 조선 시대 같은 구간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외 정세에 대응했는지를 두고 비판이 잦으나, 결국 전쟁을 최대한 피하면서 효율적인 통치 방식을 도모하려 했던 게 결과가 그리 되었을 뿐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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