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만 몰랐던 마케팅 기술 - 글로벌 톱 브랜드 마케터의 송곳 같은 마케팅 치트
이혜진 지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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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의 질과 성능 자체보다 마케팅, 즉 물건을 파는 기술이 더 우선일 때가 많다는 사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신박한 마케팅으로 일단 무엇을 팔고 봐야 하는 현실의 절박함은 결국 우리를 마케팅 공부에 몰두하게 하죠. 평소에 방탄의 <인트로: 페르소나>를 즐겨 듣는다는 저자는 작금의 현실이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서두도 인용합니다. 즉 성공한 브랜드는 비슷한 이유로 성공했지만, 실패한 브랜드는 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으며 그 실패한 사연도 저마다의 이유로 재미있다는 겁니다. 확실히, 이래서 성공했다 류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그 반대를 재미있게 모아 놓은 책은 드뭅니다. 남의 실패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는 방법은, 내가 직접 일일이 실패를 해 보는 방법보다 확실히 싸게 먹히는 길입니다. 


마케터는 어떤 선입견, 편견에도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p42).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소비자와 말이 잘 통하고 드디어 성공적인 마케팅을 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케터의 언어"가 아니라 소비자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데,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라는 의문이 소비자로 하여금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확실히 짜증나는 광고를 보면 우리 시청자들, 독자들이 그런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이게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이런 실패를 피하려면 먼저 마음을 비우고 소비자의 시선, 또 상품 자체의 특질에 사심 없이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책 서두에는 아디다스 이야기, 네스프레소 이야기가 길게 나옵니다. 저자 자신이 이 상품, 회사, 브랜드에 깊이 간여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이 브랜드들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은 꼼꼼히 정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몇 년 전에는 조지 클루니가 등장하여 당연하다는 듯 "What else?"를 묻는 광고가 인상적이었죠. 저자는 또한 아디다스가 야심을 갖고 론칭한 버티컬 스토어가 결국 실패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깊이 관여한 프로젝트의 좌절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고백하는 스토리이므로 우리 독자들이 흥미롭게, 또 유익하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필립 코틀러가 CSR을 정식으로 이론화한 이래 널리 쓰이는 개념이 되었으나 네스프레소는 그를 넘어 CSV를 추구했다고 합니다. 그저 남는 이윤의 일부만 사회에 환원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고객과 모든 가치와 이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거죠. 남수단은 반기문씨가 UN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독립한 나라인데 네스프레소는 신제품을 바로 이 남수단의 경제적 부흥과 연계시켜 론칭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저 이미지 메이킹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어려운 사람들과 한 걸음 한 걸음 같이 떼어 가는 모범을 보여 준 사례인 듯합니다.


몇 년 전부터 루프탑을 파티 공간으로 이용하는 트렌드가 부쩍 강해졌습니다. 서머셋 팰리스 서울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며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뗀 저자는 그 무렵 "호텔 문턱이 낮아지면서 생긴" 새로운 풍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확실히 호캉스다 뭐다 하는 게 다 호텔이 이전보다 "겸손해져서(2016. 10. 4 중앙일보 B8면 기사 등)" 일반 시민들도 호텔을 더욱 합리적으로 이용(p50)하게 된 듯합니다. p54 이하에는 필자가 직접 진행했던 "마이걸즈 서울" 이벤트에 대한 후기가 나오는데 역시 실무에 관심 있거나 혹은 그저 마케팅 일반에 대해 뭐 좋은 아이디어 없나 하고 물색하던 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입니다. "최고의 회사들은 새로운 방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연두색으로 테두리가 쳐진 대목들이 "비하인드 에피소드"로서 저자의 진솔한 후기가 담겨 있네요(p93 이하라든가).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나도 우먼스 트레이닝을 담당하기 전까지는 위아래 트레이닝복 하나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했다.(p65)" 요즘 여성들의 레깅스 착용을 두고 찬반 논란이 많은데 적어도 이 이슈를 놓고 단순 찬반으로 접근하는 건 마케터의 태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저자가 레깅스 착용에서 캐치한 건 "운동할 때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였습니다. 이런 테크니컬한 게 눈에 먼저 들어와야 마케팅의 눈이 뜨이는 거겠죠. 저자는 다시 강조합니다. "성공은, 편견을 넘어선 자의 것이다.(p67)"


"나와 어딘가 닮은 듯한 브랜드에 묘하게 끌린다(p84)." 저자는 여기서 투미 브리프케이스를 언제나 함께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예를 듭니다. 이 브랜드가 일관되게 내세우는 건 "견고한 실용주의 가치 체계"라고 합니다. 이것이 오바마가 자신을 브랜딩한 "팩트 가이"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는 거죠. 브랜드는 이처럼 뭔가 근본적인 차이를 두고 포지셔닝에 나서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런 건(=근본적으로 달라서, 다른 브랜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못 따라오는 건) 생각만 해도 신난다는 게 저자의 느낌이라고 합니다. 이 맛을 알아야 성공에의 첫 걸음이 떼어지는 것 아니겠나 싶습니다. 


p127에서 저자는 정재승의 말을 인용하며 에디슨이 이야기한 아주 유명한 명언, "천재는 99%의 땀(퍼스피레이션)과 1%의 영감(인스피레이션)으로 이뤄진다"라는 말을, 우리 상식과는 정반대로 해석하자고 합니다. 즉 99%의 노력을 때려부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결국 안 이뤄지는 건데, 이 1%가 사실 아무한테나 안 찾아오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1)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2) 이 가치를 경쟁력 있게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3) 끝까지 소비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p134)


마케터에게 운칠기삼은 없으며 준비된 실력의 힘은 그 무엇(운이라든가)보다도 강력하다고 합니다(p151). 성공을 밥 먹듯 하는 마케터는 언제나 자신만의 기준을 유지하며, 마지막으로 "이거 내가 봐도 괜찮은가?"를 항상 되묻는다고 합니다. 나이를 초월하는 자신만의 에이지리스한 스타일을 가질 것, 절대 지루해지지 말 것 등을 저자는 독자에게 힘 주어 강조합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주장이 정답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혜진이라는 마케터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 책을 통해 뚜렷이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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