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프로 일잘러의 업무 공식 S.T.A.R
김용무.손병기 지음 / 팜파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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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는 것에도 공식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직장이건 마치 타고났다는 듯 기획이면 기획, 영업이면 영업, PT면 PT, 신입 시절부터 사수도 없이 척척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며 우리들 대부분은 신입 시절 어떤 지침이 있고 롤모델이 있어야 직장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사기업은 사수가 비공식적으로 붙기라도 하지만, 공무원은 그런 것도 없고 나이가 어리건 많건 간에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 나가야 합니다. 여튼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패턴, 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스타일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것부터라도 우선 야무지게 챙긴다면 직장에서 훨씬 편하게 첫발을 디딜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책을 고를 때, 아유 그저 위에서 지적이나 안 받고 남들 하는 만큼만 좀 했으면 좋겠어,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책을 읽고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선 그런 무사안일의 마인드 자체를 버려야, 그나마 현 직장에서 버텨내는 수준이라도 가능합니다. 내 영혼과 피지컬을 여기서 하얗게 불태운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이 책에 나온 모든 충고와 제안이 피부로 다가오거나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저자는 톰 피터스의 그 유명한 책을 인용하여, "우리 모두는 미 인코퍼레이티드의 CEO이다"라는 구절을 독자에게 상기시킵니다. 뭐 예를 들어 제가 김진철이면 김진철 주식회사의 회장님이다 이거죠. 나를 브랜딩하고 나를 최상의 상품으로 부각하며(마케팅) 또 실제로 그에 걸맞게 내실을 키워야 합니다. 

 

또 톰 피터스의 같은 책에서 "업무는 프로젝트이다"라는 말을 환기합니다. 내가 작은 회사의 CEO라고 여기고, 거래처에게 일을 따온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냥 급여를 받기 위해 시키는 일을 죽지 못해 하는 것과는 열정(p35)과 성과 면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후자의 경우 저자는 "그냥 하루 늙었다" 같은 느낌 외에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합니다. 나는 직원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맡아 오는 거래처의 사장이다, 다시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마음이 절로 들게끔 사장님 역시 직원한테 최소한의 존중을 해 줘야 하고 신 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사람을 그저 이용이나 하고 최소 급여로 뭘 뽑아나 먹으려는 구시대 마인드로는 요즘은 아무도 붙어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여튼 저자가 제시하는 일잘러의 공식 STAR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 보겠습니다. 

 

S(센스 오브 디렉션. 방향감각) -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고객은 누구인지를 먼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일은 그저 내가 잘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을 해 달라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 가고 어디서 멈추며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를 알고 그에 맞게 일을 해야 하는 거죠. 

 

T(태스크 매니지먼트) - 말하자면 디테일입니다. 막연하게 누구를 만족시켜야겠다가 아니라, 이 사람은 어디에서 언제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이것을 원하므로 1단계 이것, 다음 단계 저것 하는 식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세부 작업을 구체화하여 배분하고 현실화시키는 과정입니다. 보통 일 잘한다고 하면 이런 걸 가리키지만 저자는 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네 공식으로 분류를 하고 논의를 전개합니다. 

 

A(어저스트 프라이어리티) - 업무 성격에 맞는 우선순위 조정입니다. 일 못하는 사람은 성격이 전혀 다른 업무로 와서도 이전의 우선순위를 고집하는데 일이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우선순위를 바꿔야 합니다. 


 
R(리스크 매니지먼트+리포팅+리서치) - 이 역시 어떤 사람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위기를 노련하게 넘길 때 그 사람은 윗선에게 칭찬받고 동료에게 갈채받고 부하에게 리더십을 공인받습니다. 또 리포팅과 리서칭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p46)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첫번째, 방향성을 잘 포착하려면 저자는 이 업무의 스테이크 홀더(이해 관계자)가 누군인지를 살펴야 한다(p67)고 주장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으나 책에서는 예를 들어서 가상의 박 차장이 영업본부의 기획통인데, 각 팀 실적을 정리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멋지게 PT할 생각입니다. 이때 영업본부장만 염두에 두면 되겠냐는 겁니다. 타 팀의 팀장들, 각 팀에서 자료 만드는 실무자(이들에게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 다른 본부에서 일하는 자기 같은 기획통까지 다 염두에 둬야 "하수를 면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알겠거니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공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식의 저주(p57)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 결혼을 앞둔 나 대리는 누구를 스테이크 홀더로 여기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가. 물론 예비 신부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지만 장인 장모님, 자신의 부모님 등이 모두 스테이크홀더이며 이들을 동시에 염두에 둔 준비라야 큰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모든 스테이크 홀더를 똑같은 비중으로 둘 수는 없고 우선순위, 가중치를 잘 배분하자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는 삼각관계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기대보다 너무 높은 품질을 맞춰 갖고 가면, "좋긴 한데 비용은? 요즘 이 일만 하나?(우선순위)"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질이 낮으면 이는 품질사고(事故)라고 합니다(p75). 품질이 낮으면 다시 작업을 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비용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작업 시간을 추가로 투입하여(오버타임) 이를 보충해야 한다"는 거죠(p75). 그래서 비용, 작업 범위, 시간 사이의 삼각관계를 적절히 조절해서 애초에 프로젝트의 방향성 자체를 정확히 정립하고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디테일을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디테일이란 것도 일의 전체를 바라보고 난 후에 업무를 쪼개야 합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WBS를 제시하는데, 워크 브레이크다운 스트럭처, 즉 작업 분류 체계(p90)를 적극 활용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원활해지려면 계층성, 완결성, 포괄성의 원리 셋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완결성은 같은 수위에서 모든 것이 빠짐 없이 포함된다는 뜻이고, 포괄성은 하위 업무를 다 하고 나면 자동으로 직상위 업무가 완성되게 하는 걸 말합니다. 

 

WBS에도 하향식이 있고 상향식이 있는데(p96) 전자는 일하는 사람 본인이 해 본 적 있거나 전문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합니다. 후자는 기존에 없던 업무를 위해 디테일을 먼저 철저히 파악하고 서서히 윗단계로 일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며 팀원들이 지혜를 모아 행하는 대부분의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어느 방식이건 간에 MECE가 중요한데 이 파트에서는 별 설명이 없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이므로 조금 뒤인 p120에 따로 뽑아서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사실 이 분야에 속한 책 어디서도 강조하는 개념이므로 웬만한 독자이면 내용을 알겠으나(혹은 학교에서 배웠거나), pp.120~121에서 더 심화한 버전으로 익혀 둬도 좋겠습니다. p121 말미에 잠시 참고서적 소개도 있네요.

 

두번째 T공식에서 작업의 디테일과 완성도를 강조했다면, 세번째 A공식에서는 작업과 작업 사이의 관계에 집중해야 합니다. 간트 차트가 나오는데 계획 품의서, 중간 보고서에 자주 쓰이는 형식(p127)으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만한 폼입니다. 그 뒤에는 많이들 해 보셨을 PERT, 크리티컬 패스 등이 나오는데 경영학개론 시간에 필수로 나올 뿐 아니라 각종 자격증 시험에까지 단골 출제 항목이죠. 잊지 말아야 할 건,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 관계이니 순서이니 우선순위이니 진척도니 하는 게 파악이 된다는 겁니다. 한눈에 보이도록! 이 "한눈에 보이게"의 중요성은 책 저 뒤 p254에서도 FLOW 기법을 설명하면서 강조됩니다. 

 

리스크를 고려하는 건 예전에는 CEO의 일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CEO는 최전방에서 조직의 운명을 걱정하고, 직원들은 시키는 일의 세부사항만 신경 쓰면 되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노예한테 시키는 자존감 없는 일(p23)"이 아니라, 뭐라고요? 나한테 사장이 맡긴 프로젝트입니다. 내가 진행하는 (일단) 내 프로젝트인데 왜 내가 이 일의 리스크를 신경 안 쓰겠습니까? 무책임하게 말입니다.

 

리스크 관리에서는 발생가능성을 가로축(row), 영향지표를 세로축(column)으로 두고 매트릭스를 만듭니다(p162). 그러면 각 리스크 간의 우선순위가 보기 좋게 도출됩니다. 이 매트릭스 방법은 저 뒤 p204에도 나오는데, 거기서는 시간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으로 쓰입니다. 세로축에 긴급성, 가로축에 중요성을 두고 업무를 네 칸(혹은 그 이상)에 배분합니다. 이로서 우선순위가 정해지죠. 

네번째 R 공식에는 리스크 관리 말고도 리포팅이 있었습니다. 사실 직원 레벨에서는 위기관리보다 중요한 게 (상사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셔) 이 리포팅이 조금 더 높은 순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도 분량이 조금 더 많습니다. 이 리포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p174)입니다. 형식도 수신인, 제목, 도입부, 본문, 인사말에서 서명까지 깔끔해야 합니다. 

 

사회에도 해결사가 있듯 회의도 그저 회의 자체를 위한 무익한, 심지어 해롭기까지 한 회의가 되지 않으려면 퍼실리테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참석자, 프로세스, 목적, 결과 등 4P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꼼꼼히 실무를 챙기는 퍼실리테이터가 따로 있으면 좋습니다. 

 

일잘러는 항상 여유가 있고, 이 여유의 비결은 초반에 항상 80%를 미리 해 두는 것입니다. 이걸 두고 시간 파레토 곡선(p199)이라고 합니다. 파레토의 80대 20의 법칙을 떠올리면 명칭의 유래와 함의까지를 알 수 있겠네요. 피터 드러커는 "고성과 조직일수록, 또 효율이 높은 조직일수록, 일을 할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p201)"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였는데, 일을 할 때 한 가지 일만 하면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업무의 이종교배라고 부릅니다(p217). 일과 일뿐 아니라, 업무와 학습 역시도 이종교배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단 일과 놀이의 이종교배는... 글쎄요. 

 

아무래도 직장인에게는 정보가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얼마 전 동학개미가 일으킨(게다가 유동성이 대거 풀린 국제 장세에다가 뜬금없던 테슬라 폭등이 합쳐 벌어진) 주식 열풍 때도 초기에 들어가서 요령껏 분위기 파악한 사람은 큰 돈 번 사람이 제법 많고, 끝물에 들어간 사람은 결국 상투만 잡고 물린 겁니다. 그래서 네번째 공식 중 리서치가 무척 중요한데 단 책에서는 5장에 통합하지 않고 7장에 따로 분리시켜 놨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메모 중요성은 여러 책에서 강조하는데 이 책도 예외가 아니며 "아날로그 메모 시스템을 만들자(p245)고 제언합니다. 좋은 예시로는 코넬식 노트 정리법이 있습니다. 정리와 메모의 달인으로는 봉준호, 정구호, 신유진 등의 유명인이 모범으로 제시되네요. 

 

p267 이하에, 본문의 모든 내용이 비주얼로 깔끔하게 요약되며 아래에는 독자의 노트 공간도 제공됩니다. 이런 책은 확실히 눈으로 읽고 끝내면 안 되며 내가 펜을 잡고 실전 적용을 해 봐야 합니다. 

 

매 챕터가 끝날 무렵 저자는 예제를 하나씩 제시하여 실전에서 이 공식(STAR)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 부분까지 꼼꼼히 읽고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응용이 될지 숙고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책을 완전히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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