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일상의 미래 - 공간·이동·먹거리·건강 미래 메가 트렌드 4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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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널리 보급되어 집단 면역이 이뤄진다고 해도 우리가 과연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기보다, 그러잖아도 그리 갔어야 했을 방향으로 더 빨리 이행해 간다고 보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변화는 어차피 불가피했고, 코로나의 만연이 이를 앞당겼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책에서는 1) 공간 2) 이동 3) 먹거리 4) 건강 등 네 개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의 미래가 코로나 이후 어떻게 바뀔지는 집중 분석합니다.

1) "공간"이라는 키워드가 무척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공간은 "사람의 육체가 머물며 활동하는 장소"이며, 육체는 "인간 활동의 근원이고 문명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심오한 정의처럼 들리며, 미주를 보면 양혜림 박사의 한 논문에서 재인용했다고 합니다(p26, p330). 이 공간이 코로나 후 어떻게 바뀌는가. 공간의 특성을 더 살펴 봐야 하는데 ①대면과 접촉이 동반 ②감각, 체험을 위해 해당 공간으로 반드시 이동 ③다수가 공간에 모여야 목표 달성 ④저마다 다른 밀집도를 가짐. 이상의 네 가지 특성이 책에 제시됩니다(pp.26~27).

이것이 디지털 혁명 이후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물리공간과 가상공간이 동기화하는 날도 오리라는 게 책의 전망입니다. 사실 IT 기술이 발전하기 전 공간은 그저 물리공간으로서만 의미를 지녔습니다만 이제는 공간이라 물으면 "물리와 가상 중 어느것을 뜻하는지" 재차 질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동기화가 철저히 구현되면, 가상을 더 이상 가상으로 부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건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에서 현재 시행되는 VAR이나 비디오 판정에서도 일부가 실현되는 중입니다. 판정 센터에서는 멀리 떨어진 구장에서 전송된 화면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며, 어떤 판정이 옳은지 결정한 후 다시 현지로 내려보냅니다. 또 시청자들 역시, 다각도에서 촬영된 여러 화면을 하나로 합성하여 마치 본인이 직접 보고 싶은 각도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는 체험이 가능한데 경기가 펼쳐지는 구장에 찾아가지 않았는데도 이게 가능합니다. 경기장에 몸소 찾아간다 한들 이런 체험이 쉽지 않겠죠.

기독교(신-구교)는 매주 의무적으로 예배, 미사에 참여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의 확산으로 이런 집합행사가 어려워졌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 모임이 더 널리 퍼졌습니다. 책에서는 홈트의 확산도 지적하는데 홈트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없었던 건 물론 아니지만 트레이너의 직접 코칭을 받는 게 힘들어지고부터 이를 극복할 다양한 솔루션이 발달하게 되었죠. 등교하여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된 초중고생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게, 코로나 이후 "공간이 변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p33에는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화"도 예로 듭니다. 자라, 풀앤베어 등은 오프라인 소매점을 대폭 줄이고 절감된 예산을 온라인 투자에 전용한다고 합니다. 롯데마트는 우리가 사는 동네 곳곳에서 매장을 폐쇄하는 걸 많이들 봤을 겁니다. 이걸 전부 온라인으로 돌린다고 생각하면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키오스크, 서빙 로봇, 앱 결제 등으로 "대면 방식"을 없애나가는 추세입니다. 이 모든 것도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이 되고 있었습니다만 코로나 때문에 추세가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직장도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공간 설계가 크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니 개별 작업공간을 줄이고 대신 협업 공간을 늘리는 게 대세이며, 기존 회의 공간은 화상회의실로 바뀐다(p38)"고도 합니다.

책에서는 "셰이핑 투모로"라는 사이트의 분석틀을 이용하여 앞으로 공간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합니다. 재미있는 건 모든 자료를 "도약시기(tipping point) x 강도(intensity)"로 환원하여 그 장래를 분석한다는 겁니다. 시기도 빠르고 강도도 강한 건 도시, 3D프린팅, 로봇 등이며, 시기는 빠르지만 강도가 약한 건 디자인, 트랜스휴머니즘, 비접촉 등이고, IoT와 블록체인, VR은 느리지만 강도는 강한 분야들입니다. 강도도 낮고 시기도 느린 예는 책에 나와 있지 않은데 만약 그런 분야가 있다면 분석 필요성도 후순위로 밀릴 터이니, 우리 독자들은 앞의 세 범주를 먼저 살피면 될 것입니다.

여튼 대면, 밀집의 필요성이 낮아지면 "도시의 저밀화(p76)"가 진행되며, 원격근무 원격강의가 확산하면 특정 지구가 업무 밀집, 우수한 학군 등의 이유로 특별히 선호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러면 "도심의 부동산은 일종의 '좌초 자산(stranded asset)이 되며(p77)" 관련 상권도 몰락하리라는 전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홍대 상권 상당수가 현재 극심한 침체를 겪는데 지금이야 이걸 집합금지 조치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진정이 된 후라고 해도 과연 예전만한 활황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대로 비(非)도시, 저밀도시로의 이주 수요는 늘어난다고 합니다(p78). 집도 종전과 달리 모듈화 공법이 확산하는데 쉽게 말해 "조립식 주택"이며 얼마 전에도 "편의점에서 파는 집(전원주택)"이 큰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편의점 같은 것은 필연적으로 대면식, 오프라인 방식을 안고 가야 하지 싶지만 이 역시 온라인화가 가능하며 편의점 업계에서 배민 등의 동향애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설명이 됩니다. 만약 배달 플랫폼을 배민이 선점하면, 거대 소매 체인은 막대한 투자가 무색하게 사실상 배민 등 배송 플랫폼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톡이 처음 선보였을 때 SK텔레콤 등 거대 통신사가 나중에 가면 이들 채팅앱에 하드웨어만 제공하는 을(乙)의 위치로 전락하리라는 예측이 나왔을 때 아무도 안 믿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는 거의 현실이 되어 갑니다. 카카오와 SK텔레콤의 시총을 비교해 보십시오. 독일 자본이 먼 한국까지 와서 일개 스타트업이었던 배민에 주목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거죠.

특이한 게 원래는 자가용 등의 수요가 줄고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걸로 예상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이 분야만큼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다중이 "공유"하는 수단이나 장소를 기피하는 건 팬데믹 상황에서 당연하며 그런 까닭에 "쏘카" 등의 서비스가 현재 고전한다는 거죠.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한다면 공유경제는 다시 발전..."이라고 책에서는 말하지만(p86) 집단 면역이 거의 달성되면 "새로운 서비스"는 금세 시들지 않겠습니까? 또, 코로나 시대에 알맞은 공유경제 서비스 패턴이 과연 뭐가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애초에 둘은 상성이 맞지 않은데요. 에너지 수요에 대해서도 과연 석유 소비가 감소할지(상권 붕괴), 증가할지(자가용 증가) 좀처럼 확언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막연한 분석은 독자로서 좀 불만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개인의 독점적 점유 공간"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이애 대한 대응 방향은 1) 대중교통 수요 및 노선의 재검토 2) 소규모 이동수단 개발, 이동 중 공간활용성 향상 3) 도로용량 증설 및 환경오염 대처(자가용 증가 때문) 4) 기존 공유경제 대체 모델 개발 5) 도시 내 공동공간의 개인화 촉진 등이 나오는데(pp.99~100), 2)는 아마도 자율주행이 완성도 있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가능하겠으며 4)는 논자에 따라 공유경제 모델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이 책에서는 그러지 말자는 쪽). "개인 독점 공간"을 매우 효율적, 입체적, 유기적으로 설계해야 "도시 저밀화 추세"와 부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동도 코로나 시대에 맞게 완전히 개인화한 "퍼스널 모빌리티"가 각광 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게 전동 킥보드 같은 것입니다. 또 이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필수로 탑재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비어클 제조사와 거대 통신사가 긴밀히 협업한다고 하네요.

물류에서도 큰 혁신이 이뤄지는데 대표적으로 IBM과 머스크(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와는 아무 관계 없고, 해운으로 유명한 Maersk社를 가리킵니다)가 합작한 Tradelens®를 책에서는 소개합니다. 물류 공급망 관리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다고 하니 그저 놀랄 뿐입니다. 3D프린팅과 물류가 무슨 관계일까 싶어도 3D프린팅을 즉석에서 (무엇인가를) 주형해 내는 기술로 생각한다면 쓸데없는 재고를 크게 감소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충분히 떠오릅니다.

"이동"의 미래에 대해서는 pp.150~151에 압축적으로 표현된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이 나옵니다.

코로나 19 덕분에(?) 비대면 음식 소비 문화와 관련 로봇 기반 푸드테크 산업(p187:7)에 큰 혁신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p187:20)"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먹거리 산업이 지향해야 할 바를 압축적으로 말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또 "팜 투 테이블(p185)"이란 말이 드러내듯, 비단 소비자가 음식을 최종 소비하는 단계뿐 아니라 농업 종사자가 농산물을 최초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건데 이는 앞서 책 2부 물류, 이동 파트(의 주제)에서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되었더랬습니다. 최근 중국의 "알몸김치" 사건 때문에 충격 받은 이들은 특히 이런 트렌드에 귀가 솔깃할 만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소규모 자영놈의 난립 때문에 생산 단가가 무척 높고 관련 법규 역시 "경자유전의 원칙" 위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미국, 중국 같은 대단위 농경, 토지집약적 1차 산업과 경젱이 되질 않습니다. 농업용 드론, 무인채소 농장, 심지어 도시 농업 등이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기술로 촉망받습니다.

레스토랑도 빕스(혹은 피자헛), 배민, LG전자 등이 협업하여 더 저렴하면서도 소비자의 개별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신뢰"와 "선별(개별화)"가 핵심 키워드입니다. 또한 이력관리를 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도 필수입니다.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당연 건강에 대한 관심도 폭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비대면, 원격 진료가 핵심이겠는데 이에 대해 한국 의료계는 대단히 경계하는 입장이므로 향후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도 전 주기적 관점에서 케어되어야 하며, 방역은 일상이 되어야 하고, 가정의를 비롯 1차 의료기관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pp.282~287에 이 모든 토픽을 이야기(가상의 사연) 하나에 녹아낸 쉬운 설명이 있습니다.

비대면과 개인화를 핵심 키워드로 삼는 이런 포스트 코로나의 거대한 퐁속도에서 역시 "효율성"이 가장 큰 미덕으로 꼽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신뢰"와 "공감", "연대"의 가치도 중시되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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