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지만 왠지 귀여운 생물도감 - 생물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깜짝 반전 매력!
로 지음, 가와사키 사토시 외 그림, 이유라 옮김, 사네요시 다쓰오 감수 / 키즈프렌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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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려서부터 각종 생물, 즉 동식물을 두루 책 한 권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각종 도감류들을 많이 접하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의 포맷이 꼭 아니라 해도, 즉 유튜브 같은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서도 각종 동식물의 생태를 학습, 혹은 그냥 재미로 구경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6SEj6I-vKEL9tL5aAHHyZg 이 주소로 들어가면 "로"라는 일본 분이 운영하는 채널이 있는데 구독자가 25만 5천명에 달하는 큰 곳이더군요. 여기서 갖가지 징그러운 동물, ㅎㅎ 신기하게 생긴 녀석들을 자세히 살피고 어린 독자들에게 더 친근한 방법으로 소개해 줍니다. 사실 저희가 어렸을 때에도 솜씨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활약했던 터라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매우 실감나게, 멋진 솜씨로 지면에 옮겨 비주얼 어필을 했습니다만 아무리 붓 끝의 솜씨가 좋아도 동영상에는 미칠 바가 못 되죠.

이 책에는 모두 70종이 넘는, 정말 신기하고 기괴하게 생긴 동물들이 나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사람은 깔끔하고 흠이 덜 난 매끈한 외관을 지닌 편이 아름답다고들 여기지만, 이들 동물들은 아마 갖가지 기묘한 주름, 뒤틀림, 혹은 독특한 냄새 등을 지녀야 자기 종 안에서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혹은, 그렇게 괴이한 외양을 갖추어야 생존에 더 유리할 수도 있겠죠.

요즘은 어린이 책에 곰벌레 같은,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동물이 부쩍 자주 등장합니다. 저는 작년 11월에 <아르마딜로와 산토끼②>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소설에도 눈에 안 보이는 대벌레가 나와서 우리 인간처럼 덩치 큰 동물들과 친구로 어울리며 대화도 나누는 판타지가 나옵니다. 이를 확대해서 본 모습이 책에 나오는데 뭐 그냥 안 보고 그런 애가 있더라는 정도로 넘어가는 게 좋았다는 후회가 들 만큼 애가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는 어른인 제 생각일 뿐이고, 저희 때와는 달리 눈에 안 보이는 작은 생명체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어린이들은 이런 괴기한 모습을 보고도 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죠? 책에는 QR 코드가 따로 나와서 앱을 써서 찍으면 자동으로 해당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배려합니다. 유튜브 채널이 먼저고 북 버전이 이렇게 뒤에 나온 거라서 동영상 (도감)이 사실 메인입니다.

열두줄극락조는 영어 이름으로도 그대로입니다. 우리말 이름이 영어를 직역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아이는 징그럽다기보다는 우아합니다. 블로브피시는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자바 허트처럼 생겼는데 생겼다기보다는 생기다 만 애 같습니다. 바다달팽이는 달팽이라기보다 어떤 예술가가 젤리를 소재로 삼아 인위적으로 만든 조각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갖고 노는 슬라임처럼도 보입니다.

생긴 것만 보면 정말 희한합니다. 어떤 동물은 너무도 아름다운 곡선과 색채를 지녔기에 자연이 아닌 인공물 같으며, 어떤 동물은 움베르토 에코의 <추의 역사>에 나오는 갖가지 미술품이나 영화 <프레데터>에 나오는 빌런과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각자의 이유로 절실한 투쟁 끝에 그런 모양으로 진화했거늘, 우리 인간이 그 모습을 두고 편협한 느낌이나 즉흥적인 인상을 함부로 논할 게 아닙니다. 이런 도감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뭘 판단하기보다, 자연의 신비 앞에 보다 겸손해지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소중한 공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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