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상식사전 - 인도의 역사부터 경제, 정치, 예술, 비즈니스 노하우까지 한 권으로 끝낸다! 길벗 상식 사전
권기철 지음 / 길벗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는 참으로 광대한 나라입니다. 인구는 13억에 육박하며, 그 많은 인구가 같은 언어를 쓰지도 않고, 종교도 힌두교(다수이긴 하나), 이슬람교, 시크 교, 불교 등 다양합니다. 더 두드러진 건 중국처럼 중앙 정부가 독점적 권위를 갖지 않는 민주주의 체제에 가깝다는 점, 되도록이면 각 지방(프라데시)의 자치를 허용(p33)하는 편이라는 사실 등입니다. 이런 인도가 십여 년 전 우리 나라와 CEPA를 맺었으며, 이 이유 때문에라도 우리는 이 큰 나라를 보다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는 최신 정보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일례로 중국과 인도는 얼마 전 국경에서 큰 충돌을 빚었고, 이 여파로 인도에서 중국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 삼성전자 휴대폰 등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뉴스가 나왔었습니다. 그런 정보까지 이 책은 담고 있네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시킴 지방을 둘러싼 국경 분쟁이 이미 1960년대에도 크게 벌어졌다는 역사적 맥락도 책은 가르쳐 줍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전에는 국가에서 곡물을 수매하여 농민들의 불만을 달래는 정책을 편 적 있습니다. 곡물은 시장 기능에만 맡겨 두면 가격 불안정 때문에 농민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란 거죠. 책에는 인도 정부가 시행하는 독특한 정책으로서 MSP를 드는데, 이런 점만 봐도 농업에 크게 의존했던 과거가 있는 우리로서 인도에 친밀감을 느낄 이유가 하나 생깁니다.

"인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가 아니라 대륙이다.(p32)" 정확하게는 아대륙이라고 합니다만 여튼 인도에는 과거에 단일한 제국이 전체를 항상 통치했다기보다 여러 왕국과 부족국이 분립했습니다. 아크바르 대제도 인도를 완전히 통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제후국의 자율을 존중하여 이슬람 원리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아우랑제브는 어설프게 강압적인 통합 정책을 펴다 남부에서 거센 저항을 받고 제국을 쇠퇴시켰지요.

우리 한국인들도 정치에 과한 관심을 쏟는 편이지만, 이 책에는 "인도 13억 인구 중 반은 정치인이고, 나머지 반은 정치인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p120)."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도는 영국의 혹독한 식민 통치를 받았지만 엘리트들 중심으로 "국민회의"라는 단체를 만들어 꾸준히 자치운동을 폈고 기어이 독립을 달성했습니다. 이 엘리트들(간디니 네루니 하는 사람들이 다 그 부류입니다. 간디는 변호사였죠)이 영국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던 인사들이었고, 이들이 내던 양심의 소리를 식민 당국에서도 기어이 외면 못 했던 겁니다. 물론 치열한 유혈 투쟁도 벌어졌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치문화에서 탄생한 공화국이고 보니 국민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고, 따라서 한국인(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도 인도 정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좀 있어야 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겁니다. 앞에서 언급한 인도국민회의당은 수십 년 동안 거의 유일한 집권당이었으나 지금은 이 책 p133에 나오는 대로 제1야당에 불과합니다. 우리 나라도 집궍당이 보수 일변도였다가 지금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비슷하지요.

인도는 스타트업이 아주 활발히 활동하는 경제입니다(p157). 이 배경에는 영화 <세 얼간이>에서도 알 수 있듯 가난을 떨치고 중산층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교육, 그 중에서도 공학 중심의 이과 교육에 국가 차원에서 집중한 결과(p147)이기도 합니다. 인도의 IT 인력 우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여 이미 글로벌 기업의 우수한 경영인 여럿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통합간접세(GST)는 격심한 반발을 부르며 2017년에 도입되었습니다(p178). 사실 일본도 소비세 도입 때문에 일본치고는 매우 심한 혼란과 갈등이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성격이 조금은 다르지만) 부가가치세 도입을 유신 말기에 시도하다 결과적으로 정권이 붕괴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유신처럼 강압적인 정부가 아니었으면 부가가치세 도입은 요원했을 것"이라고도 말하는데 그만큼 국민 소비 생활에 두루 영향을 끼치는 간접세 도입은 조세 저항이 극심합니다. 제도가 일단 정착한 후에는 자영업자 빼고는 해당 세금을 인식하지도 못하지만 말입니다.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일까요? 국내 기업인이야 언제나 아우성을 치는 중이고, 외국 기업 중에서 적어도 테스코(구 홈플러스 운영 주체), 카르푸, GM 등은 아마 손사래를 칠 겁니다. 이베이, 시그나 보험 회사 같은 곳도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한국 사업을 정리하고 나가려 듭니다. 인도 역시 기업하기에 그리 좋은 나라는 아니라고 합니다. 우선 노동법체계가 매우 번잡하고 규율사항이 많아서(p181) 일일이 이를 준수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군요. 또 사실상 건국의 아버지였던 자와할랄 네루가 애초에 사회주의 요소를 많이 도입한 경제체제이기에 이의 완전한 극복이 어렵다고 합니다. 인도인들이 주권국가로서 올바르게 생각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현실을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 연애는 상위 계급만의 문화(p201)". 한국이라면 사실 예전에는 정반대로 상류층일수록 가문의 위신과 체면이 중요했기에 부모의 정혼이 중요했던 반면, 하류층은 노비쯤이나 되어 신분 자체가 매어 있지 않은 이상 배우자는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으며 상민은 과부의 재혼도 자유로웠습니다. 인도는 그와 달리 예나 지금이나 호인이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나오네요. 하긴 한국도 이런저런 조건 학벌 따져가며 결혼하는 풍토를 무시 못 하니 인도와 사실 별 다를 바도 없으려나요? ㅎ 인도의 경우 가장 큰 장벽은 카스트와 종교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 달러가 약세였다 보니(오바마 이후 내내 양적완화이긴 했지만) 금값이 간혹 폭등하기도 했는데, 인도인들은 다른 이유 때문에 금을 소비한다고 합니다(p223). 우리 한국인들이 금을 산다면 요새는 대개 골드바 투자 목적입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사치품, 장신구에 금을 많이 씁니다. 물론 한국인들도 한때 건강을 위해 금을 섭취하는 이상한 풍습이 퍼지기도 했으나, 인도인처럼 금을 "소비재" 용도로 구입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책에는 "교환 유통이 용이하므로 금을 투자 대상으로도 널리 여긴다(같은 페이지)."라는 서술도 나옵니다.

인도에서는 헐리웃을 능가할 만큼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며 <세 얼간이>처럼 한국에서 히트한 작품도 있습니다. 인도 자국내 점유율도 꽤 높으며, 근래에 와서야 자국산 컨텐츠를 좋아하게 된 한국과는 사정이 크게 다릅니다. 한국도 1950년대부터 스크린 쿼터를 만드는 등 자국 대중문화 보호 육성에 신경을 쏟았는데도 말입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크게 발달한 건 확실히 부러운 점입니다. 훨씬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여러 이유로 공유경제 서비스가 벽에 부딪히는 현실과 대조적이죠. 또 이 책 여러 군데에서 언급(p285, p177 등)되듯 인도는 최근에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며 전자지급의 도입 등 디지털 경제 개편과도 맥이 닿아 있는 조치였습니다. 이 부작용도 만만치 않으나 지도자들이 의지를 지닌 만큼 언젠가는 좋은 쪽으로 결실을 맺으리라 희망 섞인 전망을 해 봅니다.

책은 정보가 꽤 많습니다. 쪽수가 360에 달하니 형식상 분량도 많은 편이고 활자가 약간 작은 포인트라서 담은 정보가 꽤 방대하기까지 합니다. 도판도 많고 이런 류의 책을 잘 만드는 길벗의 솜씨에서 보기 편합니다. "사전"이라는 제목이 그리 무색하지 않고 알찹니다. 비즈니스 준비하는 분들에게 특히 유익하지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